작부의 부모가 아버지의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동네에서 잡일을 하며 얻어다 먹고살았던 시절도 있었다. 성호는 그때를 생각하며 불쾌감을 가졌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다.
“모른다고만 하지 말고 알려줘요, 무슨 연락이 없었나요.”
“연락은, 없었어요.”
“요 며칠사이에 연락이 있었을 것 같은데?”
“없었어요. 정말 없었다니까 그래요.”
작부는 단호하게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성호는 연락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더 물어 볼 수가 없어서 술을 혼자 따라서 먹었다. 작부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그리고 한잔을 따라 주었다. 작부는 사양하지 않고 마셨다.
성호는 답답하여 술만 마셔댔다. 이야기가 끝났다는 듯, 테이블을 떠난 작부는 성호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일만 했다. 성호는 혼미한 상태가 되었는데도 계속하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무료한 시간이 지나갔다. 작부는 무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성호는 작부의 표정에서 형의 전화를 받고 있다는 것이 감지되었다. 작부가 손짓을 했다. 재빨리 카운터 앞으로 갔다. 그리고 성호는 전화를 낚아챘다. 형의 목소리가 들였다. 성호는 동생이라는 말을 했다. 그러자 아무 말이 없었다.
“형, 나야. 제발 나 좀 만나 줘,”
“어머니에게 걱정 마시라고 해,”
“가진 돈이 없을 텐데,”
“돈은 있어, 걱정 마.”
“어머니가 형을 만나면 주라는 돈이 나에게 있어,”
“필요 없어,”
“이 술집에 맡길 테니 찾아가, 필요한데 써, 그리고 마음이 안정되면 자수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어머니가 그것을 원해,”
성호는 훌쩍거리는 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형에게 했다. 그러나 광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었다. 성호는 형이 황급히 전화를 끊은 것이 위급한 상황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호는 어머니가 주신 돈을 작부에게 건네주며 혹시 형이 나타나면 주라고 했다. 작부는 돈을 받아서 서랍에 넣었다. 성호는 비척거리며 술집을 나섰다. 그리고 김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성호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뭐 좋은 소식이라도,”
“형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래요. 무슨 이야기를 했습니까?”
“말미를 주시면 자수하겠다고 합니다.”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어디 그렇게 할까요.”
“아닙니다. 형은 꼭 자수합니다.”
김 형사는 형이 자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전과가 많은데다가 사람을 죽이고 자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호는 반드시 자수시키겠다는 말을 강하게 말하며 그것을 확증시키려는 노력을 했다. 성호는 그것이 어머니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광호는 깊은 잠을 자고 나자 개운해 졌다. 새벽이 되고 있는 시각에 김씨 집을 나섰다. 그리고 강가를 걸었다. 멀리 보이는 신륵사에서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 왔다. 강을 끼고 하류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일찍 잠을 깬 철새들이 작은 소리를 내며 울었다. 차가운 겨울 날씨가 몸을 움츠러들게 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멀리 도망갈 곳을 생각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막연했다. 아직 얼마간의 쓸 돈은 있었지만 작부를 만나러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 곳에 갔다가는 잡힐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고향에서 어머니를 한번 만나보고 잡히는 것도 좋을 듯 했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어머니가 미치게 보고 싶었다. 어린 시절에 놀던 고향을 잊을 수가 없어서 꼭 가보고 싶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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