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충청권 의원들과 지구당 위원장, 그리고 광역자치단체장들이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기치로 결집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21일 '한나라당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 추진협의회'(행추협) 창립총회를 갖고, "충청권 이전을 앞장서서 추진하며 후대에 길이 남을 아름답고 생산적인 행정수도를 우리 충청권에 건설하는데, 국민적 총의와 정치적 역량을 모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노 대통령 충청권 승리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행정수도건설' 추진이 기정사실화된 마당에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 충청권 의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 사진/연합뉴스^^^ | ||
이어 행추협은 지난 22일 행정수도의 충청권 이전을 위한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년 내(2003년 2월 24일) 부지선정을 마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과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를 충청권으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은 한나라당의 당론에 반하는 것으로, 이들이 당론까지 거스르며 이를 주장하는 데에는 다른 의도가 있다.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 의식의 반영이라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 충청권 승리는 '행정수도 이전' 공약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1천2백1만4천277표(득표율 48.91%)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반면 노 대통령은 대전에서 3십6만9천46표(55.09%), 충남에서 4십7만4천531표(52.16%), 그리고 충북에서는 3십6만5천623표(50.42%)를 얻어 전국 평균 득표율보다 높게 득표를 했다.
물론 김종필 자민련 총재의 '정중동'으로 인해 암묵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충청권 승리의 결정적인 요인은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충청권 의원들 역시 같은 생각이다.
한나라당 충청권 의원들과 지구당위원장들은 이 점을 경계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도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또 다시 약발이 먹힐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 가만히 앉아만 있다가는 내년 총선에서의 낙선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정치적 악용 차단이 목적"
충청권 정치인들이 이러한 우려의 해결책으로 찾은 것이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이다. 즉 노무현 대통령과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활용할 이슈에 적극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이로 인한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이다.
이번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특별법안'을 주도한 윤경식 의원실의 이종하 비서관은 "(이번 재보선의) 자치단체장선거에서도 악용되고 있다"며 "행정수도 이전의 정치적 악용을 차단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충청권 의원실의 한 관계자도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을 노무현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 한번 더 써먹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충청권의 한나라당·자민련 의원들이 위기 의식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나온 문제를 또 틀리면 안 된다"며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해 내년 총선에 패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내 어려운 입지 '돌파구'
한편 이번 한나라당 충청권 의원들의 결집은 대선 패배 후 당내 어려운 입지를 타개하는 데에도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에 입당한 충청권 의원들은 아직까지도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에 입당한 의원들 중 지구당위원장직을 갖고 있는 의원은 전용학 의원 한 명뿐이다. 나머지 의원들은 아직도 지구당위원장 자리를 확보하지 못해, 내년 총선에서 당 공천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지난 대선 때 민주당에서 한나라당으로 입당한 한 수도권 의원측은 "선거는 다가오는데, 지구당위원장을 맡지 못해 지역구 관리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후원회도 열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지구당위원장도 아닌 상황에서) 내년 총선에서 공천된다는 보장이 없는데, 누가 후원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이적한 충청권 의원들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번 충청권 의원들의 결집은 향후 전개될 지구당위원장직 확보 문제 등 여러 이해관계 해결에 있어, 힘을 발휘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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