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슈퍼마켓에서 총기를 파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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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슈퍼마켓에서 총기를 파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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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포 컬럼바인’을 통해 들여다본 미국의 총기문화

“우리는 허구의 선거결과로 당선된 허구의 대통령을 낳았고, 그 결과 허구적인 원인으로 전쟁을 벌이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전쟁에 반대한다. 부시 대통령, 부끄러운 줄 아시오.”

^^^▲ 영화 '볼링 포 컬럼바인' 포스터^^^
이라크전시 상황이었던 3월 23일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UN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시작한 부시 대통령을 향해 ‘수치스럽다’고 일갈한 미국인 남자가 있었다. ‘볼링 포 컬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이 남자의 이름이 바로 ‘마이클 무어’이다.

무어가 마이크 앞에서 수상소감 대신 부시 대통령을 향한 독설을 쏟아놓자 객석에서는 탄성과 야유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시상식의 오케스트라는 서둘러 무어의 퇴장을 알리는 음악을 연주했지만 이미 무어는 할말을 다 한 상태였다.

”부시 부끄러운 줄 아시오”
마이클 무어, 그는 누구인가

다큐멘터리란 장르는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필름에 기록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는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사실적으로 기록된다. 하지만 무어의 다큐멘터리는 다르다. 그의 다큐멘터리는 도발적이고 유머러스하면서 처음부터 주관적인 논점을 가지고 출발한다. 따라서 그의 다큐멘터리는 ‘열광적인 팬과 적’을 동시에 생산해낸다.

마이클 무어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내뱉은 독설에 잘 드러난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당선이 개표조작에 따른 ‘미국식 쿠데타’라고 규정하고, 부시 대통령을 쫓아내기 위해 '반 부시 캠페인'을 벌이는 인물이다.

또한 그는 UN의 코파 아난 사무총장에게 부시 대통령을 하야시키기 위해 UN군 파병을 요청하는 공개편지를 보낼 만큼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사람이다.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던 무어는 집을 팔고 장만한 카메라로 만든 다큐멘터리 ‘로저와 나’로 유명인사가 됐다.

아카데미 시상식 다음 날 무어는 LA 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그날의 실수는 일종의 성당 미사 참회 고백 같은 것이었다”면서 부시를 향해 쏟아낸 독설에 대해 시치미를 뗐다. 그의 이런 태도는 보는 사람에 따라 무례하고 형편없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돌적인 그의 카메라가 적지 않은 사람들의 찬사를 얻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왜 미국의 총기사고는 다른 곳보다 심한가”
‘볼링 포 컬럼바인’은 바로 이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무어의 ‘볼링 포 컬럼바인’은 12명의 학생과 1명의 선생이 친구이자 제자의 총에 맞아 죽었던 사건을 다룬다. 콜럼바인 고교에서 일어난 이 총기난사사건을 계기로 무어는 ‘왜 미국에서는 학생이 학생을 총으로 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할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다.

매해 영국에서는 68명, 캐나다에서는 165명, 프랑스에서는 255명의 총기 사상자가 난다. 누구나 슈퍼마켓에서 총기를 살 수 있는 미국에서는 총기사고로 1만 명이 넘는 사람이 죽는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콜럼바인 고교의 총기난사사건과 유사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무어는 거기서부터 실타래를 풀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러한 물음에 대한 무어의 답변이 다큐멘터리 ‘볼링 포 컬럼바인’이다.

무어는 ‘미국 총기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 지배층이 대중에게 부추기는 공포의 문화’라는 결론을 얻는다. 미국의 역사가 바로 공포에 근거한 ‘칼과 총으로 쓴 역사’이며,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총에 대한 숭배’를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인디언이 두려워 인디언을 죽이고, 흑인이 두려워 흑인을 죽이고, 이라크가 두려워 이라크인을 죽이는 권력층이 미국인들에게 공포의 문화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 바로 무어의 주장이다.

아울러 이러한 문화에는 ‘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K마트 상표가 붙어있는 총기를 일반인들에게 팔아 총기사업자들은 돈을 챙기고, 그들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치가들은 총을 지닐 수 있는 권한을 일반인들에게 보장해준다. 이것이 무어가 그린 ‘총기사건으로 얼룩진 미국의 초상’이다.

”록가수와 미국 대통령 중 누가 더 폭력을 부추기는가”
마릴린 맨슨과 찰턴 헤스톤

무어는 뉴스처럼 객관적인 방식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지 않는다. 대신 그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고, 의심하고,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한다. 무어는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다. 콜럼바인 사건의 희생자, 캐나다 국민, 볼링장 직원, LA 경찰, 로큰롤 가수, 방송 관계자, 그리고 전미 총기협회(NRA) 회장인 찰턴 헤스턴이 모두 그의 인터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은 “총기난사사건이 사탄의 생각을 내세우는 록큰롤이나 폭력적인 게임 탓”이라면서 미디어를 공격했다. 하지만 무어는 그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일본과 캐나다의 미디어도 미국과 별로 다를 바 없지만 미국만큼 총기사고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언론은 록 가수 마릴린 맨슨을 컬럼바인고교 난사사건의 원인제공자로 지목했다. 총기를 난사한 학생들이 평소에 가장 좋아했던 가수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무어는 카메라를 그에게 들이댄다.

“나는 록가수일 뿐이다.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나기 1시간 전, 미국 대통령(클린턴)은 다른 나라(코소보)에 수백개의 폭탄을 떨어뜨리며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방송은 그런 현장을 뉴스로 보여준다. 폭력성을 부추기는데 대통령의 영향력이 크겠는가, 록 가수인 내가 더 크겠는가”

컬럼바인 고교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난 후, “무슨 일이 있어도 난 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한 전미총기협회 회장인 찰턴 헤스턴도 무어의 카메라를 피해가지 못했다. 헤스턴은 “미국은 자신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라이플을 드는 용기로 건설된 나라”라고 연설했다. 무어는 이러한 전미총기협회의 주장이 비즈니스의 이해관계에 철저히 따른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무어는 열변을 토하는 헤스턴의 화면과 총기사고 유가족들의 시위 현장 화면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무어의 저돌적인 질문공세를 견디지 못한 헤스턴은 자신의 저택으로 도망치는 사람처럼 들어간다. 하지만 무어는 포기하지 않고 헤스턴을 따라간다. 그리고 헤스턴에게 사진 한 장을 내민다. 그 사진에는 총에 맞아 죽은 6살 짜리 소녀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사진을 받아든 헤스턴의 얼굴은 흑색으로 바뀐다. 무어는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는 기회

이제 24일부터 국내 관객들도 ‘볼링 포 컬럼바인’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다큐멘터리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경우는 좀처럼 드물다. 마이클 무어의 성향과 기질에 호감이 가는 사람이라면 그의 독설과 흡사한 이 영화를 맛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이클 무어는 ‘화씨 911’이란 새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9.11 테러가 일어나기 2달 전까지만 해도 서로 교류를 나눴던 부시 일가와 빈 라덴 일가의 이야기가 핵심 줄거리라고 한다. 그는 새로운 작품에 도전하면 또 다시 어떤 의문을 던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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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꾸 2003-04-25 12:02:15
사실 참 미국은 불쌍한 나라다.
우리 나라와 비교하면 모자를 것이 없는 나라인데
불안에 떨면서 서로 총기를 겨누고 있는 형상이라니..

하지만 미국도 본 받을 점은 있다.
여론을 통해서 비판을 받거나, 칭송을 받는거지
미국정부가 반항하는 놈한테 직접적으로 압력을 가하지는 않자나.

그리고 새로운 시각의 다큐멘터리라..흥미롭다.

불쌍>? 2003-04-29 18:52:34
미국이 불쌍하다고? 노숙자가 노점상 더러 불쌍하다고 중얼거리는 격이다.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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