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뭐 이런 놈이 다 있어 어디서 누나에게 이런 짓을 해."
너무 갑자기 당한 일이라 누나는 있는 힘을 다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동생의 뺨을 후려갈겼다. 누나는 한번도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던 탓에 목소리 톤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뒤이어 발로 엉덩짝을 냅다 차면서
"너 이 자식 안 일어나, 아주 형편없는 놈이 구만."
그래도 엉덩이는 아픈지
"야 O팔 누가 차는 것이야, 이게 죽으려고 환장했나."
방귀뀐 놈 성질 낸다고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육두문자가 깨소금처럼 뿌려졌다. 누나는 한숨을 쉬다 못해 달래도 보았다.
그런데 가까이 가면 껴 안으려는 통에 어찌할 줄 몰랐다. 그래도 혈육이라고 끌고라도 집으로 가려고 손을 어깨 쪽으로 가는 순간 이번에는 아예 목을 잡고 늘어진 것이다.
당황한 누나는 "이것 못 놔, 빨리 놔"하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누나의 목소리는 근처 이웃집 아주머니가 듣게됐고, 곧바로 이 친구 집에 전화를 걸어 당신 집 딸이 왼 괴한에게 붙잡혀 지금 골목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고 일러바친 것이다.
전화를 받은 아버지가 얼마나 당황하고 흥분했으면 전화를 끊는 순간 맨발로 뛰쳐나와 현관 옆에 서 있는 마포자루를 들고는 현장으로 달렸다. 평소 한 성격 하는 아버지 두말 않고 손오공처럼 날라 밑에 깔린 남자를 향해 그대로 마포자루를 날렸다.
제대로 맞았으면 다리몽둥이 두 쪽다 부러지고 말 정도였다. 개 값 물어주기 싫어 계산 하에 날린 것이었지만 두 다리를 못 쓸 정도로 통증이 왔다.
"아이∼고야, 사람 살려"를 외치며 뒤로 굴렀다.
아버지는 순간적으로 딸을 옆으로 밀치고 이 친구의 등에 올라타서는 사정없이 주먹을 날렸다. 흥분하면 보이는 것이 없다고 아버지의 주먹은 머리통과 빰, 등줄기 할 것 없이 연속적으로 폭발했다.바로 그때 딸의 목소리가 귓전에 들렸다.
"아빠! 왜 이러세요, 그 아이는 O국이예요."
딸도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옆으로 밀쳐지고 난 후에서야 아버지를 알았다.다시 한번 마지막 KO펀치를 날리려던 아버지의 주먹이 허리춤으로 내려오면서 아버지도 이성을 되 찾았다.
아들은 한마디로 떡이 됐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다리는 마대자루에 난타를 당하고, 얼굴과 머리, 등줄기는 아버지의 주먹에 강타를 당했으니 그만 그 자리에서 다운되고 말았다.
아들임을 확인한 아버지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며 아들 녀석을 등에 업었다. 술 취한 아들을 등에 업고 집으로 가는 아버지의 심정이나 뒤따라가는 누나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웃기는 것은 다음날 아침이다. 필름이 완전히 끊긴 이 친구 아침에 거울을 보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냥 출근을 하려고 했지만 다리가 몹시 아팠다. 하루를 쉬기로 마음먹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아침식사를 하라는 것이 아닌가. 고민 끝에 핑계를 대기로 하고 태연한 척 식탁 앞에 나타났다.
아버지 왈.
"너 얼굴이 말이 아니구나 왜 그렇게 됐니."
"사실은 아버지 어제 무슨 일이 있어 술을 마시고 집으로 귀가하다 깡패들에게 붙잡혀 집단폭행을 당했습니다. 너무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 미쳐 카메라 작동도 못했습니다. 조금만 빨랐으면 카메라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는데....."
으∼하∼하∼하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는 속으로 웃었고, 그 사실은 약 한 달이 지난 후 누나가 털어놨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 쥐구멍이라도 있었으면 들어가고 싶었단다.
부모님과 누님께 제가 대신해 사과를 드립니다. "술 마시고 필름 끊기면 다 개가된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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