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 저임금 불안정 여성노동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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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 저임금 불안정 여성노동 확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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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국무총리 주재 여성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된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Dynamic Women Korea 2010, 이하 종합계획)'은 2010년까지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55% 달성, 여성 일자리 60만개 창출을 목표로 △일자리 확대 △여성능력 개발 △여성인적자원 개발 인프라 확충 등 5대 부문 140여개 사업과제를 제시했다.

‘종합계획’은 그동안 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던 여성노동 정책사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여성고용 확대를 위한 중장기 계획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번 ‘종합계획’을 보면 노무현 정부가 여성노동자의 현실을 제대로 진단이나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수년간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의 결과, 비정규직과 빈곤의 여성화, 여성노동자의 계층화·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오로지 ‘경제성장을 위한 새로운 동력’확보를 위해,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의 핵심과제’로 ‘여성인력 활용’을 강조하고 있는 ‘종합계획’은 여성고용의 질적 개선보다는 눈에 보이는 일자리 수 늘리기에만 초점을 두고 있어 성차별적 노동시장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커 보인다.

먼저 전업주부, 경력단절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에 비중을 두고 있으나 ‘괜찮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책은 부족하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괜찮은 일자리’가 전년도 30만개보다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고용안정과 적정임금이 보장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 늘어나는 저임금 불안정 일자리는 상당수가 여성, 특히 40-50대 기혼여성으로 채워지고 있다.

2005년 사상 처음 50%를 넘어선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의 증가는 35세-54세 여성이 주도하고 있으며, 이 연령대 여성노동자의 75%가 비정규직이다. 이것이 현재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이다.

‘종합계획’은 이들 여성들을 중소기업이나 공단지역으로 취업시키기 위한 갖가지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질 ‘기업 맞춤형’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한 대책도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또 정작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문제 삼으면서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은 이미 시행 중이거나 시행이 확정된 사업을 반복해서 나열한 데 불과하다. 현행법에 보장된 산전후휴가, 육아휴직 제도가 기업에서 제대로 활용이나 되고 있는지, 행정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안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두 번째로 공공성 강화와 노동조건 개선 대책 없는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창출은 여성 비정규직 확산과 성별 직종분리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

이번 ‘종합계획’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이다. 간병인, 노인수발요원, 보육·육아서비스 등 보건·의료·복지·교육 분야에서 44만개 일자리를 만든다고 한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가족 안에서 담당했던 돌봄노동을 사회화·제도화 하여 여성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여성이 무급으로 담당했던 돌봄노동의 사회화는 여성의 시민권 보장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의 사회화 방향은 공공서비스의 확대가 아니라 시장화에 맞춰져 있다. 보육료와 기본보조금제를 통한 민간보육 활성화, 위탁기관을 통해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확대, 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에도 포함된 고령친화산업 육성 등이 그 내용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보육교사, 간병인 등 이른바 돌봄노동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성노동자의 저임금 고용불안정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를 사실상 여성 일자리로 기정사실화 하여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성별 직종 분리를 강화하고, ‘여성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노동’이라는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유지하는 데 ‘종합계획’이 쐐기를 박는 격이 될까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기업에 대한 규제와 관리감독 보다 지원금 제도 등 인센티브에 의존하고 있는 차별 해소 정책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여성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 말고도 해결되어야 할 고용상의 성차별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정규직 확산을 규제하고 성별 직종분리를 개선하는 것 뿐 아니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간접차별 해소, 결혼·임신·출산으로 인한 불이익 금지 등이 법으로는 보장되어 있지만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은 대표적인 문제들이다.

기업의 관행적인 성차별을 출산후계속고용지원금, 여성재고용장려금, 대체인력채용장려금 등 각종 장려금 지원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또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하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그것도 ‘칭찬’과 인센티브로 여성고용을 독려하는 조치가 과연 ‘적극적 조치’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종합계획’은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국가적 위기감을 비슷한 경제규모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매우 낮은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일 수 있는 더없는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노동가능인구가 부족해질 수 있는 미래를 대비한다는 이유로 ‘유휴인력’으로 남아있는 절반의 여성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경제활동참가율 퍼센티지가 늘어나는 것이 곧바로 여성노동의 질적 개선, 나아가 성별분업 해소와 여성노동에 대한 사회적 가치 인정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종합계획’은 그러한 성차별적인 노동시장 구조를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기업에 여성노동인력을 적절히 공급하기 위한 대책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전히 남성의 62% 밖에 되지 않는 여성임금은 소폭의 오르내림만 있을 뿐 고착상태에 있다. 몇 년째 모성보호와 임신·출산으로 인한 불이익에 관한 상담이 여러 여성노동단체 상담건수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법과 현실의 거리를 짐작케 한다. 참가자의 80% 이상이 여성인 정부의 사회적 일자리 사업은 저임금·임시직 활용의 또 다른 형태이다.

이런 여성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개수 확대에만 초점을 둔 여성인력개발종합계획이 아니라 여성고용의 질적 개선과 양적 확대를 균형 있게 끌어나가기 위한 ‘여성고용개선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종합계획’에 비어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도 문제지만, 그 비어있는 부분 때문에 기업의 값싸고 유연한 여성인력 활용만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2006년 7월 6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의장 이용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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