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환타지아’ 연재를 마치며(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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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환타지아’ 연재를 마치며(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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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빈 교수의 ‘빛의 환타지아’]

19세기까지 갈릴레이와 뉴턴 역학을 기초로 착실히 발전해오던 물리학은 20세기에 들어서자마자 플랑크(Max Planck)의 양자론(量子論, Quantum theory),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特殊相對性理論, special theory of relativity)과 일반상대성이론(一般相對性理論, general theory of relativity),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와 보어(Niels Henrik David Bohr)의 원자론(原子論, atomism),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의 불확정성원리(不確定性原理, uncertainty principle) 등이 등장하면서 또 한 번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다.

20세기 초 최고의 천재로 일컬어지는 아인슈타인은 관찰의 대상과 관찰자와의 관계를 세밀히 분석함으로써 시간이란 각 관찰자의 위치와 속도에 따라서 동시성(同時性)이나 흐름이 다른 상대적인 것이고 모든 관찰자에 공통되는 절대시간(絶對時間, absolute time)이란 없으며, 또 물체를 담고 있는 각각의 공간(중력장)은 중력에 따라 각각 다른 곡률로 휘어져 있고 모든 공간이 유클리드(Euclid)적 동질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 즉 절대공간((絶對空間, absolute space)은 없다는 것을 밝혔다.

이와 같은 상대성이론에 의해 고전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었던 절대공간과 절대시간의 개념은 그 허구성이 드러났으며 객관성을 가장 중요시하던 물리학에 처음으로 관찰자의 입장, 즉 주관적 요소가 도입되어 과학이 더 이상 객관적일 수만은 없음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전혀 별개의 존재로 생각했던 물질과 에너지가 사실은 상호 변환이 가능(E=mc2)하다는 것이 밝혀져 두 개의 독립된 법칙이었던 질량보존의 법칙(質量保存-法則, law of conservation of mass)과 에너지 보존의 법칙(law of conservation of energy)이 하나로 통합됨으로서 그 후 원자력(原子力, atomic power)개발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그리고 보어나 하이젠베르크 등에 의해 고전물리학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인과율(因果律, causality: 특정한 결과가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떤 특정한 원인이 있어야 한다는 법칙임) 역시 적어도 원자의 세계에서는 통용될 수 없음이 밝혀졌다. 이렇게 되면 같은 조건하에서라도 항상 똑같은 결과를 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므로 이로서 데카르트의 기계론적 과학관은 적어도 미시의 세계에서는 전혀 통용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1917년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으로 우주의 이론적 모델을 세우려고 하였을 때 그는 우주가 팽창해야 하며 변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자신의 모델에 우주상수를 추가함으로서 우주가 정상상태에 있을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후에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아인슈타인은 우주상수가 자신의 가장 큰 실수라고 말하였다(최근에 와서 이 우주상수가 0이 아닌 값을 가지는 것이 밝혀져 오히려 선견지명이었던 것으로 인정됨). 1922년에 러시아의 수학자 프리드만(Alexander Friedmann)은 팽창하는 우주에 대한 수학적 공식을 제안하였으며 1929년에는 허블(Edwin Hubble)이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그 거리에 비례하여 멀어져 감을 발견하여 우주가 팽창하고 있음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1940년대에는 러시아에서 망명한 물리학자 가모프(George Gamow)가 알퍼(Ralph Alpher) 및 허먼(Robert Herman)과 함께 뜨겁고 밀도가 높은 하나의 점이 폭발함으로써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이론을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정상상태우주론을 주장하던 호일(Fred Hoyle)은 1950년 '우주의 본질'이라는 방송 강의를 하면서 가모프의 이론을 빗대어 "그럼 태초에 대폭발(大爆發, 빅뱅/big bang)이 있었다는 말인가"라고 그를 조롱하였는데 이때부터 가모프의 이론에는 대폭발(빅뱅)이론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호일과 본디(Hermann Bondi), 골드(Thomas Gold) 등은 완전한 우주론적 원리라는 철학적 입장을 바탕으로 우주는 항상 현재와 같은 모양으로 존재하고 우주가 팽창해서 빈자리가 생기면 이를 보충하기 위해 우주공간에서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기 때문에 항상 일정한 밀도를 유지하며 우주는 출발점도 없고 소멸도 없이 어떤 장소와 시점에서도 똑같다는 정상상태(正常狀態, steady-state/연속창조(連續創造, continuous creation)) 우주론(宇宙論, cosmology)을 제안하였다. 대폭발이론과 정상우주론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우주생성론의 두 축을 이루며 서로 경쟁적으로 발전하였으나 정상우주론이 등장하는 계기가 된 우주의 나이 문제가 1950년대 초에 대부분 해결됨으로서 이 이론은 점점 빛을 잃게 되었으며 특히 1965년에 펜지아스(Arno Penzias)와 윌슨(Robert Wilson)이 대폭발이론에서 예언했던 우주배경복사를 발견함으로서 대폭발이론이 힘을 얻게 되었다.

그 후 1970년대에 와서 우주의 구성요소들이 열과 온도에 반응하는 방식이 밝혀지면서 대폭발이론은 최첨단 우주론으로 인정받게 되었으며 1980년대 초에 이를 일부 수정한 구스(Alan Guth)의 급팽창우주론(急膨脹宇宙論, inflationary cosmology)이 등장하면서 당시까지 대폭발이론이 가지고 있던 단점들이 크게 보완되었다. 이 이론이 시사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질은 점진적으로 더 조직화되어가고 있으며 우주의 초기에 생긴 입자들이 서로 결합해 점점 더 정교한 구조들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비효율적인 것에서 더 효율적인 것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우주의 역사는 점점 더 조직화되는 물질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과학의 발달에 따른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다윈의 이론을 미국에 소개한 것은 그의 친구인 그레이(Asa Gray)였는데 처음에는 과학자들 중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개신교지도자들은 조용히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공립학교가 늘어나고 이들의 교과서에 진화론이 실리자 창조론(創造論, Doctrine of Creation)을 믿는 상당수 개신교 지도자들이 크게 들고 일어났으며 그 후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법정싸움으로까지 번졌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진화론이 우세해지자 이를 반대하는 측들은 이번에는 창조과학(創造科學, creation science)을 들고 나와 두 가지를 다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번에는 지적설계론(知的設計論, Intelligent Design)을 주창하였는데 초기의 지적설계론은 창조론에서 신(神, God)과 성서(聖書, Bible)에 대한 언급만 뺀 것에 불과하였다. 그 후 리하이대학의 생화학자인 베히(Michael Behe)는 진화론의 일부를 받아들여 소진화(小進化, microevolution)는 인정하는 좀 더 발전적인 지적설계론을 내세웠으나 그의 이론 역시 실패작이 되었다. 그래도 아직 미국 등 개신교가 활발한 지역에는 창조론을 수호하려는 세력이 많이 남아있다.

이렇게 창조론의 지지자들이 진화론과 힘겨운 투쟁을 하고 있는 동안 20세기의 물리학은 우주의 진화론이라고 할 수 있는 대폭발이론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우주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사실 대폭발이론은 창조론의 지지자들에게는 진화론보다 훨씬 더 충격적일수도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세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진화론이나 대폭발이론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창조의 과정이 성경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지 그것이 반드시 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모든 책은 그 책이 쓰여 질 당시의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쓰여 지는 것이며 그것은 종교의 경전이라고 다를 바 없다. 그래서 구약성서(舊約聖書, Old Testament)의 저자들이 설혹 오늘날과 같은 과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썼다가는 당시에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누구도 읽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성서의 내용이 오늘날의 과학적 지식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성서의 잘못도 아니고 부끄러울 일은 더 더욱 아니다. 애리조나 대학의 생물학 교수이자 도미니크 수도회의 회원이기도 한 홀렛(Martinez Howlett)은 자연의 법칙을 성경에 쓰여 있는 대로 이해하려는 사람은 오늘날 서양문화를 집어삼킨 세속성과 물질주의의 파도를 물리치는데 급급한 나머지 성경의 진정한 목적을 놓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니 오히려 성서의 자구(字句, wording)에 얽매여 창세기적 창조론만을 고집함으로서 그것을 믿는 사람들을 올바른 과학적 지식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로 신의 존재마저 부정하게 만드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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