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의원의 '양심선언', 비현실적인 정치자금법이 원인
스크롤 이동 상태바
김근태 의원의 '양심선언', 비현실적인 정치자금법이 원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명성' 강화한 현실에 맞는 정치자금법 필요

 
   
  김근태 의원김 의원은 지난해 '불법선거자금 양심선언'과 관련한 재판에 앞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 김근태 홈페이지
 
 

민주당 김근태 의원은 지난해 3월 3일 "2000년 8.30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 당시 5억4천만원 가량을 사용했으며, 이 중 2억4천5백만원은 선관위에 공식 등록하지 못한 사실상 '불법 선거자금'이었다"고 양심선언을 했다.

결국 김근태 의원은 '선거가 있는 해에 6억원 이상을 쓸 수 없도록 돼 있는 후원금을 8억4천5백만원 지출했고, 이중 2억4천5백만원에 대해 중앙선관위에 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 17일 법정에 서야했다. 김 의원은 이 일로 다음달 15일 다시 법정에 서야하고, 향후에도 수 차례 법정에 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와 일반 국민들은 김 의원의 위법행위에도 불구하고, 재판부의 사법처리보다는 '무죄선고'를 바라고 있다. 김 의원의 불구속기소 당시부터 시민단체와 정치권, 학계 등 에서는 김 의원의 '구명'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다.

김근태 의원 "기꺼이 책임지겠다"

김근태 의원은 지난해 3월 3일 "선관위에서는 경선이 끝나는 5월까지 3억원 이상 쓰면 안 된다고 하고, 후보기탁금으로 2억5천만원을 내야 했다"며 "법을 지키자면, 5천만원으로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내 가슴속의 냉소와 다른 사람들의 야유를 견딜 수 없었다"며 양심선언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김 의원의 양심선언 이후 '불구속기소'라는 법의 잣대가 드리워졌고, 이제 '법에 따라 처벌하느냐, 아니면 국민여론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느냐'의 결정이 남아 있다.

김 의원은 17일 재판에 앞서 "후회도 많이 했다"며 양심선언으로 인한 지금의 상황에 대한 심적 고뇌를 표현했다. 그러나 그는 "의연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며 "내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기꺼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사회 각계각층 '구명' 요구

김근태 의원의 양심선언은 국민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인지 김 의원에 대한 불구속기소 이후 그의 구명을 요구하는 성명서와 탄원서가 여야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 종교계, 학계, 문인, 그리고 김 의원의 팬클럽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김 의원의 공판에 자발적으로 증인으로 나서는 의원들도 나타나고 있다. 다음달 2차 공판에는 한나라당의 홍사덕 의원과 최병렬 의원, 그리고 민주당의 장영달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해 김 의원을 도울 예정이다.

자진해서 증인으로 나서기로 한 홍사덕 의원은 "정치자금이나 정치행태의 개선 속도는 일반 국민들의 인식과는 달리 대단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개혁적 정치인들의 끈질긴 노력의 결과이고, 그중 김근태 의원은 단연 돋보이는 존재"라고 김 의원의 개혁 노력을 추켜세웠다.

홍 의원은 또 "보편적 관행은 끊임없이 거부하면서 고쳐 나가던 사람이 그런 관행의 일부를 미처 고쳐내지 못한 채 잠시 타협했던 부분에 대해 벌을 준다면, 법조문에는 맞는 일일지는 몰라도 한국 정치행태의 개혁과 개선에는 치명적 타격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실련의 신철영 사무총장도 김 의원의 사법처리에 반대했다. 신 총장은 "지난해 경실련 창립 13주년 기념식에서 김근태 의원에게 '경제정의실천시민상'을 수여했다"며 수상근거로 '김 의원의 양심선언'을 들었다.

신 총장은 "(수상이유는) 많은 사람이 추정하기로는 '다들 선거법을 지키기보다는 실제로 많은 자금을 썼을 거다'"라며 "아무도 그 얘기를 안 했는데, 본인이 스스로 밝힘으로 인해 앞으로 정치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 총장은 "(김 의원의 양심선언이) 정치를 맑게 하는데 기여해야 한다"며 "이번 경우에 처벌되지 않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것은) 내부고발자 보호하고도 같은 취지"라고 덧붙였다.

안 쓸 수도 없는 정치자금

김근태 의원이 실정법을 어기고, 이에 대한 양심선언까지 하게 된 근본원인은 현실에 맞지 않는 정치자금법 때문이다. 물론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조롱을 받는 정치권이기에 국민은 정치인의 씀씀이에 불만이 가득하다.

그러나 법으로 제한하는 정치자금의 규모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도 끊임없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정치권 역시 현실적으로 개정되길 바라고 있다.

현재 국회의원의 1년 세비는 8천여 만원 정도이다. 그러나 세금을 공제하고 나면 7천만원대가 된다. 월 6백만원 정도의 세비가 국가에서 나온다. 국회의원은 여기서 지구당비와 중앙당비를 내야한다. 지구당 운영비는 의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수백만원은 기본이다. 또한 중앙당비도 선수와 직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 또한 모두에게 만만치 않은 돈이다.

의정보고서에 들어가는 돈도 정치자금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 세대수를 기준으로 할 때, 서울의 경우 8만부 정도는 찍어야 하고, 다시 배포하는 데 돈이 든다. 여기에 의정보고대회라도 할라치면, '천만원 정도는 우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렇다고 이 돈을 안 쓸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선거는 여전히 조직표의 위력이 대단하다. 의원들에게 있어 평소에 지구당 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다음 선거의 당락이 결정된다.

지구당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하고 자신의 의정활동을 홍보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각종 인건비와 의정보고서 등 각종 홍보물 제작비와 배포비 등이 필요하다. 여기에 지역구 내 각종 행사와 경조사비 등 크고 작은 돈의 사용이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지킬 수 있는 법으로 고쳐나가야

물론 정치자금은 줄여야 한다는 데에는 의원들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법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도 주장한다.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에서도 투명성을 전제로 정치자금의 현실화를 검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이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 국정연설에서 "정치자금은 더 투명해져야 하고, 제도는 합리적으로 보완돼야 한다"면서 "현행 정치자금 제도로는 누구도 합법적으로 정치를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의 문제를 지적했다.

홍사덕 의원도 "법과 문화 사이의 간격이 있어 충돌할 경우, 가장 고통받는 사람은 법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이라며 "김근태 의원이 거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어 "지금의 법은 선거때는 지키기 힘들다"며 "지킬 수 있는 법으로 고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철영 총장도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는 기한 제한을 늘려야 한다"며 "투명성을 전제로 적절한 정치자금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치개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연대도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정치부패를 막으려면 정치자금법 개정이 우선되어야 한다"며 "합법적인 정치자금 모금은 현실화·양성화하고, 정치자금 조성과정에서의 투명성은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정치자금 개혁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익명 2003-04-19 02:34:54
피고석의 김근태와 상암동의 노무현(1) br>1. 법정으로 가는 길목에서 br>br>- 지독한 사람 김근태br>br>불현듯 가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br>보아두어야만 할 것 같았다. br>br>어제, 2003년 4월 17일 오전 서울지방법원으로 들어가는 계단을 오르는 김근태의 뒷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다.br>계단이 끝난 지점에서 김근태는 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현관으로 들어갔다.br>br>아주 오래되어 빛이 바랜 사진과 같은 기억이 떠올랐다.br>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포승에 묶인 채 호송버스에서 내리던 한 투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애써 웃어보이고 있는데 사람들은 아무도 웃지 못했다.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떨구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다. br>br>사람들은 그를 김근태라고 불렀다. br>br>지독한 사람, "꼴찌에게 갈채를"을 쓴 소설가 박완서는 김근태를 가리켜서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박완서는 그토록 지독하게 고문을 자행한 사람들이 싫은 것은 물론이고, 그렇게 지독한 고문을 겨뎌낸 김근태도 싫었었다고.br>br>도대체 얼마나 사람이 지독하면 그 끔찍한 고문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박완서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 뒤 박완서는 김근태가 가족과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사람들에게 대한 깊은 김근태의 배려와 애정을 확인하고 다시 한 번 놀랐다고 밝힌 적이 있다. br>br>오늘, 수갑도 포승도 차지않고 재판정으로 향하고 있지만 착찹함은 줄어들지 않는다. 퍼런 수인복 대신 양복을 입고 있지만 비애가 줄어들지 않는다. 김근태을 격려하러 나온 수십 명의 사람들을 훑어 보았다.br>br>3할을 차지하는 40대와 50대, 그들은 어제의 김근태를 기억하기 때문에 오늘의 김근태를 신뢰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나는 나머지 7할을 차지하는 20대와 30대의 청년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br>br>김근태를 향해 희망돼지라고 불리는 저금통을 치켜드는 그들의 표정은 씩씩하다. 어제가 아니라 오늘의 김근태를 신뢰하기 때문에 내일의 김근태에게 희망을 거는 그들은 젊다. br>br>2. 형사5단독 519호법정에서br>br>- 패배주의에 동의할 수 없었던 사람 br>br>피고인석에 김근태와 권노갑이 나란히 앉았다. 30대, 아니면 40대 초반이 되었을까? 젊은 판사가 피고 김근태의 주민등록번호와 주소, 본적을 묻는다. 김근태가 대답한다. br>br>생년월일 470....br>주소 서울 도봉구 ...br>본적 서울 종로구 ... br>br>후원금을 받고 영수증처리를 하지 않아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사실을 스스로 밝힌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김근태는 이렇게 대답했다. br>br>"우리 정치를 국민의 참여 속에서 투명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본인이 앞정서 주장해온 (민주당 대통령후보) 국민 경선이 조직을 동원해야만 하는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보며 곤혹스럽고 고통스러웠다. br>br>내부에서 스스로에 대한 냉소가 발생했고 국민이 보내올 야유가 느껴졌다. 국민 경선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우리 정치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인 국민경선의 취지가 야유와 냉소 속에 좌초시키지 않기 위해, 누군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br>br>법이 정한 정치자금의 범위 내에서 경선이 치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변호사의 질문에 대한 김근태의 대답은"불가능하다"였다. br>br>민주당 후보경선이 치루어진 지난해 후보 한 명이 쓸 수 있는 최대 액수는 3억원이었고, 당에 내야 하는 기탁금이 2억5천만원이었다. 결국 후보 한 명이 5천만원으로 제주도에서 서울까지의 경선을 치뤄야 한다는 것이다.br>br>김근태는 이렇게 말했다.br>"국회의원이나 정치인 아니라 하더라도 정치에 대한 조금의 상식만 있는 사람이라면 그것이 불가능한 일임을 너무나 잘 알 것이다." br>br>지난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당시 김근태와 같이 출마했던 노무현 현대통령이 한 말이 떠올랐다. "성냥갑 안에서 잤다고 하면 사람들은 웃을 것이고 성냥갑 밖에서 잤다고 하면 검찰이 잡으러 온다."br>br>성냥갑 안에서 잤다고 하지 않은 죄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김근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어제 저녁에 본 한-일 축구 평가전이 떠올랐다. 상암구장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노무현대통령과 정몽준대한축구협회장의 모습을 TV는 오랫동안 부각시켰었다. br>br>활짝 웃던 상암구장의 노무현대통령을 떠올리는 사이 검사의 질문과 김근태의 답변이 이어졌다. br>br>검사: 그동안 왜 출두하지 않았는가?br>br>김근태: 정치인에게는 명예가 중요하다. 검찰은 본인에게 아무런 통보도 없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고, 나중에도 그 이유를 통보해주지 않았다. 그것으로 본인의 명예는 크게 훼손되었다. 그리고 다음 이유는 대선 후보경선에 출마했던 사람으로서 (민주)당의 대통령선거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메인페이지가 로드 됐습니다.
가장많이본 기사
뉴타TV 포토뉴스
연재코너  
오피니언  
지역뉴스
공지사항
동영상뉴스
손상윤의 나사랑과 정의를···
  • 서울특별시 노원구 동일로174길 7, 101호(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617-18 천호빌딩 101호)
  • 대표전화 : 02-978-4001
  • 팩스 : 02-978-83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종민
  • 법인명 : 주식회사 뉴스타운
  • 제호 : 뉴스타운
  • 정기간행물 · 등록번호 : 서울 아 00010 호
  • 등록일 : 2005-08-08(창간일:2000-01-10)
  • 발행일 : 2000-01-10
  • 발행인/편집인 : 손윤희
  • 뉴스타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타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towncop@gmail.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