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시비거는 아이들이 없었기에 눈치보지 않고 나만의 여유로움을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과목 외에 평전이나 위인전을 추가로 소지해 넣고 다녔고 그래서 오히려 체육시간이 기다려지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것은 우연히 읽기 시작한 책 한권에서 시작되었다. 소설책도 있었지만 연애소설 따위가 아닌 역사소설이 내 소장품이었다. 따라서 책을 읽고 경험했던 수많은 상상의 세계는 나로 하여금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 중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백범 김구]라는 인물전이었는데 내가 왜 김구 선생의 뜻을 이으려고 했는지 알 수 있다.
어려서는 필자와 달리 유난히 개구쟁이였던 김구는 아버지의 수저를 부러뜨려 엿으로 바꿔먹고 몰래 엽전을 가져가 떡을 사 먹다 동네 어르신에 발각되어 아버지한테 불려와 원숭이 엉덩이가 되었으며 물감을 풀어 빨래터를 엉망으로 만드는 등 어린시절에는 주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으나 성장하면서 글공부를 시작하고 마음좋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흥미로운 것은 김구(어린시절의 본명은 창암)가 주막에서 일본인 자객을 국모님의 원수를 갚는다는 이름으로 염통에 터널을 뚫는데 성공하면서 그는 체포되었지만 곧 탈옥하고 공주에 있는 마곡사라는 사찰에서 승려로 일시적으로나마 속세를 떠났다가 해방 후 기독교에 귀의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파란만장의 삶을 살았던 김구선생의 인생대로 비록 사는 게 재미없을지라도 멋진 인생을 살다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비록 식민지시대는 아닐지라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것이 현명한 삶인지 그 시대에 맞게 살아가려고 혼신의 노력을 하던 그 시대였다.
이렇게 책 속에 빠져드는 재미로 살아가던 나는 이때부터 책읽는 재미로 사는 것이 습관이 되었기에 대학시절까지 왕성한 독서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책을 읽었는지 내 자신이 한심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기 보다는 책은 나의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나를 더 옥죄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기 때문이다.
혹 내가 당시에 김구선생이 아니라 사무라이가 되겠다고 결심했다면 나를 대하는 친구들의 인식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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