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태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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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태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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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넘어 산

5.31 태풍이 불어 닥쳤다. 21세기 민생고를 빛바랜 1980년대의 안목으로 해결해 보려는 386식 정치를 더 이상 참지 못한 유권자들이 집권여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큰 태풍들이 계속될 것 같은 불안감이다. 민생고 태풍에 이어 동아시아 질서 재편 태풍과 북핵 태풍이 빠른 속도로 한반도에 접근하고 있다. 민심의 레드카드에도 불구하고 구태의연한 80년대식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가오는 태풍들을 맞이하면 한반도는 재기하기 힘든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4월 25일 독도 문제와 관련하여 한.일관계 특별담화문을 발표했다. 일본의 반응은 차가웠다.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는 5월 1일 미.일동맹의 미래를 위한 주일미군과 자위대의 재편 로드맵을 승인했다. 일본은 향후 100년의 동아시아 장래를 내다보는 미.일 신동맹의 구체적 밑그림이 완성됐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시아 주도국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대응해 일본은 20세기 초 영.일동맹을 맺기 위해 보여 줬던 저자세보다 더 낮은 자세로 미.일동맹을 새롭게 강화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을 최대한 활용하고 동시에 21세기형 변환작전통제권을 구축했다. 사실상 동아시아 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미.일 신동맹의 군사적 기반이 구체적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아소 다로 외상은 5월 3일 미국전략문제연구소에서 일본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를 첫째 미군 억지력 유지를 위한 미.일동맹의 강화, 둘째 공동이익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 심화, 셋째 동아시아 공동체를 위한 지역협력의 추진, 넷째 인도.호주.뉴질랜드와의 전략적 관계 강화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관계의 재활성화, 다섯째 북한 핵문제와 납치문제의 해결로 들었다.

5월 26일에는 '아시아의 미래 2006' 국제교류회의에서 아시아공동체의 길로 '네트워크형 아시아'의 미래를 구상한다면서 '지(知)의 네트워크' 구축과 '자민족중심주의'의 극복을 주장하고 있다. 미.일동맹의 새로운 변화를 보면서 중국은 단기적으로는 국내경제 우선 외교를 충실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계획대로 어느 정도의 몸매가 갖춰지면 중국이 꿈꾸는 '대동(大同)아시아론'의 등장은 시간문제다.

문제는 한반도다. 북한은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19세기 잣대로 21세기의 변화를 재단하면서 역사의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있다. 한국은 협력적 자주라는 20세기의 안목으로 21세기의 살 길을 찾고 있다.

북핵 태풍 또한 걱정스럽다. 벌써 아홉 달째 공전하고 있는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이 진행되고 있다. 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의 전략적 결정 없이 북핵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핵 태풍은 우리의 희망과는 다른 경로를 택할 위험성이 높다. 우선 북한과 미국은 모두 북핵 문제를 생존의 핵심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선(先)핵포기와 미국의 선대북 적대시정책 포기 요구가 팽팽히 맞선 채 타협안을 마련하기 어렵다.

다음 단계로 미국과 북한은 상대방의 전략적 결정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채찍과 당근을 모두 동원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 단계로 상대적으로 수가 부족한 북한은 핵포기 거부로 인한 체제변환의 위험성과 핵포기에 따른 체제변환의 가능성이라는 갈림길에 직면해 전략적 결정을 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북핵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노력으로 태풍이 소멸될 것이라는 주관적 기대를 높게 가지면 가질수록 태풍의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민생고의 태풍을 일단 견뎌내면 저절로 높고 푸른 하늘이 찾아오리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 동아시아 질서 개편과 북핵이라는 큰 태풍들이 한반도의 문턱에 다가와 있다. 청와대와 여의도는 21세기 민생고를 21세기적으로 해결하려는 새로운 깨어남이 있어야 한다. 동시에 밀어닥치고 있는 큰 태풍들의 풍향과 속도를 제대로 측정해 새로운 21세기 백년대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교수 하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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