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나가니까 라면 끓여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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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만 나가니까 라면 끓여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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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둘 중 하나는 백수다

그들의 오전은

▶ AM 05:00
우리집 시계안에서 사는 뻐꾸기가 5번 운다.
별로 상관안하고 계속 채팅을 한다.
▶ AM 06:00
아C발! 오늘도 일출을 보며 하루를 마친다.
정말 이 넘의 광통신을 끊던가 해야쥐. 거울을 봤다. 순간 놀랬다.
귀신이 물고간다.
▶ AM 11:32
엄마가 깨운다. 들은 채도 않고 계속 잔다.
▶ AM 11:33
얼굴에서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엄마가 맨발로 내 얼굴을 밟고 있다.
한번 참아보기로 하고 계속 잔다.
▶ AM 11:35
얼굴이 짓눌려 지는 기분이다. 도저히 더 이상 잠자기를 포기했다.
엄마가 한마디 한다. "엄마 나가니깐 라면 끊여먹어."
엄마에 대해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친모 찾아 나서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 AM 11:40
엄마가 또 잔소리를 한다. "그 지저분한 머리 좀 깎아. 더러워서 못 봐 주겠다"
그러면서 10000원을 던져 주신다. 오! 엄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그냥 친모라고 생각하며 살기로 했다.
▶ AM 12:00
아침밥부터 라면 먹기는 좀 너무한 것 같아 밥통을 뒤진다.
헉! 정말 밥통에 밥알 하나 없다. 그냥 라면 먹기로 한다.
라면을 다 먹고 나니 다시 잠이 온다. 한 번 더 자기로 한다.

그들의 오후는

▶ PM 01:00
친구 백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 녀석은 지금 일어났다고 말한다.
난 내가 조금 더 부지런 하다는 생각에 기쁨을 느낀다.
겜 방에 가자고 그런다. 한 겜 붙어주기로 했다.
▶ PM 01:30
쓰리퍼로 동네 겜 방에 갔다.
겜 방 영감님이 나를 반긴다. 이젠 저 영감님이 친 할아버지보다 더 친숙하다.
영감님에게 호부호형을 허락해 달라고 하려다가 관두기로 한다.
▶ PM 01:35
메일을 한번 체크한다. 5통이나 와있다.
음.... 예상대로 스팸메일... 메일을 아예 없애버릴까 순간 생각한다.
어케 없애는지 몰라 그냥 놔두기로 한다.친구와 판 벌린다. 오늘은 왠지 예감이 좋다.
▶ PM 04:30
눈이 팽하니 돌기 시작한다.
겜 그만 하고 밥 먹으러 가기로 한다.
▶ PM 04:40
짱깨 집에 들어간다. 짜장면 곱빼기 시킨다. 친구 백수는 짬봉.
주인이 단무지와 양파를 먼저 가져온다.
우리는 음식이 나오기 전에 단무지와 양파를 다 먹는다.
주인이 째려보든 말든 "아저씨 단무지 추가요"
▶ PM 05:30
오늘 머리를 잘라야 된다는 사실을 깜빡 잊었다. 지갑속의 돈을 봤다.
5000원 밖에 없다. 친구백수에게 동정의 눈길을 보낸다. 친구백수가 외면한다.
난 강제로 그 녀석의 주머니를 뒤진다. 결국 3000원을 빼앗아 튄다.
▶ PM 05:40
동네 미용실이다. 쥔아줌마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머리가 상당히 길군요. 몇개월 동안 안 깎으셨어요?"
"6개월 요" 아줌마가 다시 한번 나를 이상하게 본다. 사실 7개월인데..
▶ PM 05:50
바리깡의 날에 내 머리가 씹혔다. 아줌마가 짜증을 낸다. 난 모른 채한다.
다시 가위를 잡고 내 머리를 자르기 시작한다.
▶ PM 05:55
짜증 섞인 투로 아줌마가 한마디. "저기 가서 머리감고 오세요."
조금 미안한 마음으로 머리를 감는다.
▶ PM 06:10
드디어 머리를 다 깎았다. 간만에 까리해진 내 모습을 본다.
아줌마는 수건으로 자신의 땀을 닦고 있다. 거시기 끝낸 사람처럼..
돈 7000원을 내고 나가면서 한마디 했다. "6개월 후에 다시 올께요"
▶ PM 07:00
간만에 학교 동아리 방에 올라왔다.
후배 녀석들이 하나둘 동아리 방에 올라온다. 전부 인사만 하고 따른 곳으로 사라진다.
운동장에서 후배 녀석끼리 모여 노래연습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창작가요제 인기상에 빛났던 나의 노래실력을 후배 녀석들에게 보여 주기로 한다.
▶ PM 07:40
기타를 잡고 있던 후배 녀석에게 김경호 노래를 반주하라고 시킨다.
앞부분 무리 없이 잘 간다. 중간 연달아 삑사리 친다.
기타 그만 치라고 후배 녀석에게 말한다.
"군대가서 훈련병에게 고함을 많이 쳤더니 목소리가 갔네. 나! 조교 했거든"
후배들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쪽팔려서 조용히 동아리 방으로 간다.
▶ PM 08:00
군대갔던 한 후배녀석이 휴가를 나왔다.
나에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역시 나를 피해 사라진다.
나는 그냥 조용히 동방에 누워 있는다.
▶ PM 08:30
술자리를 가는데 같이 가자고 물어본다. 당연히 간다고 말한다.
후배 놈의 뜨거운 눈총이 이어진다. 하지만 상관없이 술집으로 향한다.
▶ PM 09:00
소주는 안 먹고 안주발만 세운다. 후배 놈들과 선배가 자꾸 째려본다.
그리고 나는 한마디 한다. "이모! 여기 두루치기 하나 추가요"
▶ PM 10:00
간만에 소주 두병이나 마셨다. 뵈는게 없다. 오바이트가 쏠린다.
후배들 앞에서 약한 내 모습을 보이지 않기로 한다.
그리고 모두가 술자리를 접고 일어난다. 모두들 카운터로 간다.
힘겹게 일어나 나 역시 카운터로 간다. 우엑~~ 결국 카운터 앞에서...
▶ PM 10:20
카운터 앞에서 일을 치루는 바람에 돈을 내지 않았다. 뿌듯했다.
술 약한 것이 이럴 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 PM 10:30
집을 향해 조금씩 걸어간다. 힘이 들어 놀이터에서 조금 쉬었다 가기로 한다.
어린 여자애들이 담배 피고 있다. 사회가 많이 변해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여자애들이 괜히 시비 걸까봐 조용히 일어나 다시 집으로 간다.
▶ PM 10:55
드디어 집에 도착한다. 엄마가 잔소리한다.
"밤만 되면 술 쳐먹고, 새벽에는 컴퓨터 하고...왜 사니?"
삶의 의미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한다.
너무 어려운 주제 같아 그냥 포기하기로 한다.
▶ PM 11:00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그렇게 많은 안주를 먹었는데도 배가 고프다.
내 배에는 거지가 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밥통에 밥을 비빈다.
깨끗하게 다 먹는다.
내일 아침에는 틀림없이 밥 때문에 대혼란이 일어날 엄마의 얼굴을 생각하며...
▶ PM 11:50
눈이 또렷하게 맑아오기 시작한다.
“이제야 또 하루가 시작 되는구나”
컴을 켠다. 채팅 방에 들어간다. 그리고 백수클럽에 들어간다. 모두를 반긴다.
역시 나를 반겨주는 애들은 역시 백수클럽 애들 밖에 없다.

"아!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세계 넘버원 게임천국이 왠가? 했더니 바로 너희들이었구나"

백수클럽! 영원하리!!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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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제 2006-06-05 10:29:01
정말 백수들의 하루는 화려함 그 자체임다.
만능백수클럽 이대로 가면 일 내겠다.

배이제 2006-06-05 10:57:41
대한민국이 세계 넘버원 게임천국인 이유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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