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사법부의 관료집단화를 막고, 개별 법관의 독립성을 강화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사안이 ‘법관인사제도의 개선’이다. 대법원장 한 사람에게 법관의 인사권이 독점되어 있고, 사법시험 성적이나 연수원 성적, 사법연수원의 수료연도 등을 기준으로 하는 서열이 법관임용의 기준으로 제시되는, 현재의 법관인사제도는 ‘사법부 독립’의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법관인사제도의 개선은 사법부 독립뿐만 아니라, 국민이 질 좋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와도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국민들이 양질의 법적 서비스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지난 3월 30일, 법관인사제도의 개선을 위해 대법원은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했고, 오는 10월까지 논의된 개선 방안들을 대법원장에게 건의하여, 구체적인 법관인사제도를 마련할 계획이다. 따라서 ‘법관인사제도의 개선’이 법관 개개인을 바탕으로 한 사법권 독립과 사법부의 법률 서비스 개선을 위한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14일 오전, 인권위에서 '법관인사제도의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 김태우^^^ | ||
사법권독립의 핵심은 ‘법관인사제도 개선’
4월 14일 오전, 국가인권위 건물에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월간 잡지 쥬리스트(Jurist)가 주최한 ‘법관인사제도의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건국대 법대 교수인 임지봉 씨는 “현행 법관인사제도가 △ 사법권 독립을 저해하고 △ 사법적극주의 보다는 사법소극주의를 고착화시키며 △ 사법부를 국민들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임 교수는 “법원의 예산 편성권이 법원에 있지 않고, 행정부에 있다는 사실이 사법권 독립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개별 법관의 독립 문제”이며,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이 ‘법관인사제도’”라고 주장했다.
또한 임 교수는 사법독립권의 보장을 위해 “사법부가 사법적극주의에 입각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장을 위한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하며, 관료집단의 성격을 버리고 ‘소수자와 약자를 위한 기구’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현생 법관인사제도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한 임 교수는 “어떤 기수가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에 올라가면 그 기수 중 승진심사에서 탈락한 법관은 사표를 내는 것이 관행화 되었다”며, “(이러한 관행이) 40, 50대의 숙련된 법관들을 사직으로 내몰고, 전체 법관의 평균연령을 하향화시켜 재판의 권위가 약화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관인사권은 하나의 판례법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서울 고등법원 판사 홍승면 씨는 “법원이 상명하복의 서열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대법원장의 독점적 인사권 때문에 법관의 독립이 유명무실하다”는 임 교수의 지적에 대해 반박했다. 홍 판사는 “’서열’이란 말 속에 높고 낮음의 가치판단이 들어가 있으나, 실제적으로 ‘서열’이란 말은 배치의 기준과 순서로서 활용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대법원장에게 독점되어 있다는 인사권은 하나의 판례법”이며, “부정이 발견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서울 법원의 부장이 될 때까지 20여 년간 법관 개인의 능력 차이를 떠나,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 대법원장의 인사권”이라고 말했다.
“법관의 서열은 객관적인 인사를 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한 홍 판사는 “이러한 서열은 계급이 아니라, 법관 개인의 재판업무 능력이 향상되면서 점차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시스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홍 판사와 임 교수는 근무평정이 법관인사에 반영되는 점을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홍 판사는 “애매한 기준으로 작성되는 근무평정이 법관인사제도의 투명성을 떨어뜨린다”는 임 교수의 지적에 대해 “22년 동안 한 사람의 인사가 아닌 다수의 인사에 의해 평가된 근무평정은 가치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면서도, “다만 업무처리에 관한 능력이 구체적으로 계량화되어 있지 않아서 이를 사법발전위원회의 2003년 주요 업무로 정해놓았다”고 설명했다.
^^^▲ 대구카톨릭대학 법대 교수인 신평 씨가 현행 법관인사제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 김태우^^^ | ||
“22년 동안 유능하게 일한 법관과 무능하게 일한 법관이 똑같이 대접 받는 현행 법관인사제도는 한마디로 형편없는 제도다”
대구카톨릭 대학 교수이자 변호사인 신평 씨는 토론 내내 날카롭게 현행 인사제도에 대해 비판했다. 신 교수는 법조 브로커와 결탁하여 죄를 저지른 모 지원장에 대해 언급하면서, “검찰이 지원장을 구속하려고 하자, 사법부에서 서둘러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 사건을 매듭지었다”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홍 판사의 “법관이 재직하는 동안에도 한 차례 이상의 검증이 있어야 하며, 그 검증의 주체는 재야 변화사나 시민단체가 아닌 법원이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신 교수는 홍 판사의 이러한 주장이 “대통령과 검사들의 면담 시, 검찰총장의 인사권을 달라고 주장한 검사들의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규정하고, “인사위보다는 징계위를 강화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신 교수는 “(내가) 법관 임용에서 떨어질 때, 사전고지도 없었고, 적법한 절차도 없었다. 거기에 사생활을 비방하는 흑색선전까지 했다”고 주장하면서, “진정한 사법개혁은 방법의 문제이기에 앞서, 변화를 의지가 확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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