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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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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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짓눌린 냄새가 방안 구석구석에서 악취를 풍기며,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여 신음 소리를 냈다. 대소변을 받아 내는 일조차도 힘이 들어졌다. 고통의 신음 소리는 집안 깊숙이 모든 가족을 비통함에 젖게 하기에 충분했다.

간암과 폐암의 말기 증세는 가족 모두에게도 고통을 주었지만 아버지는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 자체가 힘이 드는 일이었다. 아버지는 너무 아파서 몸을 가누지 못하며 가족들에게 고통을 호소했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

너무 아파서 간간이 지르는 소리와 고통을 참으려는 정신적 갈등으로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고, 깍지 못한 머리와 얼굴의 수염은 더욱 죽어 가는 환자의 모습을 만들고 있었다. 가족들이 해주는 것은 고작 읍내에 있는 작은 병원에 부탁하여 진통제를 놔주는 것이 전부였다.

가족들은 이제 가망이 없는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해주려고 했지만 아무 것도 잡수시지 못하고 간간이 아프다는 고함소리를 낼뿐이었다. 어머니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음을 탄식하며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살다가 갈 수밖에 없음을 슬퍼했다.

평소에 아버지에게 잘 대해 드리지 못한 것을 용서해 달라는 말과 아버지의 죽음이 어머니의 잘못처럼 울부짖었다. 할머니는 회색 빛 먼 산과 새벽 별을 보며 장독대 위에 정한 수를 떠놓고 기도를 했다. 달을 보고 우는 일이 많아졌다.

온통 눈물 투정이 얼굴로 눈물 콧물을 찍어내며 주술을 외웠다. 할머니는 당신을 먼저 데려가 달라고 했다. 환자인 아버지는 당신의 어머니 앞에서 아픔을 참으려고 노력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고통을 감내 하며 괴로워했다.

인간은 빵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으며 사랑이라는 양식을 먹어야 산다.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마지막 사랑을 쏟아 붓는 것 같았다. 아버지의 아픔을 대신하려는 듯 모든 것을 헌신적으로 아버지에게 정성을 다했다.

가족들은 누구도 어머니와 같은 정성을 아버지에게 다하지 못했다. 성호는 그러한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기에 아버지가 진솔한 삶을 살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머니 역시 남편의 사랑을 받고 살았다.

서로의 사랑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사랑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것이 아니며, 상대적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사랑하지 않고는 살수가 없다. 그러나 그러한 사랑을 느끼지 못할 때 무서운 해악이 오며, 나쁜 일을 저지르게 된다.

광호에게 퍼부은 어머니의 사랑도 그러했지만 광호는 어머니를 배반했다. 어린 시절에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들 중에 범죄자가 많다.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사람은, 사랑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몰라,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고, 자기 자신도 사랑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든 사랑하지 못하면 그는 나쁜 사람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사랑할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때, 사람들은 인생의 허무감을 느끼고 고독감과 절망감을 느끼게 된다. 사랑의 향기가 없는 인생은 물이 없는 오아시스와 같다.

어머니마저 배반한 광호는 아무도 사랑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서운 범죄를 저지르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호는 아버지가 죽음으로 가고 있는 속에서 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형은 남을 사랑하지 못하고, 부모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문제가 되었음을 생각했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했기 때문에 아버지가 죽음으로 가고 있는데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남을 사랑하지 못하는 자는 부모도 사랑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형이 무척 미웠다. 그러나 보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소원을 들어 드리지 못함을 미안해했다.

형이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해 달라고 어머니는 염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병환을 위해서 기도하고, 아들을 용서해 달라며 기도했다. 어머니의 그러한 소원은 아무 소용이 없는 듯, 아버지는 죽음으로 가고 있었고, 광호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성호는 형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 잡혀 있었지만 어디서 찾아야 할지 난감해 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아버지는 죽음으로 서서히 닦아 가고 있었다. 죽을 날을 기다리는 아버지는 점점 원기를 잃어 가며 눈을 뜨는 일조차도 어려워했다.

어머니는 더욱 열성적으로 아버지를 위해 소원했다. 아버지는 절대 죽지 않으며 다시 살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이 마치 당신의 잘못처럼 간절하게 염원했다. 아파 있는 아버지보다 더 애처로워서 볼 수가 없었다.

식음을 전폐하고 오직 기도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가족들은 환자인 아버지도 걱정을 하고 있었지만, 어머니의 건강도 함께 걱정했다. 아버지는 아픈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아버지는 반복되는 고통을 참느라고 가늘게 숨을 쉬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될 수 있는 한 참아서 어머니에게 아픈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허사였다. 어머니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점점 더 아프다고 외쳤다. 아픔과 고통의 반복이 점점 많아졌고,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고, 반복되는 일이 점점 많아졌다.

아버지는 이제 지쳐서 기력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었고 희망이 안 보였다. 바람 속에 꺼져 가는 촛불처럼 근근히 목숨을 연명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환자인 아버지의 고통,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생명의 연장 가능성, 앞으로 닥쳐올 죽음에 대한 공포, 이런 것들을 아버지와 함께 하시려고 노력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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