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살 돋는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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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살 돋는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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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딜 만지는 거야?”
“그냥 형님이 좋아서 그런 것인데.....”
“허 참! 별놈을 다 보겠네.”
“저가 싫다면 할 수 없지만 나는 형이 너무 좋은데....”
“야! 너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너 혹시 호모 아니야.”
“형님은 왜 자꾸 저를 이상하게 보시는 겁니까.”
“야 임마! 잠자러 왔으면 그냥 자면 되지 왜 자꾸 더듬는 거야.”
“저는 그냥 잠을 못 자요 누구라도 껴안고 자던지 아니면 뭐라도 잡고 자는 버릇이 있거든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탓인지 거나하게 마셨던 술이 순식간에 확 깼다. 여자도 아닌 남자 놈이 몸을 더듬는데 놀라기도 했고, 동성애를 즐기는 호모인가 싶어 재빨리 옷을 주워 입고 모텔 방을 빠져 나왔다.

앞의 대화를 들어보면 3류 소설의 한 토막 같지만 이런 일이 실제 노총각의 첨단을 걷고 있는 내 후배에게서 벌어졌다. 물론 늦은 시간 우연찮게 술자리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모범생도 있겠지만 가끔은 나사가 풀렸거나 괴상망측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 걸물들도 있다.

흔히 말하는 꽃뱀, 제비들만 아니다. 자신의 성적 욕구를 위해 집요한 계산 하에 접근하는 징그러운 선생들도 흔치 않게 보인다는 사실이다.

후배 녀석이 술독 속을 헤매다 종로 거리로 빠져 나온 시간은 12시가 조금 넘었다. 도로 옆구리에는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젊은 취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노량진” “압구정” “상계동”등을 목놓아 부른다. 그러나 야속한 택시들은 방향이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야멸차게 지나가 버린다.
바지가랑이를 타고 올라오는 찬바람은 양복 깃을 밀어 올리고, 신발 속의 발까락도 아스팔트의 찬 기운을 견디기 어려운지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이 무렵, 3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깨끗한 정장차림의 남자 한명이 다가왔다.

“형씨, 어느 방향으로 가십니까.”
“장위동으로 가는데, 같은 방향이십니까.”
“예, 저도 장위동 쪽입니다.”
“아이! 반갑습니다. 저는 장00이라 합니다.”
“예 저는 배00라 합니다.”

후배 녀석은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작전에 말린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둘은 합세해 택시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진짜 종로에서 택시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 사람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 수록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은 마치 뻥튀기 하듯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이때 시계를 쳐다보든 장00이 제안을 해왔다.

“형씨, 이러지 말고 우리 어디 가서 한잔 더하고 사람들이 줄어들면 그때 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주당이 이런 부탁 박절하게 거절 못한다고 했던가. 둘은 짝짜꿍이 돼 근처 24시간 영업간판에 불이켜진 해장국집을 찾아 들어갔다. 술집에는 새벽 1시가 넘었는데도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감자탕 중(中)자 하나에 소주 한병을 시키고 마주앉은 두사람, 다시한번 반갑다는 악수를 건넸다. 닭살 돋는 인연에 모락 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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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망태 2006-05-22 13:04:10
언제나 술꾼들의 하루는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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