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전경^^^ | ||
서울대(서울대학교#이고시오) 총학생회는 이날 오전 ‘총학생회와 학생 정치조직의 분리 선언’이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그간 한총련 등 여러 학생 정치조직이 폭력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운동 방식으로 학생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한 뒤 “대다수의 학생들이 폭력적이고 투쟁 일변도인 학생운동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총련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탈퇴 이유를 밝혔다.
황라열 총학생회장은 성명서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한총련에 탈퇴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지만 그 때마다 한총련이 애매한 태도를 보여 왔었다”며 “내 임기 중에는 어떠한 학생 정치조직에도 가입하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이어 “‘반미(反美)투쟁’이나 ‘독점자본 타도’를 주장하는 학생운동단체들 때문에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이 무시돼 왔다”며 “학생운동이 한국사회의 민주화에 기여한 점은 인정하지만 민주화가 실현된 이후에는 학생 정치조직의 부작용이 많다”고 덧붙였다.
2000년대 들어 서울대 비운동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총련에서 탈퇴하자는 움직임은 있었으나 총학생회가 한총련 탈퇴를 공식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학생운동의 커다란 축을 담당했던 서울대 총학생회의 한총련 탈퇴는 그동안 한총련 탈퇴를 미뤄왔던 비운동권 계열의 다른 대학 총학생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한총련의 결집력이 크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동국대와 단국대, 경북대 등 일부 대학 총학생회에도 조만간 한총련 탈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대의 이날 결정이 한총련의 추인을 받을지는 불확실하다. 한총련 규약상 탈퇴하려면 학생총회 혹은 전체대표자회의 이상의 의결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
성균관대와 한양대 총학생회도 지난 1997년과 2003년 각각 한총련 탈퇴를 선언했지만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부결된 바 있다.
한총련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서울대 총학생회가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을 경우 내년 총학은 한총련에 다시 자동으로 가입된다”고 설명했다.
한총련은 지난 1993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후신으로 출범했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 비운동권 학생들이 폭력적인 운동 방식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세력이 약화된 상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25일 서강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한총련 창립 13주년 기념의 밤 행사에는 집행부와 시민단체 회원 등 60여 명만이 참석하는데 그쳤다.
한편 총학생회의 한총련 탈퇴 결정에 서울대생들의 반응도 크게 엇갈렸다. 일단 관악캠퍼스의 12개 단과대 학생회 중 상당수가 탈퇴결정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모 단과대 학생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총학의 이번 결정은 너무 성급한 측면이 강했다”며 “대다수 학생들의 의견도 묻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모든 학생들이 학생운동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사회과학대의 한 학생은 “국민은 물론 학생들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학생운동은 이제 영원히 사라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이라며 “앞으로 학생운동은 취업이나 복지혜택 등 구체적인 삶에 치중하는 형태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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