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이임하기 직전에 도널드 트럼프 신임 대통령에게 남긴 257개 단어로 쓰인 편지를 미 시엔엔(CNN)방송이 입수, 공개했다.
3일(현지시각) 공개된 편지 내용은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축하 인사와 칭찬으로 시작해 ‘국제질서 준수, 민주주의 발전, 국민의 삶에 대한 보호, 세계에 대한 미국의 역할의 막중함 등을 강조한 되새겨볼만한 글들로 구성됐다.
통상 미국 대통령들은 후임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편지를 남기는 것이 전통이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빠른 시일 안에 공개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조지 .W. 부시(아들부시) 전 대통령은 2009년에 쓴 편지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01년에 쓴 편지는 올해 들어서야 공개되었을 정도이다.
그런데 CNN은 이 같이 빠른 시일 안에 편지를 입수하게 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편지를 보여준 어떤 사람”으로부터 입수한 것이라고 밝히고,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편지 처음 시작하는 글에서 “선거의 놀라운 승리를 축하한다. 어느 당이든 관계없이 수백 만 명이 당신에게 희망을 걸었고, 그 희망이 임기 중에 더욱 확대되어 번영과 안보를 위한 희망으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면서 “모든 가정과 어린이들을 위한 사다리를 더 많이 만들어 줄 것, 국제 질서를 유지해 줄 것, 민주주의 제도와 전통을 보호해 줄 것” 등을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편지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에이비시(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 편지에 대해 “아름다운 편지”라면서 칭찬했고, 자신도 편지에 감사의 전화를 걸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점잖은 충고도 곁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줘야 하며, 세계에서 미국 대통령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지적하고, “지금 미국의 민주주의를 최소한 우리가 처음 알았던 때만큼 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바마 전 대통령은 “급박한 사건들과 책임이 막중한 일에는 친구와 가족을 위해서 시간을 주고 일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피하기 어려운 험난한 과정도 그들이 헤쳐 나가게 해 줄 것”이라며 트럼프의 출발을 축하해줬다.
이어 편지는 국제질서를 유지하려면 ‘행동으로 모범’을 보여주는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의 번영과 안전도, 이 국제질서 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편지는 “우리는 일시적인 대통령직을 수행할 뿐”이라면서 “법의 지배나 삼권분립, 법아래 평등, 자유의 권리 등 민주주의 제도의 수호자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지는 또 “나날의 어지러운 정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민주주의의 수단을, 적어도 우리가 들고 있는 이 힘으로 유지해나가야 할 책임이 있다”며 민주주의 보호를 특히 강조했다.
한편, 편지가 공개된 후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 보좌관은 트위터에서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게 전하는 참으로 현명하고 웅변적인 충고이다. 그런데 현직 대통령이 그것을 얼마나 무시해왔는지를 보면 정말 슬프다”고 말했다고 CNN은 전하면서 “사법 당국에 압력을 가하고, 의회를 위협하는 트럼프의 수법을 거론하며, 오바마의 편지에 대해서는 ‘선견지명’이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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