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통신부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실시 방침을 두고 네티즌들이 찬반양론을 벌이고 있다. ⓒ 정통부 게시판^^^ | ||
이메일을 열어보기가 짜증날 만큼 하루에도 수십 통의 스팸 메일이 오고, 사이버공간에서는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고 있다. 게다가 두 눈 뜨고 보기 민망할 만큼 낯뜨거운 음란물이 넘쳐 나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는 "인터넷 문화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 문화의 정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3월 28일 정보통신부(장관 진대제, 이하 정통부)가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실시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부정적인 인터넷 환경을 정화한다’는 취지를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이번 정통부의 방침은 중요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의 자율성’이다.
인터넷의 자율성과 쌍방향성
지난 대선의 주인공은 네티즌들이었다. 그들은 새로운 선거문화를 창출해냈고, 노무현 정부의 탄생에 일조했다. 대규모 군중집회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로 대체되었고, 한국사회는 가장 돈이 안 든 선거를 현실에서 치루어냈다. 그 중심에 네티즌이 있었다.
이러한 ‘선거혁명’이 가능했던 이유는 인터넷이 신문과 TV처럼 일방적인 매체가 아니라 ‘쌍방향적인 매체’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발명으로 인해 전문가나 사회 저명인사만이 발언권을 얻는 시대는 지나갔다. 평범한 시민들이 각자의 의견과 주장을 인터넷에 올리고, 공유했다. 항상 청자에 머물러야 했던 일반 대중들에게 발언권이 주어진 것이다. 시민들은 세상의 변두리에서 세상의 중심으로 옮겨졌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의 힘’이었다.
또한 온라인은 여러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하는, 오프라인의 메이저 미디어들과는 달리, 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에 따라 자율적으로 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물론 이러한 부분과 관련하여 욕설과 비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네티즌의 수준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정보를 선택할 수 권리도 네티즌의 고유 권한이다.
이번 정통부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실시 방침’은 이러한 인터넷의 자율성과 쌍방향성을 간과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사회적 공익을 창출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면, 인터넷 실명제 방침은 이러한 민주주의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것이다.
“정통부가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할 수 없는 4가지 이유”
4월 1일, 진보네트워크센터(networker.jinbo.net, 이하 진보넷)는 ‘정통부가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할 수 없는 4가지 이유’라는 논평을 내놓았다. 진보넷은 이 논평을 통해 “정통부의 이러한 방침은 정치권이, ‘촛불시위’와 ‘민주당 살생부’, ‘전자개표 조작설’ 등과 같이 논란을 일으킨 문제들의 근거지가 인터넷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네티즌들의 권리를 축소시키고, 감시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번 논평의 주요 내용이다.
△ 익명성은 합헌적으로 보장 받는 권리이다. 우리 헌법은 통신의 비밀을 보장하고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의 모든 법률에서 엄격하게 보장되는 국민의 권리이다.
△ 인터넷 실명제는 국민이 자기 행위에 대한 사후적으로 법적 책임을 지는 것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즉 모든 국민의 행동과 발언을 사전에 기록으로 남길 것을 법으로 강제하는 인터넷 실명제는 법관이 발부한 영장 없이 국민을 수색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 인터넷 실명제가 가능 하려면 거대한 국민 데이터베이스가 하나 이상 구축되고 실명확인을 위해 상시적으로 대조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정보의 유출 위험이 예견된다. 만약 개인정보가 유출되어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면 이것은 프라이버시 원칙을 침해하는 것인 동시에 현행 법률에도 위배되는 처사이다.
△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 ‘위축적 효과’를 낳는 정부의 행위를 검열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 글을 쓰는 사람의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는 인터넷 실명제는 명백한 국가 검열 행위이다.
^^^▲ 정보통신부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실시 방침을 두고 네티즌들이 찬반양론을 벌이고 있다. ⓒ 정통부 게시판^^^ | ||
또한 “국민이 권력의 시선을 의식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지난 독재정권의 시대에서나 일어날 일”이라며, 정통부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실시 방침’에 대해 강력하게 반대했다.
국가는 개인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권한이 없다
미국 영화 중에 포르노 잡지 ‘허슬러’를 창간해 백만장자가 된 래리 플린트의 삶을 그린 ‘래리 플린트’(1997년 작. The People vs. Larry Flint)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 래리 플린트는 ‘허슬러’의 출판을 정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사람들과 미국의 법 앞에서 싸움을 벌인다. 그리고 결국 래리 플린트는 법 앞에서 승자가 된다. 미국 법은 ‘도색잡지의 출판을 금지시켜서 얻는 사회적 이익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 당할 피해가 훨씬 크다’고 인정한 것이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이다. 래리 플린트 식으로 말한다면, “실명제를 통해서 욕설과 비방이 사라지는 이익보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 당할 피해가 훨씬 크다” 정도가 될 것이다. 정통부라고 해도 실명제를 요구할 권리는 없다.
정통부의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실시 방침’은 역기능을 방지하기 위해 순기능을 축소시키는 정책이다. 인터넷 토론 문화의 정화는 정통부의 일방적인 방침이 아니라, 네티즌의 자율성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후에 야기될 수 있는 여러 부작용을 줄이고, 새로운 진보를 거듭하는 인터넷 세상 속에서 함께 변화하는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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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익명제에 대해서 반대하시는 것 같은데, 왜 그럼 떳떳하게 실명제로 글을 쓰시지 익명으로 쓰셨는지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실명제를 원한다면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