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이 예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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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릉도원이 예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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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따라 몸따라> 경남 진해 “장복산”

"창원, 마산, 진해가 통합해서 광역시가 된다는 이야기도 가끔 들리는 것 같던데요?"
"그런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기 그리 쉽지는 않을 낍니더"
"왜요?"
"재정이 튼튼한 창원시가 열악한 마산과 진해를 끌어안을 리도 없고, 또 만약 통합돼도 통합 광역시의 이름 또한 문제지예. 마창시로 하면 창원, 진해가 반대할 끼고, 창마시로 하면 마산과 진해가 발칵할 거 아입니꺼. 통합이 되기는 되야 하는데..."

아기의 속살처럼 뽀얗게 피어나던 목련이 어느새 바나나 껍질처럼 축축 늘어지고 있다. 눈 가는 곳마다 노오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나 언뜻언뜻 아지랑이 같은 현기증이 일 것만 같다.

산비탈 곳곳에서 주름살을 잡고 누워있는 논과 밭에서는 파아란 뚝새풀이 보리처럼 쑥쑥 자라나고 있다. 그 곁에 산을 마치 치마폭처럼 감싸고 있는 과수원에서는 복사꽃과 살구꽃이 연분홍 입술을 예쁘게 오므리며 수줍은 듯 제 몸뚱이를 파르르 떨고 있다.

지금 한반도 곳곳에서는 개나리와 벚꽃이 망울망울 피어나기 시작하면서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온통 꽃으로 뒤덮히고 있다. 달콤하게 목덜미를 감싸안는 봄바람과 그 봄바람을 타고 향긋하게 다가오는 꽃내음. 이 곳이 어딘가? 눈에 보이는 곳곳이 모두 무릉도원이 아닌가.

 

 
   
  ^^^▲ 창원, 마산, 진해를 사이좋게 가르고 있는 장복산
ⓒ 경상남도^^^
 
 

지금 장복산 곳곳에서는 연분홍 진달래꽃이 피어나고 있다. 이미 군항제가 끝난 진해 시가지 곳곳에 선 벚꽃나무들은 벌써 초여름을 맞이하려는 듯 서둘러 파아란 잎사귀를 쑥쑥 내밀고 있다. 장복산 일대는 온통 피어난 꽃들이 내뿜는 향기와 빼곡히 들어찬 나무들이 내뿜는 연초록 빛으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삼한시대, 장복(長福)이라는 장군이 말타기와 무예를 익힌 산이라고 해서 그 이름이 붙여진 장복산(582m)은 창원과 진해를 사이좋게 가르고 있는 산이다. 진해에서 바라보면 진해시를, 창원에서 바라보면 창원시를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이 장복산 자락에는 88만 여평의 드넓은 녹지대가 공원으로 만들어져 있다.

진해와 창원, 마산을 이어주는 장복로 꼬리 부분에 둥지를 틀고 있는 이 장복산 공원의 주소지는 경남 진해시 태백동 72-74 번지이다. 이 공원은 잔잔한 남해바다를 품에 안고 있는 미항 진해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왜냐하면 이 공원에 올라서면 진해시와 진해만의 쪽빛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공원에는 안타까운 사연이 숨겨져 있다. 장복산 공원의 어머니가 바로 1979년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쥬디이기 때문이다. 당시 태풍 쥬디가 이곳에 상륙했을 때 장복산은 그 거센 폭풍우를 견뎌내지 못하고 발목 한짝을 내주고 말았다. 그후 진해시가 이 산사태를 복구하면서 궁리 끝에 만든 것이 바로 이 장복산 공원이다.

하지만 지금 이 공원에는 그런 흔적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다. 이 공원 곳곳에는 온통 벚꽃나무가 울창하게 뒤덮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복산 중턱에는 이 지역 향토문화예술을 밝히는 시민회관이 있다. 이곳에서 삼밀사까지는 2Km의 편백림과 산책로가 아늑하게 뚫혀져 있으며, 대광사와 진흥사란 간판이 붙은 사찰도 보인다.

지금 마악 연초록 잎사귀가 돋아나고 있는 벚나무 길을 따라 대략 15분 정도 더 걸어가면 마치 고래가 큰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마진터널이 나온다. 이곳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무슨 비석이 하나 우뚝 서 있다. 이 비석이 다름 아닌 태풍 주디 때, 마진터널의 붕괴를 막으려다 순직한 해군 헌병 8명을 기리는 추모비다.

"이곳에 왜 왜놈들의 꽃나무인 벚나무가 이리도 많습니까?"
"저도 학실하게는 잘 모릅니더. 제가 알고 있기로는 왜놈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진해에는 벚나무가 자생하고 있었다 캅디더. 근데 일제 강점기 때 왜놈들이 저거 나라꽃이라꼬 계획적으로 이곳에 10만 5백여 그루나 되는 벚나무로 심었다 캅디더"
"왕벚꽃은 제주도가 원산지라고 하던데요?"
"왕벚꽃은 꽃망울이 크고 색깔도 흰색에서 분홍색까지 다양하지예. 또 꽃도 오래 가고 향기도 진하지예. 왜놈들이 국화라고 주장하는 벚꽃은 왕벚꽃을 개량한 꽃이라 캅디더"

이곳에서 산 정상을 향해 또다시 15분 정도 더 올라가면 마치 호랑이처럼 길게 엎드린 장복산 등뼈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산 아래를 바라보면 끝없이 반짝거리는 은빛 윤슬 때문에 눈이 부신다. 그래. 지금 윤슬의 바다 속에 떠서 고기잡이배처럼 출렁거리고 있는 저 섬들이 바로 거제도와 잠도, 저도, 삼섬, 가덕도가 아닌가.

바람이 제법 거세다. 이곳에서 다시 숨을 가다듬고 장복산 등뼈를 따라 올라가면 갈림길이 하나 나온다. 이 갈림길이 바로 바둑판처럼 잘 정리된 창원시로 내려가는 길목이다. 이 갈림길을 지나 다시 20분 정도 더 걸어가면 성주사 곰절과 군사기지가 있는 불모산이 보이면서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2시간 30분 소요.

"그래도 아직까지는 바람이 제법 차지예"
"그래도 다음 주말 쯤 되면 철쭉도 하나 둘 피어나기 시작하겠는데요?"
"아, 어디 가나 성질 급한 놈들이 먼저 설친다 아입니꺼. 아마도 철쭉이 만개로 할라카모 한 2주 정도 더 있어야 될 낍니더"

 

 
   
  ^^^▲ 장복산의 위용마치 금방이라도 호랑이가 어흥, 하고 일어설 것만 같다
ⓒ 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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