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신들린 이승엽이다.
이승엽은 16일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원정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시즌 4호 홈런을 포함해 5타수 2안타 2타점 1홈런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8-7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선사했다.
지난, 4월 9일 주니치와의 경기부터 이어가고 있는 '멀티 히트(한 경기에서 2개 이상의 안타를 기록하는 것)' 연속 경기수도 7로 늘렸고, 타율도 0.414를 기록해 센트럴리그 타격 2위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트레이드마크인 홈런(4개)을 포함해 타점(15타점) 득점(20득점)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분에서 상위권을 달리며 국내에서 보여주었던 기량을 일본에서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퍼시픽리그에 속한 지바 롯데에서 활약하던 지난 2년간의 기록과는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이고 있는 이승엽. 시즌 초반 무섭게 달아오른 그의 방망이에는 어떤 비결이 숨어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자신감
최근 이승엽이 뿜어내고 있는 절정의 타격감은 자신감에서 묻어나온 가장 큰 수확이다. 2004년 일본에서 첫 시즌을 치렀던 이승엽은 귀국하면서 '나는 선수도 아니었다.'라는 강한 자기비판으로 철저하게 실패한 1년이었음을 시인했다. 한국 최고 타자라는 자존심도 많이 상했지만, 무엇보다 자신감이 뚝 떨어졌었다.
지난 시즌에도 지바 롯데의 발렌타인 감독이 왼손 투수에게 약한 이승엽을 플래툰 시스템 속으로 집어넣으면서 반쪽 선수로 전락시켜 버렸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과 타점을 올렸지만, .260이란 저조한 타율은 여전히 이승엽이 기록할 수준이 아니었다.
WBC를 거치면서 이승엽은 세계 정상급 투수들에게 홈런과 안타를 뺏어 내면서 '내 스윙이 확실히 통한다.'라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고, 이는 이번 시즌에 들어서면서 과감한 승부와 확실한 선택에 이은 스윙으로 이어지면서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16일, 요코하마와의 경기에서도 2회 선두타자로 나와 초구 홈런을 기록한 장면이 자신감을 회복한 이승엽의 현재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좌투수 극복도 한 몫 해
두 번째는 그동안 맥없이 물러났던 좌투수와의 대결에서도 이기고 있다는 것에 있다. 국내에 있을 당시 이승엽은 좌투수와 우투수와의 타율 편차가 그리 크지 않은 좌타자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변화구가 좋은 일본의 좌투수들은 상대하기 쉽지 않았었다.
지바 롯데에서도 좌투수 극복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플래툰 시스템의 희생자가 되어야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16일 경기까지 총 15경기를 치른 이승엽의 타율은 0.414이다. 그중 좌투수와의 대결에서의 타율도 0.340을 웃돌고 있어 좌 투수에게 약점을 보였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이승엽이 기록한 4개의 홈런 중에서도 좌 투수에게 뽑아낸 홈런이 2개다.
이렇게 이승엽이 좌투수를 극복할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일본 투수들의 투구 패턴과 습관들을 익히기 시작하면서, 이승엽의 특기인 '수 싸움'에서 이기기 시작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상대 투수의 투구 패턴과 구종을 미리 예상하는 수 싸움에서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치기 까다로운 좌투수와의 대결을 수 싸움으로 대처해가고 있는 것.
146경기를 치르는 센트럴리그에 처음 데뷔한 '거인의 4번 타자' 이승엽의 초반 15경기 성적은 기대 그 이상이다. 당초 2할 후반 대 타율과 40홈런 100타점 정도로 약속했던 이번 시즌 기록은 현재 추세라면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홈런을 비롯해 클러치 히터로서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인 홈런과 타점 면에서도 뒤지지 않는 기록을 보이고 있지만, 교타자의 평가 기준인 타율과 출루율에서도 리그 최상위권을 달리며 일본에서 이승엽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의 심장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 이승엽이 명문 구단으로서의 자존심을 실추한 요미우리의 우승과 아시아 홈런왕의 자존심을 동시에 되찾을 수 있을지, 그의 방망이에 많은 야구팬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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