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월드컵 포스터 ⓒ fifaworldcup.com | ||
1980년대 중반으로 들어오면서 세계 축구는 또 한 번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지금까지 축구 공격과 수비라는 극단적인 면에만 치중했다면, 1980년대를 넘어오면서 허리 즉 미드필드의 중요성을 알아갔기 때문이었다. 강한 공격과 탄탄한 수리를 이어주는 허리에 대한 재발견이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흔히 부르는 '현대축구'의 시초 격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경기를 지배하기 위해 허리를 먼저 점령해야만 했고, 이를 위해 압박과 치열한 중원 싸움이 비로소 본격화됐다. 허리의 재발견이 이루어진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은 그래서 더 치열하고 빛나는 명승부가 많았던 대회였다.
◆ 제13회 1986년 멕시코 월드컵
▲ 개최 배경
1970년 열린 정기 총회에서 FIFA(국제축구연맹)는 13회 대회 개최국을 콜롬비아로 선정하였다. 12회 대회가 유럽인 스페인에서 열리기 때문에 FIFA로서는 당연한 결정이었다. 이미 남미에서 우루과이를 시작으로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이 월드컵을 개최해 콜롬비아의 개최에 아무도 이견을 나타내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월드컵 개최를 3년 앞둔 시점에서 일어났다. 1983년 콜롬비아는 자국의 경제 상황이 어려워 회복할 수 없어지자 FIFA에 대회 개최 포기 신청을 하고 말았다. 경기장은 물론이고 대회를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막대한 자금을 동원할 능력이 도저히 없었기 때문이었다. 콜롬비아는 월드컵 효과를 기대하며 어렵게 준비를 이어갔지만, 더 이상 무리하면 국가가 파산될 처지였다.
이에 FIFA는 다급해졌다. 대회 개최국을 찾아 부심 했지만, 단기간에 모자람 없는 월드컵을 개최할 능력을 가진 나라는 없어 보였다. 당시 미국과 브라질이 함께 유치 신청을 했었지만 FIFA는 축구 불모지인 미국에 경제난을 이유로 월드컵 개최권을 안겨준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해 거부했고, 브라질 역시 재정 상태가 불안해 FIFA가 의지하기 힘들었다.
이때 FIFA가 생각해낸 나라가 바로 멕시코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개최해 세계규모 대회에 익숙하고, 단기간에 경기장 및 시설을 가장 합리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당시 멕시코는 1979년엔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1983년엔 세계 청소년 축구선수권을 연이어 개최해 국제 대회 개최에 프로가 된 나라였다.
FIFA는 지난 1954년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스위스에 도움을 청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멕시코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고, 거부할 이유가 없던 멕시코는 흔쾌히 FIFA의 손을 잡았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2번이나 대회를 개최하는 나라가 탄생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유럽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 1970년 대회에서 고원 지대로 인한 핸디캡을 톡톡히 맞본 유럽은 강력하게 반발했으며 FIFA에 개최국 변경을 주장했다. 하지만, FIFA는 예전처럼 각국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전전긍긍했던 예전과는 달랐다. 그리고 참가국들도 개최국의 문제로 월드컵 출전을 포기할 나라는 더 이상 없었다.
▲ 브라질과 프랑스의 8강전 경기 장면 ⓒ fifaworldcup.com | ||
▲ 월드컵 뒷얘기
마라도나의, 마라도나를 위한, 마라도나에 의한
1986년 월드컵은 그야말로 마라도나를 위한 대회였다.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 마라도나는 아픔을 맛 봤었다. 1978년 대회에서는 대표로 발탁되었지만, 당시 아르헨티나 감독이 '너는 다음에도 기회가 있다.'라며 선배들에게 양보할 것을 요청해 물러났었고, 1982년 대회에서는 상대들의 집중 마크를 당해 재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절치부심하며 기다렸던 1986년 월드컵. 비로소 마라도나는 만개한 기량을 뽐내며 26세의 많지 않은 나이로 세계 축구계를 평정하였다. 비록 8강전에서 '신의 손' 사건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곧바로 센터 라인 부근에서 골키퍼까지 명을 제치며 골을 성공시킨 그의 천재적인 모습은 아직도 많은 축구팬의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1986년 대회의 두 번째 적, 대지진
콜롬비아 대신 월드컵을 개최하기로 한 멕시코에서는 1985년 대지진이 발생해 월드컵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었다. 갑작스런 콜롬비아의 개최 포기에 이어 나타난 대지진으로 월드컵을 방해하기 위한 악령이 나타났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였다.
1985년 9월 19일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 시티를 강타한 리터 규모 7.8의 이 대지진은 이틀 뒤 다시 6.8의 여진을 발생시키며 대도시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 무려 2만 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1천억 달러의 재산 피해를 낸 이 대재앙으로 멕시코는 커다란 위험에 빠졌지만,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지진 피해를 복구하고 착실하게 월드컵을 준비해 대회를 개최하는 데 성공했다.
▲ 마라도나의 '신의손' 득점 장면 ⓒ fifaworldcup.com | ||
두 명의 슈퍼스타 때문에 눈물 흘린 서독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서독은 세 번째 월드컵 우승을 향해 쾌속질주 했지만, 이탈리아의 축구 영웅 파울로 로시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고 말았다. 헌데 4년이 흐른 1986년에서도 똑같이 한 명의 축구 영웅으로 인하여 2 대회 연속 준우승의 고배를 마셔야 했다.
1986년 월드컵에서 난적 프랑스를 2-0으로 따돌리고 결승에 오른 서독은 마라도나가 버티는 아르헨티나와 마주쳤다. 마라도나는 결승전에 득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욕심을 내지 않는 철저한 팀플레이를 펼치며 팀을 리드 했고, 결국 마라도나의 보이지 않는 힘을 받은 아르헨티나가 서독을 3-2로 힘겹게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82년 대회에서 로시에게 무릎을 꿇었던 서독은 4년 뒤엔 또 한 명의 축구 영웅인 마라도나에 의해 월드컵 우승의 꿈을 접어야만 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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