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마시고 풍류까지 곁들여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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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마시고 풍류까지 곁들여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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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下)

먼저 자기가 한잔하고는 소나무에게 “소나무야 자네도 한 잔 들게“ 하면서 술 한잔을 퍼서는 소나무 뿌리에 부었다.

이렇게 권커니 잣커니 해가면서 거뜬히 술 한독을 다 비워버리고서는 옷을 툭툭 털고 일어 났다.
그리고는 기분이 좋은 듯 친구 집 하인에게 빈 독을 지워보내고 자기는 흥겹게 시를 읊으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것이 술 한독 지고 가라면 못 지고 가도, 마시고 가라면 다 마시고 간다는 말로 지금도 주당세계에는 널리 회자되고 있다.

굳이 이런 풍류를 열거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대인들은 바로 이런 풍류를 모두 잊어버리고 오로지 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저 술 마시기 위해 술을 마시고, 뭔가에 쫓기듯 조급하게 술을 마신다. 다음날 아침잠에서 깨어 보면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거저 남을 헐뜯고 세상한탄만 하다 그 긴 시간을 다 보냈다.

술이란 많이 마시는 것보다는, 술을 마시고 얼마나 재미있게 또 유익하게 보냈는가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 술 마시는 사람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도 다 이런 풍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술 잘 마시고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말이 있다. 이왕지사 이런 말을 들으려면 술 한잔에 풍류까지 곁들이면 얼마나 멋이 있을까.

그것은 자신보다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기억에 평생 남는 술자리가 될 것이다. 매일 위스키 한 병씩을 마시면서 2차대전 회고록을 쓴 처칠이나, 막걸리 몇잔에 걸작의 시를 남김 김삿갓이나 다 나름대로의 풍류가 있다. 술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또 가장 즐겁게 마시는 버릇을 키워야 한다.

열하일기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우리나라 사신이 중국 상류사회의 신사들과 교환을 하는데 그들은 술을 조그만 잔으로 잔을 빨 듯 홀짝홀짝 마시는 품새가 시답지 않은지라 큰 주발을 가져 오라 하여 거기에 가득 채워 쭈르륵 한 숨에 들이켰다.

그런데 그들로부터 찬탄이나 칭송은커녕 비웃으며 한다는 말이 그것은 술을 즐기며 마시는 것이 아니라 논에 물을 대는 것이라는 놀림을 받았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마시고 실수를 했다면 그게 국가적 망신이 아니겠는가. 아무리 술이 강하다고 해도 여럿 앞에서의 객기는 꼭 실수를 낳기 마련이다.

적당한 술로 재미있게 즐길 줄 아는 그런 문화적 토대를 다시 뿌리내리기 위해 우리 주당과 주포스맨들이 앞장서자. 우리나라에는 우리 것 다운 술 문화가 없어진지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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