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희망의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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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희망의 무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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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노사카 아키유키의 <반딧불이의 무덤> 나와

 
   
  ^^^▲ <반딧불이의 무덤> 표지
ⓒ 다우출판사^^^
 
 

"오빠, 변소는 어디로 할까"
"아무데로나 하면 돼, 오빠가 따라가 줄게"

오누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줌을 누는데 빨강 파랑불빛을 반짝이는 일본 전투기가 날아간다.

"저거 특공대야. 반딧불이 같아"

오누이는 그 참에 반딧불이를 잡아 모기장에 풀어놓았다. 아침이 되자 반딧불이의 반이 죽었다.

1963년, 성적인 주제를 적나라하면서도 유머스럽게 형상화 한 처녀작 <에로사 스승>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일본 작가 노사카 아키유키가 쓰고, 서혜영이 우리 말로 옮긴, 한 편의 동화같은 단편소설 <반딧불이의 무덤>이 다우출판사에서 나왔다.

이 단편소설은 그동안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왜냐하면 일본 에니메이션의 거장으로 평가 받는 영화감독 타카하타 이사오가 "반딧불의 묘지" 라는 만화영화로 만들어, 영화인들로부터 '쉰들리 리스트' 에 버금 가는 전쟁영화라고 극찬을 받았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팬더북 측에서는 10여년 전,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저작권법이 발효되기 전에 <개똥벌레의 무덤>이란 제목으로 이 책을 냈다가 지난해에 <반딧불의 묘>란 이름으로 다시 새롭게 펴냈죠. 하지만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죠. 지금은 엄연히 저작권법이 있으니까요. 저희들은 에이전시를 통해 정식으로 계약을 하고 이 책을 펴냈습니다"

일본 대중예술상인 나오키상까지 수상한 <반딧불이의 무덤>의 원제는 만화영화 제목과 같은 <반딧불의 묘지>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이름과 장소, 시대만 다를 뿐, 흡사 미국의 무차별적인 이라크 공습으로 인해 지금 이 시간에도 부모를 잃고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가고 있는 이라크 어린이들의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만 같다.

<반딧불이의 무덤>은 1930년에 태어난 작가의 전쟁체험을 주춧돌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태평양전쟁이 종국으로 치닫던 당시, 작가 자신이 실제로 일본 고베에서 부모를 모두 잃어버리고 부랑아로 떠돌았던 전쟁고아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도 작가 자신의 실제체험이 생생하게 묻어있는, 일종의 회고록에 가까운 글이기도 하다.

 

 
   
  ^^^▲ 본문 속의 그림
ⓒ 다우출판사^^^
 
 

이 책은 펴는 순간부터 너무 슬프다. 태평양전쟁이 끝나갈 무렵, B29기의 폭격으로 하루 아침에 고아가 되어버린 세이타와 세츠코 남매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혹독하게 겪는 굶주림과 고통은, 바로 작가 자신이 직접 겪었던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불탄 거리를 떠돌던 배고픔에 대한 작가의 기억은 소설 속의 세이타와 세츠코에게 사실 그대로 옮겨진다.

근데 왜 하필이면 전쟁으로 인해 불탄 자리를 반딧불이의 무덤이라고 표현했을까. 반딧불이는 캄캄한 밤에 꼬리에서 반짝반짝 빛을 내는 아주 작고 하찮은 벌레이다. 하지만 반딧불이가 어둠을 쬐끔씩 밀쳐내는 그 환한 빛은 종종 희망의 상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 아마도 작가는 전쟁의 상흔을 반딧불이의 죽음에 비유해 희망의 무덤, 즉 전쟁은 곧 절망뿐인 현실이라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게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경계의 눈초리를 풀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태평양전쟁의 범인은 결국 폐허가 되고 마는 일본이 아니었는가 말이다. 다시 말하자면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가 마치 그 전쟁의 피해자인 양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쟁의 결과물은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나 피해자 모두에게 영원히 지울 수 없는 크나큰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이 소설은 1945년 9월 21일, 고베 산노미야 역 구내에서 부랑아이자 고아인 세이타가 죽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가 들끓는 복대 속에서 세이타가 꼭 품고 있었던 알사탕 깡통 속에는 영양실조로 죽은 네 살짜리 여동생 세츠코의 하얀 뺏조각이 들어 있다. 여동생 세츠코의 하얀 뼛조각이 나뒹구는 그 자리에는 반딧불이들이 하늘을 어지럽게 날고 있다.

세이타와 세츠코는 고베 공습으로 인해 집이 불에 타고 어머니마저 잃는다. 해군장교인 아버지는 오래 전에 전쟁터로 나가고 없다. 당시 열네살이었던 세이타는 네살 난 여동생 세츠코를 데리고 캄캄한 방공호 속에서 생활한다. 공습 싸이렌이 울리면 세이타는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동생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사람들이 대피한 빈 마을에 들어가 먹을 것을 훔쳐온다.

또한 세이타와 세츠코는 캄캄한 방공호를 밝히기 위해 반딧불이를 잡아 모기장 속에 집어넣는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면 반딧불이는 모두 죽어있다. 네살 난 세츠코는 그 반딧불이를 위해 반딧불이의 무덤을 만든다. 하지만 세츠코가 결국 죽고 말자 세이타는 더 이상 반딧불이를 잡지 않는다. 세이타는 세츠코를 화장시키며 이렇게 중얼거린다. "세츠코, 반딧불이와 함께 천국으로 가렴" 이라고.

<빈딧불이의 무덤>은 모두 7부로 나뉘어져 있다. '세이타의 죽음', '석 달 보름 전, 공습', '어머니의 죽음', '친척집에서', '굴속에서', '굶주림', '세츠코의 죽음'이 그것이다. 각설하고, 이 책은 오늘도 이라크에 무차별 폭격을 퍼붓고 있는 부시 대통령과 전쟁을 부추기는 미국민들과 영국민들이 반드시 읽어보아야만 할 그런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이 책은 초등학생들까지도 그림을 보면서 자연스레 읽을 수 있도록 동화처럼 꾸몄습니다. 또 책 곳곳에 만화영화 장면의 생생한 그림을 넣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실제로 만화영화를 보는 것같은 그런 느낌이 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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