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의 골프 유감
예순의 골프 유감
  • 배이제 논설위원
  • 승인 2017.05.12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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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지났거든 골프도 지나쳐라

정(67) 씨의 골프 시작은 순전히 지인과의 회식 모임마다 겪는 소외감 때문이었다.

“그래 어제는 경산 가서 몇 개나 치고 왔나?” “말도 마. 죽도록 땅만 팠지. 아웃(OUT)에 마흔 한개, 인(IN)에 마흔 여덟 겨우 보기플레이 했지“ “엄살 부리고 있네. ‘핸디’많이 줄었네” ‘드라이버’ ‘아이언’ ‘퍼트’... “스윙이 어쩌고저쩌고...“로 시작되는 빌어먹을(당시만 해도) 저희끼리의 골프이야기는 밤을 샐 지경이라 지겨웠지만 귓가에 담기는 그들의 세상이 엄청 부럽기도 했다.

퇴직 한 달 뒤, 동네 골프연습장에 코치의 레슨을 받는 조건으로 년 회원이 되고 이후 6개월 동안 갈빗대 금이 가서 잔기침 못할 통증마저 이겨가며 극한 연습으로 이어갔다. 아편에 취한 듯 신들린 사람처럼 딴엔 정말이지 열심히 쳐댔다. 외출이 없는 날은 진종일 골프TV로 채널고정하고 세계 1, 2위를 한다는 박인비, 리뎌고, 전인지의 출전경기는 물론 레슨프로도 빼먹은 적이 없었고 세상에서 제일 부드럽게 친다는 ‘프레드커플스’며 골프천재 ‘타이거우즈’를 꿈꾸어 대며 말이다.

정 씨는 5년 전 대구CC에서의 첫 라운딩을 잊지 못한다. 평시 운동신경이라고는 ‘제로’로 알려진 그였지만 “골프 치러간다”는 소식에 하나 뿐인 딸자식 사위자식이 골프채며 가방, 원색 골프의상을 사들고 왔다.

“아버지 골프 잘치고 오셔요 멋쟁이 울 아버지 파이팅!”

“그래 너거들 보아서도 잘치고 올께”

의기양양 출정식을 마치고 생애 첫 타석에 들어섰지만 다리는 후들들, 식은 땀 등골에 쏟고 눈앞은 캄캄해지며 녹색 ‘페어웨이’는 간 곳이 없다.

티샷을 했다. ‘쪼루’다. 뒤 팀 관중의 야유 섞인 한숨소리 들려왔다(그 누구도 입도 떼지 않았다 자기차례를 기다렸을 뿐). 3번 홀을 마치고는 골프채고 뭐고 디 팽개치고 ‘쇼생 탈출’로 마감했다. 일행은 “뭐가 저런 놈이!” 눈치지만 ‘백 코스’한 ‘라커’가 천국 같았다. 회원권 가진 친구가 더러 있어 그 등쌀에(?)

10년 차가 된 골퍼지만 아직 ‘100파(破)’도 못했다. 골프의 꽃이라는 ‘드라이브‘ 거리는 150m​안팎이어서 작년부터는 ’레이디 티‘에 섰고, 예민하다는 ’아이언 샷‘은 아직도 뒤땅 치기로 농부 밭고랑 일구는 신세다. 그뿐인가 타석에서 “굿샷 나이샷” 소리 들어본 적 까마득하고 천 날 만 날 앞선 오너에게 속 쓰린 “굿샷! 나이샷!”을 의무처럼 질러댔으니 누가 탄식했다는 “내가 이 짓하려고 골프 쳤나?” 때늦은 후회하며 푸념을 쏟았다.

10년 차 골프를 정산해본다. 골프채 네 번 바꿔치기/ 그린 피 캐디 피(월 4회)/ 잃어버린 공​3000개(개당1000원 주로 재활용공)/ 뒤풀이(소위 19번 홀로 통하는 비용) 등등.. 수월찮은 거금을 골프장에 바친 셈이지만 싱글(81타)은 커녕 보기플레이(90타)조차 변변찮았으니(주말골퍼끼리 주고받는 ’오케이!‘하는 공짜 ’싸인‘으로 해본 엉터리싱글은 기억나지만) ’역시 나는 골프맹이구나‘라는 사실을 최근에 와서야 비로소 실감한다. ’뼈 빠지도록 쳐댔는데‘도 불구하고. 돈과 친구, 체력(‘멘탈’까지) 삼위일체가 되어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골프! 지난 경험으로 보면 이 또한 헛소리로 들린다.

며칠 전 골프를 배우고 싶다는 사촌아우(60)에게 “그 나이에 무슨 골프타령인가. 거름지고 장에 따라 가는 사람 꼴이 될 것이니 그만두게“ 타박을 줬다. 그리고 골프에 빠졌던 시점에 만난 칠순 선배가 “이 사람아 골프는 관두소. 배운다고 지만지만 배워지는 운동이 아니며 잘 치면 밥만 먹고 공만 치는 바보라고 욕 듣고, 못 치면 ‘100파‘도 못한 병신이란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 그런 것이네“ 충고도 되새긴다.

호사가들은 남자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최고의 행동으로 “앉아서 하는 마작-누워서 하는 섹스-​서서하는 골프”로 꼽는다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스트레스를 날리기보다 오히려 키우는 잡기​(雜技)에 가깝다는 이유 몇 가지를 댄다. 첫째로 내기골프를 들었다. 일행들은 얼마라도 돈을 걸고 쳐야 승부욕을 제대로 만끽한다면서 내기를 권하는데 몇 번 거절하면 왕따 당하기 일쑤다.

4명​-1조의 경기여서 싫으나 좋으나 따라 할 수 밖에 없고 ‘따’니 ‘따 따불’을 외치다 보면 때로는 언성 높여 싸우기 까지도 해 주변의 눈총을 받게 된다. 이런 한국인의 내기추태는 외국의 일부 골프장입구에 ‘한국인 출입사절’ 팻말을 세워 둘 지경이니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근래에 들어 부쩍 골프의 대중화를 외치지만 비회원이 즐겨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대략 20만원 정도의(주말은 30만원) 경비도 부담이 가지만 5~6시간의 라운딩을 위해 진종일을 골프장에서 보내야하니 이만저만한 시간낭비가 아니다. 그래서 골프를 아직은 부자들의 놀이문화로 여긴다.

​비회원인 정 씨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일행을 따라 나서려면 마누라의 눈치코치 다 살피고 겨우 허락받아 온 일도 이젠 지친다고.

“40~50대가 골프장 출입인구의 주종이라고 합디다.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한데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나 은퇴자가 한가하게 즐기기에 적당한 레저문화의 일종이라는 것 이지요” 슬하에 세 아들을 두고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골프를 권하지 않겠다고 했다. 10년을 그 노력으로 매달린다면 무슨 직책인들 완수하지 못하겠냐고 반문하면서 “미국에서도 성공한 은퇴자가 즐기는 운동으로 골프를 꼽는다는데 하물며 청년실업문제가 화두인 이 땅 젊은이들이 당연히 고려해야 할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예순을 앞둔 나이라면 골프는 염두에 두지도 말아야 합니다. 10년 공부 나무아미타불이 된 저를 좀 봐요” 애당초 운동치인 자기가 언감생심(言敢生心)했어야 할 골프를 두고 괜한 자격지심을 주절댄 것 같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

이날 TV에서는 유소연선수의 LPGA메이저대회 우승소식을 전했는데, 금년 시즌 다섯 번째 쾌거라는멘트에 정 씨는 “물론 세계를 주름잡는 선수들에게는 천부당만부당 잔소리겠지요. 태극낭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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