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허공을 떠돌던 물분자들이 뭉쳤다.
극성을 가진 분자들의
투명한 응집력, 구슬이 되어 쏟아진다.
물은 넓은 가슴으로 모든 것을 포용한다.
피라미와 쏘가리도, 올챙이나 개구리도,
진흙과 수련까지 포근하게 안아 키운다.
물은 유연하다.
그릇에 따라 저항하지 않고 적응한다.
한 잔의 맑은 물일 수도 있고 잔잔한 호수일 수도 있다.
그 호수는 평온함의 상징이다.
물새가 날아들 댄 잔잔한 파문을 그리기도 한다.
평화와 안정, 바로 그것이다.
그러다가 때론 하늘로 오른다.
떠돌다 힘들면 흰 꽃송이가 되어 사뿐히 내린다.
온 천지를 꽃밭으로 만든다.
물은 모든 것들을 적시고
그 속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생명의 율동과 순환은 오로지 물의 장난이다.
따스한 날엔
한 송이 장미꽃이 되어 태어나기도 하고
화려한 호랑나비가 되어 꽃동산에서 춤추기도 한다.
결코 물의 의지를 거스를 수는 없다.
가는 길을 막으면 엄청난 힘이 되기도 하고
바람과 휘돌면 아무도 막을 수가 없다.
물의 사상은 겸손이다.
누가 뭐래도 낮은 곳으로만 찾아간다.
오늘도 겸손의 미학과 힘을 말없이 가르치고 있다.
-다운의 독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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