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는 영원한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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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는 영원한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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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또 보아도, 주고 또 주어도

손주 사랑이 더 그리운 탓은?

오전에는
할아버지가 사준 장난감을 받고서
'좋아라!' 하고 얼싸안고 놀다가,
기어이 부셔버리고

오후에는
벌써 그것을 준 사람조차
잊어버리고는
지 애비어미 품만 찾더라

나는
녀석들 너무나
무심한 마음에 삐쳐
시무룩 눈만 흘겼다.

“하뻐찌 안녕! 함니 안녕!” 한 살 터울 손주 민이 현아가 지난번 다녀간지 100일 만에 현관으로 들어서며 안긴다. “오냐 어서들 와. 오느라고 고생했다. 이게 얼마 만이고 그래” 부빈 볼을 열 번도 더 부빈다. 할아버지는 곧장 이 모서리 저 모서리 지킴이 ‘1초 대기조’에서 손주 낮잠들 때까지 두 시간 내내 ‘기쁨조’를 자처한다.

방바닥이야 푹신한 이불 깔아 아랫집 방음벽이 되었지만 눈높이 이마높이 이 모서리 저 모서리는 그야말로 흉기돌변이다. 주방에서 짐을 풀던 지어미 주변을 맴돌던 현아가 ‘쿵’ 식탁 모서리를 박고는 ‘으앙’ 자지러진다.

할아버지는 곧장 문턱 지킴이 모서리 지킴이 ‘1초 대기조’로 숨이 가빠지지만 역부족인 찰나에 이번에는 숨겨둔 변신로봇을 발견한 민이가 문턱에 걸려 무릎을 깨고는 “아야야! 아야야!” 닭똥눈물이다. 20분도 지나지 않아 2대 0이다. ‘엉터리 대기조 - 엉터리 기쁨조’가 돼버렸다.

부랴부랴 구급상자 가져와 “호오” 소독약 바르고 1회 반창고도 붙여주고 공주인형은 현아에게 로봇인형은 민이에게 안겨 주니 금방 해맑은 눈망울로 팔짝 팔짝 뛰며 배꼽인사를 준다. 내심 눈물이 핑 돌며 노인의 느려터진 순발력을, 좁디좁은 아파트를 탓했을 뿐이다.

주고 또 주어도 또 주고 싶고, 보고 또 보아도 또 보고 싶은 손주는 왜 이토록 이 나라 할아버지 할머니를 애틋하고 그립게 할까? 손주라는 존재는 항상 티 없이 맑고 순진무구한 순수 그 자체이며 물질적 정신적으로 아무런 이해에 얽매이지 않는 지고지순한 내리 사랑의 유일한 인간관계이기 때문이리라.

10수년전 외신에서 조차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여서 조부모의 손주사랑이 세계 최고일 수밖에 없는 유교국이 되었다”라고 전파하기도 했다지만 “두불 자손이 더 귀하다”(아들보다 손자가 더 귀엽다)는 대대로 내려오는 속담을 그대들이 알 수는 없을 터이다. 아무튼 귀하고 귀한 손(孫)이 더 귀해진 세대를 살아가야 하는 이 땅 조부모의 손주로 향하는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은, 그 화려한 고통은 더해만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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