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이라크전 파병 '역사적인 선택'의 날
4월 2일, 이라크전 파병 '역사적인 선택'의 날
  • 김태우
  • 승인 2003.04.02 0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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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반대를 위한 농성 6일째, ‘제3차 철야농성’ 보고서

^^^▲ 4월1일, 파병안 국회처리 하루를 앞두고 반전과 평화를 상징하는 촛불이 타고 있다.
ⓒ 김태우^^^

시위가 시작되기 전 풍경
(오후 19:03)

4월 1일, 오후 7시를 넘어서면서 국회 앞 3거리는 조금씩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삼삼오오 모여드는 반전시위 참가자들의 연령과 직업, 외모도 각양각색이었다.

대형 트럭에 설치된 이동 무대에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대위(이하 여중생 범대위)’ 자원 봉사자들이 마이크를 준비하고 있었고, 트럭에 설치된 확성기에서는 안치환의 <광야에서>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전경들도 물론 함께 였다.

각 언론매체의 캠코더 조명에 시위 참가자들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조금씩 술렁거리던 거리가 반전단체의 깃발들로 가득 채워졌다. 시위 참가자들의 손에는 ‘우리를 전범 국가의 국민으로 만들지 마세요’, ‘No war, No무현’, ‘I love peace’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이 들려 있었다.

^^^▲ 파병반대라는 문구가 촛불에 비쳐 어둠 속에서도 분명하게 보이고 있다
ⓒ 김태우^^^
"중학생도 알고, 중학생도 반대한다" (오후 19:42)

사회를 맡은 민주노총 조합원 이상규 씨의 구호 제창은,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과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대위’가 주최한 ‘국회 파병안 통과 저지 시민사회단체 3차 철야 농성’의 시작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 씨는 “더러운 전쟁의 파병을 저지하기 위해서, 더욱 목소리를 높입시다. 그래야 국회의 높은 담장을 넘을 수 있습니다. 파병안을 두 번 저지했지만 이제 마지막 싸움이 남았습니다”라고 시위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철야 농성은 무고한 이라크 시민의 죽음을 애도하는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뒤이어 시낭송이 이어졌다. 무대에 오른 각종 단체의 연사들은 “미국은 학살의 역사, 침략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왜 우리가 미국의 편에 서야 하는가. 북한이 ‘악의 축’이라면, ‘미국은 악의 화신’이다”라고 외쳤다.

또 “지난 겨울, 미선이, 효순이를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이래, 우리나라에서 타오르는 모든 불빛은 반미.반전의 불꽃”이라며 시위 참가들에게 “우리가 하나 될 때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미 수구세력 척결을 위한 애국학생 연대’에 속해있는 대학생 유호정 씨는 “한미 동맹이 약해서 우리가 통일을 못하는 겁니까. 경제가 어려운 겁니까”라고 자문하고, “여태껏 친미세력들이 통일을 막고 경제를 파탄에 빠뜨렸다”고 성토했다. 이어서 “파병안 저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수구세력 척결을 위한 전면전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 서총련 의장 겸 고려대 총학생회장인 송재익 씨가 중학생의 시각으로 이라크전을 비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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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마이크를 잡은 서총련 의장인 송재익 씨는 관촌중학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단 반전 배지를 언급하며, 중학생의 시각으로 바라본 이라크전에 대해 이야기했다. 송 씨는 “깡패인 미국네는 마을에서 제일 큰 집이다. 미국네는 이라크네를 쳐들어 갔다. 러시아, 프랑스, 중국, 독일네는 미국네가 잘못했다고 질책했다. 미국네 안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네는 미국네를 도와주겠다고 나섰다”고 비유했다.

송 씨는 “중학생도 이라크전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이라크전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 선두에 선 시위참가자들이 전경을 뚫고 길을 만들려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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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시위참가자들, 전경버스 위에서 전경들과 충돌
(오후 21:10)

이동 무대가 길목을 열어주고, 시위 참가자들은 국회 앞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전경들도 행진을 막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전경과 시위 참가자들 사이의 몸싸움이 조금씩 치열지고 있었다. 하지만 격해지려고 하는 고비 때마다 이성적인 시위 지도부와 전경 지도부에서 자제를 요구했다.

선두에 선 시위 참가자들은 전경들을 밀며, 길을 터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시위 후미에서 격렬한 소리가 났다. 5~7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높은 곳을 선점하여 ‘이라크 민중 살육하는 더러운 전쟁에 파병이 웬 말이냐’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치기 위해 전경들과 충돌했다.

^^^▲ 전경들과 대치하면서도 촛불을 들고 행진하는 시위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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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위에서 벌어지는 몸싸움을 지켜보던 시위 참가자들은 아슬아슬한 모습에 탄성을 터뜨리기도 했다. 5분 정도 지속되던 몸싸움은 전경들이 버스 위에서 내려오면서 일단락 되었다. 전경 버스 위에 올라간 시위 참가자들은 국회 앞을 지나는 차량과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플래카드를 펼쳐 들었다.

플래카드를 펼쳐든 버스가 전경들이 화장실로 이용하는 버스라는 걸 안 일부 시위참가자들은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웃기도 했다.

“내 돈 1만 2천원 당장 내놔” (오후 21:29)

시위 참가자들은 다시 대열을 뒤로 물리고, 반전 평화 문화제 준비를 시작했다. 플러그가 빠져 한 쪽 확성기가 작동되지 않자, 사회자는 “CIA 공작원들이 우리의 시위를 방해하기 위해 확성기 전선을 절단했다”고 농담을 해, 시위 참가자들이 미소를 짓기도 했다.

문화제를 준비하는 동안, 사회자는 일반 시위 참가자들에게 반전.평화에 대해 발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감리교 신학대학교 신학과에 재학 중인 강성석 씨는 “지난 대선에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이 맘에 들어 노무현 후보를 뽑았다. 희망돼지를 분양 받아 1만 2천원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파병이 상식인가. 대한민국 헌법 5조 1항을 어기고 하는 파병이 상식인가. 이제 노무현 대통령에게 말하고 싶다. 내 1만 2천원 당장 내놔”라고 외쳤다. 강 씨의 재치 넘치는 말에 시위 참가자들은 웃음을 지었다.

사회자는 “희망돼지에 넣은 돈 1만 2천원은 우리의 양심이며, 희망이었다”고 정의했다. 노사모 회원임을 밝힌 강 씨는 “노사모를 아직 탈퇴하지는 않았지만, 추이를 지켜보면서 남아있을 것인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청소년들이 가수를 좋아하듯이 노무현을 무조건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맹목적인 지지’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전경버스에 쓰여진 '파병 반대' 문구가 유난히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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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2:05)


13살 샬롯 엘더브런의 시를 낭독함으로써 문화제가 시작되었다. 전자게임을 중계하듯 전쟁을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CNN을 비판하고, 전세계의 반전 시위와 미국의 대량 살상무기를 보여주는 영상이 상영되었다. 뒤이어 의 가수 박성한 씨의 공연이 이어졌다.

4월 2일에는 오전 9시부터 '파병 저지를 위한 행동의 날'과 '인간 띠 잇기'가 벌어진다.

^^^▲ 반전과 평화의 촛불이 내일 이자리에서는 어떤 느낌으로 타오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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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다


4월 2일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이 될 것이다. 내일 파병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인지에 온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UN군의 일부로 우리나라가 파병을 결정했을 때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미국이 일으킨 전쟁에 파병을 결정한 경우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일으킨 전쟁들은 명분에 있어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파병을 결정한 경우도 그러한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제 또 다시 논란의 늪으로 빠지느냐, 아니냐의 선택이 오늘 국회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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