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왜 잘못된 일기예보에 민감할까
우린 왜 잘못된 일기예보에 민감할까
  • 고영일 기자
  • 승인 2006.03.03 0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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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 적중률 100%일 수는 없다

 
   
  ^^^▲ 최근 들어 날씨에 관심이 많아지고, 날씨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 늘어나다보니 기상예보에 말이 많은 것도 과언은 아니다.
ⓒ 뉴스타운^^^
 
 

이번 겨울은 시작부터 많은 눈과 함께 한파를 몰고 왔다. 호남지방에는 지난해 12월 50c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져 하루 적설량 최고기록이 불과 보름 사이에 두 번이나 바뀌는 진기록이 연출됐다. 서울에서도 일 최저기온이 영하 14도 밑으로 내려가면서 한강이 40년 만에 가장 빨리 얼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이렇듯 추위가 한 달 내내 계속되자 '15한 0온'이니 '몇 년 만의 강추위'니 하는 푸념섞인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 전, 그러니까 2005년 11월 기상청이 내놓은 '겨울철 장기예보'를 보면 이번 겨울은 대체로 포근한 가운데 기습적인 한파가 잦겠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물론 눈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처럼 눈은 그야말로 원없이 내렸다. 기상청으로서는 예측을 잘못하는 결정적인 실수를 했고, 결과적으로는 기상청 예보를 믿고 이를 사실대로 보도한 각 언론사들 역시 엄청난 '오보'를 내보낸 꼴이 되고 말았다. 기자 역시 지난해 11월 25일 이 곳 '날씨이야기'를 통해 뜻하지 않은 오보를 낸 점을 인정한다.

최근 들어 날씨에 관심이 많아지고, 날씨에 민감한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 늘어나다보니 기상예보에 말이 많은 것도 과언은 아니다. 어쩌다 예보가 틀리기라도 하면 기상청 홈페이지(www.kma.go.kr)의 '자유게시판'에는 항의 글을 올리는 누리꾼들의 댓글로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예보에도 없던 비 때문에 옷이 쫄딱 젖었다"며 "세탁비를 변상해 달라"거나 "세차했더니 바로 비가 오니 난감하다"는 식의 항의는 차라리 애교스럽다.

"기상청 직원들, 평생 월급받지 말고 비 맞고 살아라", "게임하라고 슈퍼컴퓨터 들여놓은 줄 아느냐", "우리나라에도 기상청이 있었나", "저는 옛날부터 기상청 믿지 않고 할머니에게 그 날의 날씨를 물어보고 있습니다" 등등. 이러한 글들을 볼 때마다 기상청 직원들의 스트레스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요즘 같은 겨울에야 이런 일이 드물다지만 날씨 변화가 특히 심한 여름철에는 일기예보의 부정확성을 질타하는 내용이 전체의 90%를 넘는다.

그렇다면 하루 24시간,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불철주야 노력하는, 그것도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기상청이 이렇게 질타를 받는 이유는 뭘까. 기상청이 분석한 우리나라 예보 적중률은 평균 87% 안팎. 이는 기상예보 선진국인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안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적중률이 떨어지는 것은 왜 일까.

현재 기상청의 예보범위는 대략 시· 군별로 나누어진다. 이 경우 경기도 지역만 보더라도 과천시, 평택시, 동두천시, 가평군 등으로 분류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오늘 경기도 지역에 비가 내리겠다"라는 예보에 따라 과천이나 평택, 안산, 용인 등 대부분 경기도 지역에 비가 왔더라도 동두천이나 안양 등 1~2곳에는 한방울의 비도 안 내렸을 수 있다. 따라서 "경기도에 비가 오겠다" 는 예보는 일단 적중했다 하더라도 한방울의 비도 구경하지 못한 지역의 주민에게 이 예보는 결국 잘못된 예보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객관적인 예보가 맞는다 하더라도 일부 지역에서는 기상예보가 틀렸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기상청은 올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현재 '디지털 예보'를 시험 운영 중에 있다. 디지털 예보란 기존의 예보가 시· 군 단위의 예보구역별로 생산됐던 것에 비해 읍· 면· 동의 행정구역별로 3시간 간격의 상세예보가 정량화되어 제공되는 서비스다. 즉, "서울에 낮에 한때 비가 오겠으며 확률은 몇 %다"라는 단순한 예보가 아니라 "서울 강북구 수유3동에 몇 시경부터 몇 %의 확률로 얼마만큼의 비가 오겠다" 는 식이다.

이 경우 현재 87곳의 예보구역은 3만여 개로 쪼개지게 된다. 물론 "지금도 날씨예보가 정확하지 않은데 무슨 동네별 상세예보를, 그것도 정확한 수치(시각, 확률 등)로 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지금보다 많아질게 뻔하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가장 시급한 것이 바로 국민이 느끼는 체감 적중률을 높이는 것이다.

기상청이 예보 정확도를 말할 때 꼭 짚고 넘어가는 말이 있다. 좁고 산이 많은 한반도 지형상 날씨변화가 극심하다는 사실만큼은 알아달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만큼 기상변화가 심한 나라도 없다. 중동지역처럼 1년 내내 햇볕이 내리쬐는 것도 아니요, 남극처럼 추운 날씨만 계속되는 것도 아니다. 이렇듯 똑같은 날씨만 이어진다면 기상청이 무슨 소용이고, 기상청 출입기자가 왜 필요하겠는가. 겨울철 날씨가 따뜻하다가도 갑자기 폭설이 쏟아지기도 하고, 여름에 태풍이 찾아와 집중호우를 쏟아붓다가도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찾아오는, 그야말로 변화무쌍하고 예측불가능한 우리나라 날씨 덕에 시민들이 불평을 늘어놓고 기상청 직원들이 그 댓글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보람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세상에 100% 완벽한 것을 찾아보기란 힘들다 예보도 마찬가지다. 일기예보가 100% 정확해야 한다는 생각은 일기예보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만큼 위험한 발상이다. 기상 선진국임을 자부하는 이웃나라 일본 기상청조차 지난 겨울 몰아닥친 한파와 폭설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이를 번복하는 예보를 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무척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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