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한 진화와 동물의 이동(2/2)

또 보보이드로는 오늘날의 야생 및 집소를 포함한 거의 모든 소들의 조상인 보스 프리미게니우스(Bos primigenius, 오로크스/aurochs)가 있었는데 오늘날의 소에 비해 몸집이 커서 몸길이가 3m 정도였고 사나웠으며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의 숲에서 널리 서식하다가 최근에 멸종되었다. 이들의 뿔은 뿔갈이를 하지 않으며 안에 뼈로 된 심이 있고 그 겉을 단단한 껍데기가 둘러싸고 있는데 아프리카들소의 조상이라고 여겨지는 원시적인 소 펠로로비스(Pelorovis)는 뼈 심의 길이만 2m였고 껍데기까지는 4m 정도 되었다. 이들로부터 집소들은 물론 오늘날의 야생소인 아메리카들소, 야크(yak) 등이 진화했을 것이다.

한편 같은 시기에 북아메리카에 살았던 카니스 디루스(Canis dirus)라는 개과 동물은 현생 늑대보다 더 넓은 머리와 더 강력한 턱과 더 큰 이빨을 가졌던 늑대였는데 다리는 짧았고 발가락으로만 걸었으며 발톱은 뒤로 감춰지지 않았다.

지중해에서는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대륙의 일부였던 곳이 섬이 되자 이들 섬에 남게 된 동물들은 특이하게 진화하였다. 예를 들어 하마나 코끼리, 사슴 등은 몸집이 그들 조상의 절반 이하로 작아졌는데 팔레올록소돈 팔코네리(Paleoloxodon falconeri)라는 난장이코끼리(dwarf elephant)는 몸길이 1.5m에 어깨까지의 높이가 90cm밖에 되지 않았다. 반면에 도마뱀과 올빼미, 겨울잠쥐(dormice) 등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커졌다. 예를 들어 몰타(Malta)섬과 시칠리아(Sicily)에 살던 레이티아(Leithia)라는 겨울잠쥐는 다람쥐만한 크기인 40cm 정도로서 현생 겨울잠쥐와 비교하면 거인이나 다름없다. 이와 비슷한 일이 동시베리아에서 약 200km 떨어진 한 작은 섬에서도 일어났다. 약 1만 2천 년 전쯤 정상적인 크기의 매머드들이 얼음바다를 건너 이 섬으로 갔는데 인간이라는 천적이 없는 매머드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했고 섬 안의 먹이는 일정했으므로 여기서도 소형화가 일어나서 불과 수천 년밖에 지나지 않은 3천 5백 년 전의 이 섬의 매머드는 어깨 높이가 1.8m에 불과하였다.

남아메리카의 드넓은 목초지와 삼림지대에는 마크라우케니아와 같은 리톱테른이나 톡소돈과 같은 노토운굴라테스 등의 메리디운굴라테스 집단에 속하는 유제류들이 번성하였다.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초식성 유대류인 디프로토돈류 중에서 크기가 코뿔소만한 디프로토돈(Diprotodon)이 등장하였다. 그러나 빙하기가 닥쳐 열대성 숲이 목초지로 변하자 거대한 디프로토돈류는 점점 사라지고 건조한 풀을 뜯어먹고 사는 캥거루가 번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날카로운 이빨과 강력한 턱을 가진 포식자 주머니늑대가 캥거루를 포함한 디프로토돈류들을 사냥했다.

빙하기가 닥치면서 툰드라지역의 동물들은 간빙기에는 북극을 향하여, 그리고 빙기가 되면 적도 쪽으로 이동하였다. 또 유럽대륙으로부터 분리된 영국에는 따뜻한 기후를 좋아해서 모여들었던 하마, 코뿔소, 숲코끼리 등이 번성했으며 이 시기에 베링육교를 통하여 동물들의 많은 이동이 있었는데 말과 낙타 등이 북아메리카에서 아시아로 이동했고 들소와 털 매머드 등이 아시아에서 북아메리카로 이동했다.

바다 속의 무척추동물들의 세계는 과거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러나 해수면이 낮아짐에 따라 산호와 산호초에 서식하는 동물들은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추운 기후로 인해 오늘날에는 극지방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찬 바닷물에 사는 바다 새와 기타 해양 포유류들이 좀 더 넓게 분포했었는데 예를 들어 극지방동물인 바다쇠오리(auk)와 해마들이 일본과 남유럽에서도 서식했었다.

현대 인류의 등장과 여섯 번째 대량멸종의 시작

이 시기 초에는 최초의 사람속(屬, Homo)인 호모 루돌펜시스(rudolfensis), 호모 하빌리스(habilis), 호모 에르가스테르(Homo ergaster) 등이 등장하였다. 그리고 이들 사람속이 등장한 시기에 보노보와 침팬지도 분리되었다. 뒤 이어 좀 더 현대인류에 가까워진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와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s/Homo neanderthalensis)이 등장하였으며 이 시기 후기에 아프리카에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를 거쳐 현대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가 등장하였는데 이들은 곧 서아시아를 지나 아시아와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그 후 이들은 바다를 건너 오스트레일리아와 태평양의 섬들로까지 퍼져나갔으며 아메리카대륙에는 지금으로부터 약 2만 5천 년 전에서 늦어도 약 2만 년 전에 건너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같이 인류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인류의 남획으로 인하여 동물의 생태계가, 특히 몸집이 큰 동물들을 중심으로 커다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큰 유대류가 남․북아메리카보다 수천 년 전에 이미 멸종하였다. 마다가스카르의 거대 여우원숭이는 또 다른 시기에 멸종하였다. 털 매머드는 중국에서는 약 1만 8천 년 전에, 영국에서는 1만 4천 년 전에, 스웨덴에서는 1만 3천 년 전에, 그리고 시베리아에서는 1만 2천 년 전쯤 절멸하였다. 매머드나 검치호랑이 같은 것들은 비록 시차는 있었지만 모든 대륙에서 멸종한 반면 말과 낙타 같은 것들은 일부 대륙에서는 멸종했지만 다른 대륙에서는 살아남았다. 이들의 멸종은 그 원인이 대부분 인류의 남획이었지만 시베리아의 매머드는 다른 원인도 있었다. 날씨가 따뜻하고 비가 많아 온 몸이 젖어있던 매머드들에게 한랭기가 닥쳐 기온이 갑자기 영하 20℃ 이하로 떨어지자 이들은 꼼작 못하고 동사하였으며 그 위에 눈이 덮쳐 얼음 속에 갇혀버리게 된 것이다.

인류가 북아메리카로 이동한 후인 지금부터 1만 1천년에서 1만 800년 전에 북아메리카에서도 매머드, 마스토돈, 검치호랑이, 땅늘보와 같은 거대 육상 포유류들이 멸종하였으며 이 역시 인류의 남획이 그 원인이었을 것이다. 특히 아시아나 아프리카처럼 인류가 오랫동안 거주했던 지역보다는 아메리카처럼 뒤늦게 인류가 정착한 지역에서 더 많은 멸종이 일어나고 있다. 한편 툰드라지역은 거대한 극지동물들이 멸종되자 풀밭이 툰드라를 덮어버렸고 비료역할을 하던 이들의 배설물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어 새로운 식물들이 발붙일 곳이 없어지면서 동물들의 다양성도 감소되어 오늘날의 툰드라가 되어버렸다.

일반적으로 홍적세 빙하기 중 북아메리카대륙에서 멸종한 포유류들을 보면 작은 동물(성체 몸무게 45kg 이하)의 경우 속 수준에서 5%, 종 수준에서 10% 정도인 반면 큰 동물의 경우에는 속 수준에서 65%, 종 수준에서는 72% 정도로서 작은 동물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리고 그 원인은 큰 동물들이 작은 동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체수가 적은데다가 더 많이 인류의 사냥감이 되었던 것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