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원(왼쪽)과 김근태 의원 ⓒ 뉴스타운^^^ | ||
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에 나선 정동영 후보의 말솜씨는 가히 수준급이라 할만하다.
힘이 넘치는 억양에 적절한 손짓과 몸짓에다 표정까지 조합을 이룬 그의 말솜씨는 정말 화려하다 못해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다.
실제로 그가 연설하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그 화려한 언어구사와 몸짓에 취해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조차 모를 정도다.
그래서 필자는 그가 부럽다. 그런데 정 후보의 이런 모습을 부러워하는 이가 또 있었다. 역시 정 후보와 함께 당의장 선거에 출마한 김두관 후보다.
그는 지난 12일 오후 5시경 경기대 컨벤션센터에서 연설회를 마치고 이어진 지지자 모임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동영 후보님은 참 연설을 잘하시죠. 이렇게 함께 연설회를 매일 하다보면, 은근히 스트레스 받습니다. 우리 캠프의 동지들은 연설할 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조언을 많이 해주는데… 잘 안 됩디다. 살아온 건 치열하게 실천했는데, 그걸 그냥 말하면 되는데, 왜 연설은 자꾸 ‘부잣집 아들’처럼, 아쉬운 것 없는 사람처럼 하느냐고… 뭐라고 합니다. 연설 잘하는 분들 보면 참 부럽습니다.”
어쩌면 정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의장 후보들 가운데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데에는 이처럼 화려한 말솜씨가 한몫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설이 정치의 전부는 아니다. 따라서 굳이 화려한 말솜씨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김근태 후보처럼 형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철학과 진심이 담긴 말이어서 감동을 주는 연설이 더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수도 있다. 화려한 말로 감동을 주는 연설과 진심이 담겨 감동을 주는 연설은 그 감동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화려한 말솜씨의 효과는 즉각 나타나는 반면, 진심이 담긴 말은 그 진가를 드러내는 데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화려한 말솜씨로 얻은 감동은 금방 싫증을 느끼게 하지만, 진심이 담긴 말은 들을수록 정이 간다.
실제로 이 같은 사실은 수치상으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합동연설회 직후부터 12일 경기도 합동연설회 직후까지 대의원 1225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전화ARS 자체조사 결과 정동영 후보(26.9%)와 김근태 후보(23.3%)간 지지율 격차가 3.6%(100% 기준)로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고 한다. 당초 두 후보간의 격차가 10%대를 훨씬 넘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화려한 말솜씨를 구사하는 정 후보가 하강곡선을 그리는 반면, 진심을 담아 말하는 김 후보가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추세라면 김 후보(진심이 담긴 연설)가 정 후보(화려한 연설)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당의장 선거일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짧은 시간 안에 과연 대역전극이 벌어질 수 있을까?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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