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의 간부들 사이에서는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대북 전문 매체인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RFA)은 8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이 같은 소식을 전하고,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이 앞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적는 척’이라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고위 간부들의 한심한 처지를 주민들이 조롱하고 있다는 것이다.
평양만의 일이 아닌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다. 서울 청와대의 각료회의에서 컴퓨터를 앞에 두고 노트에 적는 모습과 오버랩(겹치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자생존(適者生存)’은 원래 ‘진화론’ 분야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로,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를 가진 문구이다. 그러나 이 뜻을 비틀어서 북한 주민들이 아첨과 아부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고급 간부들의 처지를 비웃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방송은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 “변덕스러운 김정은의 무지막지한 공포정치로 겁에 질린 간부들의 실상을 그대로 반영한 말”이라면서 “조선중앙방송은 텔레비죤을 통해 간부들이 김정은 앞에서 허리도 펴지 못하고 굽실대는 모습을 그대로 방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방송을 통한 이 같은 선전은 김정은의 위신을 높이기는커녕, 고위간부들의 불쌍한 처지를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마찬가지로 대한민국 청와대에서 각료회의를 할 때 대통령은 뭐라고 많은 말을 하고 있을 때 테이블에 컴퓨터를 올려놓은 각부 장관들은 무엇인가를 열심히 받아 적는 이른바 ‘적어야 산다’는 뜻의 ‘적자생존’의 모습과 평양의 김정은 앞의 고급 간부들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담긴 것 같지만 역시 TV 시청자들은 장관들이 불쌍하게 보이고 대통령의 독단, 일방성, 권위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영상을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접하곤 했다.
방송은 이어 “북한 고위층 사이에서는 김정은의 지시를 무조건 받아 적는 시늉이라도 해야 살아 남는다는 것이 상식이 되고 있다”며 “열심히 적는 자만이 생존한다는 의미에서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고위층의 ‘아부와 아첨’을 의미하는 말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북한에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적자생존법과 아첨을 무기로 권력을 유지하면서 한 몫 챙기려는 간부들의 경쟁이 치열하고, 주민들은 김정은 주변의 고위간부들을 가리켜 일 명 ‘콩나물 대가리’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여기서 ‘콩나물 대가리’라는 말은 “쉽게 부러지는 것처럼 김정은과 가까운 고위층일수록 목이 잘릴 확률이 높은 것을 비유한 말”이라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고위간부들이 저희들끼리 이권다툼을 하다가 콩나물 대가리 신세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한편, 북한에서는 “적자생존, 콩나물 대가리”라는 유행어 말고도 “소리만 요란한 깡통, 하늘로 사라지는 연기” 등 간부들의 처지를 조롱하는 말들이 속속 전파되고 있다고 한다.
순자 신도(臣道)에는 4가지 말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 ‘명령을 따르기는 하는데 군주를 이롭게 하지 못하는 신하가 있는데 이를 첨(諂)’이라 한다. 즉 자신의 죄를 감추기 위해 남을 속이고 ‘아첨하는 마음’의 작용이 있는 신하들로 가득 찬 지도자 그룹. 그 그룹을 꾸린 지도자도, 그 지도자 그룹에서 소신과 원칙을 지키지 못하는 아첨꾼 각료들도 국민을 해롭게 하기는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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