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어떤 어려움을 당해도 좋지만 딸아이에게 아버지가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까봐 괴롭습니다"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27일 오후 부내 5층 회의실에서 취임 1개월여만에 6급이하 직원들과 첫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 장관은 취임 이후에 대한 소감을 묻자 "나도 힘들고 가족도 힘들었다. 특히 고3인 딸아이가 주요 신문의 사설을 교재로 공부하는 논술시간에 굉장히 상처를 입은 것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최근 '홍보업무 운영방안'과 관련해 일부 언론으로부터 집중타를 맞아 적잖은 심적 고통을 겪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바깥에서 난데없이 들어온데다 심지어 '조폭문화' 운운하며 얼핏 공무원 사회를 비아냥거린 듯한 표현을 썼는데도 (문화관광부 직원들이) 성원을 보내는 듯한, 적어도 배척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직원들이) 같이 갈 태세가 돼 있는 것을 느끼며, 그들을 만나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개혁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비상식적으로 굳어진 것을 깨고 상식과 합리적 기준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최근 언론홍보 운영방안도 대언론 관계에서 공무원들이 먼저 변하라는 것이고, 취재와 정보공개를 적극적으로 하자는 것이 기본 원칙인데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던 부분을 언론들이 극단적으로 부풀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인 인사적체 문제에 대해서는 "과감한 물갈이를 통해 적체를 해소하는 것과 조직공동체에서 같이 일하며 삶을 바친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이 모두 나름의 가치가 있다"면서 "시간을 두고 사람을 제대로 파악한 뒤 적재적소에 인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만 5-6개월 후에 인사하겠다고 약속했던 시기를 다소 앞당길 수는 있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이 장관은 "조직이 피라미드 구조가 아니라 항아리 구조여서 아래 직급에서 업무하중을 많이 받는 것 같다"면서 "구조조정이 아닌 조직개편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으며, 업무의 상당 부분을 민간에 넘겨 문화관광부 공무원들이 책상앞 서류에 묻혀 있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현장에서 보낼 수 있는 근무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은 미국 대사관쪽 계단의 쇠창살을 철거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개선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대화는 200여명의 직원과 2시간여 동안 격의없이 진행됐다. 어느 여직원은 "문화관광부 '오야붕'으로 지내는 소감이 어떠냐"고 질문해 대화장에 웃음을 유발했으며, 또다른 직원은 "인사를 5-6개월 끌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공격적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끝) 2003/03/2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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