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나라당 이규택 총무는 노 대통령에게 ‘파병문제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토론을 하거나 설득을 해 줄 것’과 ‘국민담화나 TV토론을 통해 반전을 원하는 국민들을 설득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노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이나 ‘파병 동의안 처리’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겠다는 속내인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점점 거세지는 반전여론과 미국과의 관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빠져 있다. 한나라당 역시 파병에 동의한다는 입장이지만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에게 부담을 넘기려는 모습이다.
노 대통령, 파병 의지 거듭 밝혀
^^^▲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리고 있는 반전촛불시위 ⓒ 뉴스타운^^^ | ||
노무현대통령은 이라크전쟁이 발발한 지난 20일 대국민 담화 발표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우리 군을 파병할 뜻임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담화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이번 행동은 이라크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대량살상무기(WMD)의 조속한 제거를 위해 이루어진 불가피한 조치”라며 ‘정당성’을 부여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전 세계적인 반전여론과 국내의 반전여론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정부로서는 이 문제를 결정함에 있어 이러한 여론과 함께 무엇이 우리의 국익에 가장 바람직한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파병 의지를 밝혔다.
이후 국회에 파병 동의안 처리를 넘긴 노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한 특별한 언급 없이 국회 결정을 기다려 왔다. 노 대통령이 지난 20일 언급했듯이 국내와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반전 열기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그동안 말을 아끼던 노 대통령이 26일 파병과 관련한 말문을 열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육국 3사관학교 제38기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 “적어도 한반도에서 우리가 원치 않는 전쟁은 없을 것”이라며 “이를 관철해내기 위해서도 우리는 한미일 공조체제를 더욱 공고히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정부는 미국의 입장에 지지를 표명하고 건설공병과 의무부대를 파병키로 결정했다”며 “명분이나 논리보다는 북핵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감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단히 전략적이고도 현실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고 기존의 주장을 반복했다.
노 대통령이 거듭 이라크전 파병에 대한 정당성을 밝혔지만, 반전여론이 파병 찬성으로 쉽게 돌아설 리 없는 상황에서 결국 국회는 파병 동의안 처리에 대한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국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으로서는 표결에 대한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나라, 노 대통령에게 ‘적극적 대국민 설득’ 촉구
민주당은 28일 본회의를 열어 파병 동의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은 먼저 민주당의 통일된 당론 형성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이 통일된 의견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파병 동의안이 통과되면, 그 부담의 상당 부분을 한나라당이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의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작업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나라당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의 소극적인 대국민 설득작업에 대해 강력 성토했다.
이상배 정책위의장은 “어제(25일) 국회에서 이라크전 파병결의안 처리가 연기돼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힌 뒤, 노 대통령이 국회에 부담을 전가시키고 있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 의장은 “노 대통령이 이라크전이 개전 되자마자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번 전쟁을 지지하며 공병과 의무부대 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며 “그 후에 노 대통령과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파병안을 만들어 국회에 떠넘기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성토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과 정부가 대통령이 속한 여당인 민주당의 지지도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한 가운데, 무턱대고 국회에서 해결하라고 떠넘긴 것은 파병에 따른 부담을 국회, 특히 한나라당에 돌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장은 이어 “대통령은 인기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인기가 없는 일이라도 그것이 국가의 안전과 국익을 위해서라면, 결단을 내리고 총력을 다해 국민들을 설득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병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대통령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규택 총무도 지난 26일 노 대통령에게 건의한 ‘대국민 설득 요청’에 대해 언급하며 “노 대통령이 답변하기를 ‘노력은 해보겠다, 검토를 해보겠다’고 했는데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대통령의 적극적인 행보를 촉구했다.
‘파병의 늪’에 빠지지 않기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 작업을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반전 여론에 대한 부담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이다.
‘파병의 늪’에 한 발을 들여놓은 노 대통령이 다른 한 발마저 들여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국민 설득 작업은 힘겨운 일로 보인다. 또한 미국과의 관계를 우선시하며 파병에 찬성하던 한나라당 역시 이제 파병이 ‘늪’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파병 동의안 처리는 어려운 모습이다.
양측이 ‘파병’에 대한 입장은 같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는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책임 떠넘기기 속에 국민의 에너지는 낭비되고 있다.
뉴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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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하는게 도리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