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는 매너의 스포츠, 스포츠맨쉽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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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는 매너의 스포츠, 스포츠맨쉽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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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가대표 당구코치 및 김정규 당구 스쿨 원장

▲ 전 국가대표 당구코치 및  김정규 당구 스쿨 원장 ⓒ뉴스타운

현재 한국에서 당구를 즐기는 인구는 약 1,2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한 추산치가 과연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우리나라 당구 인구는 가히 세계 최고임이 분명하고 당구 인프라 전반에 관한 발전 역시 가장 빠르며, 한국 당구선수들의 기술력 향상 속도 역시 세계 최고이지 않나 싶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면 마냥 장밋빛으로 물들어있지만은 않는 거 같다. 특히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고 수준의 ‘당구매너’를 갖추고 있다는 생각을 해보면 그러하다.

과거 한국의 입장에서는 당구장이 클럽제로 운영되고 클럽리그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외국을 바라보며 동경하면서 한국에는 언제나 그러한 문화가 도입되어 그들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당구를 할 수 있을까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물론 지금은 한국에서 세계 최고의 상금이 걸린 당구대회가 열리고 있고, 외국 선수들 역시 한국의 당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부러워하면서 한국에서의 당구선수 활동을 할 수 있기를 원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과연 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반문하고 싶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당구의 발전상에 걸 맞는, 즉 당구를 즐기고 누리는 문화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며 우리가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것 같다.

1915년 순종왕의 건강을 위해 일본 왕실로부터 2대의 테이블을 들여옴으로 한국당구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그렇기에 이제 한국당구의 역사도 100년이 넘었다는 점에서 그러한 새로운 모색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그리고 조금씩 우리들이 직면하고 있는 당면과제를 풀어가야 하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구가 매너 스포츠라는 점일 것이다. 물론 세상의 인간들이 즐기는 스포츠 중에서 매너가 수반되지 않는, 매너를 장려하지 않는 스포츠는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구는 조금 성격이 다른 데 바로 그러한 매너 자체가 당구라는 스포츠가 주는 쾌감과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는 점일 것이다.

아주 오래 되었던 필자의 경험을 들어보자. 선배들에게 들었던 얘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1940년 후반부터 1950년대 후반까지의 자유당 정권 시기 ‘정장을 입지 않고서는 당구장 출입을 할 수 없었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 시절을 살지 않았으니 필자가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당구 선배들의 생생한 경험을 믿지 않기엔 힘들다. 만일 당구에 관한 좋은 인식과 말을 전달하기 위해 그 선배들이 창작한 구절일지라도, 그 말을 필자는 믿고 전달하고 싶다.

실제로 당구를 접하다보면 참으로 신선하고 아름다운 일들이 종종 발생하는 경우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부분이 많다. 많은 스포츠의 중계를 보게 되면 스포츠맨쉽이 뛰어난 경기를 볼 때가 있다. 그러나 승부를 가르는 경기에서 상대의 좋은 공격 또는 득점이 성공하였을 경우, 경기하는 플레이어가 상대 플레이어에게 찬사를 보내거나 용기를 북돋아주는 종목을 필자는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당구경기는 다르다. 상대의 공격이 돋보이거나 아름다운 공의 움직임이 느껴질 경우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경기력을 발휘하여 많은 득점이 이루어질 때의 상대방의 격려와 축하는 당구에 있어서 일종의 에티켓이다. 이제는 성인이라는 한번쯤을 볼 수 있었을 것인 TV 속 당구 경기에서 플레이어가 상대의 공격이 인상적으로 성공했을 때, 손가락을 튕기며 소리는 낸다거나, 초크를 다른 물체에 부딪쳐 소리를 내는 모습을 많이들 봤을 것이다.

당구는 다른 경기와 같이 한번 씩 주고받는 경기이면서 공격권을 갖게 되는 경우 실패하면 상대선수에게 공격권이 넘어가지만 성공을 하게 된다면 상대선수에게 공격권을 넘기지 않고 자신이 계속하여 공격을 함으로 다득점으로 연결 할 수 있는 경기이다.

또한 당구의 특성은 예민하고 섬세할 뿐만 아니라 강렬하고 스펙타클한 매력이 있다. 작은 테이블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테이블의 1/2의 공간에서 오밀조밀하고 아기자기하게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테이블을 두 바퀴 혹은 세 바퀴 가로질러 움직이기도 하는 경우와 같이 약하면서도 강하고 부드러운 느낌과 거친 느낌 등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런 공략들이 때론 조용하게 때론 천둥번개처럼 강하게, 물이 흐르듯 느리면서도 빠르게 움직이는 등 다양한 표현을 이루게 된다. 그럼으로 당구를 치다보면 어떠한 공을 공략하던지 미리예측하고 판단하여 공격을 하기 위한 샷에 대해 자신의 모든 말초신경을 다 집중하고 정확하게 표현하여야 하나의 공격이 성공을 이룰 수 있으며 연속득점을 이어가게 됨으로 하나하나 신중함과 정밀함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당구는 고도의 집중력과 세심한 표현력이 요구되는 스포츠이다. 그런데 이러한 집중력과 표현력 등은 상대 플레이어가 지켜주는 에티켓을 통해 더욱 더 증가하게 된다. 나와 경기를 하는 상대가 나의 득점에 용기를 북돋아 주고, 격려해주는 데 그러한 몰입도와 집중도는 당연스레 증가하게 된다.

앞서 말한 이런 점에서 볼 때, 당구는 상대방과의 경기이자 자기 자신과의 경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 스스로 경기에 대한 패배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 고난도의 경기력을 펼친 상대에게 찬사를 보내고 스스로 경기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하는 스포츠가 바로 당구인 것이다. 이렇듯 당구는 매너의 스포츠, 스포츠맨쉽의 최전선에 있는 종목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경기를 하다보면 인간이 하는 모든 일에는 판단이 다 옳을 수 없다. 특히 당구의 경기에서는 미세한 부분에 대하여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렵다. 그런데 비디오 판독보다 더 세밀함을 느낄 수 있고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의 감각이다.

이 감각은 공격하는 타구자 스스로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심판의 오심보다 선수의 자질이 우선인 당구는 공격자인 스스로가 심판의 오심이 있다하더라도 스스로 물러설 줄 아는 경기가 당구경기인 것이다. 즉 심판의 오심이 이루어진다 해도, 심판의 판정과는 아무 상관없이 플레이어 스스로 그 오심에 대해 스스로 인정하고 물러설 수 있는 경기는 당구뿐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이러한 당구의 고유한 특성이자 장점이 많은 당구 동호인들에게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친목을 가장한 내기는 흔히 볼 수 있고, 게임비의 지출이라는 명분 속에서 상대방을 이기려고만 하는 모습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당구라는 스포츠가 줄 수 있는 본질적인 즐거움은 앞 서 말한바와 같이 플레이어와 플레이어가 상호 간 만들어 내는 최고의 시너지가 가장 큰 몰입도와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이다. 이때 그러한 본질적인 즐거움은 플레이어 간의 서로에 대한 매너로부터 시작된다.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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