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집이 있는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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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의 승부 너머로 인격을 남기고

조훈현(曺薰鉉 九段)은 부드러운 바람이며 빠른 창이었다.
- 박치문의 관전기에서 -

접두사 메타(meta-)는 “너머, 초(超)”의 뜻을 가진다. 가령 물리학에 메타를 붙이면 형이상학(meta-physics)이 된다. 물리는 현실이나 메타물리는 이상이다. 역학(力學)이 물리라면 진선미(眞善美)는 메타물리이다. 사람은 역학 너머로 진선미를 추구한다. 왜 그런지는 아직까지도 명쾌하지 않지만.

바둑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서로 차원이 다른 세 가지가 있다.
1. 정적인 공간표현-마늘모, 호구, 쌍립, 날일자,,,
2. 동적인 시간표현-침입하다, 씌우다, 탈출하다,,,
3. 판단의 가치기준-조화, 두텁다, 엷다, 무겁다,,,
1과 2가 사실(fact)이라면, 3은 사실 너머의 가치(value) 즉 메타이다.

2선은 패망선이다, 이것도 메타언어이다. 2선으로 한 번씩 길 때마다 겨우 한 집씩만 불어나기 때문이다. 1선은 공배만 메우기 때문에 아예 사망선이다. 그러나 1선의 역할은 집 차지가 아니라 집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집트 가자에 있는 쿠푸왕 피라미드의 평면도는 마치 바둑판같다. 피라미드의 꼭지 점은 바둑판의 천원이요, 피라미드의 테두리 바닥은 바둑판의 1선이다. 피라미드 내부에는 왕의 방과 여왕의 방이 구별되어 있는데, 바둑판에서는 화점(花點)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피라미드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고, 그 끝에 따로 용도불명의 지하실이 하나 더 있다.

피라미드가 바닥(ground)에서 끝나지 않는 것처럼 바둑판도 1선에서 닫혀져 있지 않다. 중국 하북성에서 발굴된 석재 바둑판(AD 182년 제작)은 17줄로 테두리가 없다. 이 바둑판의 1번 선과 17번 선의 갓 줄에는 바둑돌을 올려놓을 수 없다. 따라서 이 바둑판의 실제 사용가능한 평면은 2번에서 16번까지 15줄이 되는 셈이다. 2선이 바닥이고, 1선은 지하로 열려있는 판이다.

현실로 돌아와, 오늘날 19줄 테두리로 마감된 바둑판을 생각해보자. 가령 1번 선에서 10칸으로 끝내기를 마쳤다면, 보이지 않는 바깥 0번 선을 따라 이 10칸이 모두 채워져 영토의 울타리가 안팎으로 완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봤을 때 1선에 놓인 돌은 전류가 도통하듯 0선에서 가물가물(玄玄)하게 대기하던 돌들의 감응을 받는다. 그래서 1선은 대마사활의 맥이다.

반상의 현실은 빅, 즉 흑백의 차이 “0”은 있어도 “1/2”은 없다. 반(半) 집은 규칙(rule)에 있을 뿐이다. 승부를 판가름하기 위하여 만든 메타이다. 6집반 선번 흑의 덤에 따라, 계가 6집이면 백이 반집을 이긴 것으로 처리한다. 반집은 비록 작으나 승부에서 만방과 다름없이 크다. 프로기사들은 반집에 맞춰서 공수를 선택하고, 강온을 조율하며, 착수마다 승부를 건다.

바둑은 규칙이 먼저 있고, 승부가 다음에 따라온다고 할 수 있다. 이론 즉 메타가 앞서고, 현실 즉 게임은 나중이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과 통한다. 그래서 바둑은 게임너머로 그 지평선을 예도(藝道)까지 확장한다.

흑백(黑白), 2분법으로 주어진 것은 상충(相衝)적이며 둘 중 하나만 생존한다. 오로(烏鷺), 까마귀와 해오라기는 같은 지역에서 상보(相補)적으로 공생할 수 있다. 소현(素玄), 흰 빛과 검은 빛 실루엣은 상승(相乘)적으로 태극(太極)의 소용돌이를 드러낸다. 한 쌍의 전자(電子)는 반 스핀(1/2 spin)으로 상충, 상보, 상승에서 초월하며 같은 궤도에서 좌우로 존재한다.

이창호(李昌鎬 九段)의 기풍은 수비 형으로 발이 느리나 두텁다. 이창호의 착수는 이런 기풍의 바탕에서 비롯된다. 이와 같이 사람 역시 메타가 앞서고 실제가 뒤를 잇는다. 사람은 침팬지와 달리 꿈에서 현실이 시작된다. 그래서 한 판의 바둑은 수담(手談)이며 승부너머로 인격이 교류되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 마크를 상징삼아 무지개국가(rainbow nation)를 지향하고 있다. 흑백 인종의 갈등너머로 어울려 시너지효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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