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서글프다. 대한민국이 ‘최순실’이라는 한 인간 때문에 온통 난리다. 시간별로 터져 나오는 온갖 잡다한 의혹들은 입을 쫙 벌릴 정도다. 어쩌다 박근혜 대통령의 주변이 이렇게 진흙투성이가 됐는지 서글픔을 넘어 불쌍하기까지 하다.
정권 초반부터 세상을 뒤흔들었던 ‘정윤회’ ‘문고리 3인방’ ‘십상시’가 수그러들자 ‘친박’ ‘진박’ ‘원조친박’등으로 지지자와 국민들 뒤통수를 까더니 결국엔 ‘최순실’까지 터졌다. 대통령 주변을 어떻게 관리 해 왔길래 이 지경이 됐는지 정상적인 머리로는 숙제가 풀리지 않는다.
그래도 박근혜 대통령은 아니겠지 했는데 실망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추악한 비리들을 정권말기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이번 최순실은 급이 다르다.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는 모든 참모들의 총체적 부실현상을 보여준 초특급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청와대 조직은 송장급이 아니면 허수아비급다.
최순실은 청와대 밖에 있는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위험인물이었다. 정윤회 전 부인으로서가 아니라 사이비 교주 최태민의 딸이라는 것 때문에 항상 박근혜 대통령과 연결고리를 맺고 있던 인물이었다. 당연히 관리했어야 하며,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제동을 걸었어야 했다.
그렇지 않고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내버려 두었으니 결과는 뻔 한 것 아니겠는가. 솔직히 최순실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에 공공연히 나돌 정도였다. 알만 한 사람은 다 알 정도로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너무도 세세하게 알려져 있었다.
본인의 행동거지에서 비롯된 것이건, 아니면 주변에서 만들어 낸 말이건 듣는 사람에 따라서는 박 대통령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충성스런 참모라면 거짓이던 진실이던 이런 소문들이 나돈다면 당연히 주의나 경고를 주었어야 했다.
청와대가 어떤 곳인가. 4대 권력기관은 물론 온갖 정보와 첩보를 보고 받는 곳이다. 우리가 밖에서 듣는 최순실의 행각 정도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도 청와대가 접수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니 대통령 참모들은 하나 같이 보고도 모른 척 했거나, 아니면 그와 한통속이 돼 놀아났을 것으로 여겨진다.
수천 명의 참모들이 여태껏 최순실의 비리나 의혹을 모르고 있었다면 이건 더욱 심각한 문제다. 대통령에 목숨 걸고 직언하는 충신이 없거나, 보신만을 추구하는 간신들이 많거나 둘 중 하나다. 그동안 이 정권에서 터진 크고 작은 사건들을 보면 전자와 직언 충신이 없다는 결론이다.
왜 이 정부에는 대통령을 보필할 진정한 선비가 없는가. 왜 이 정부에는 대통령을 대신해 적의 칼을 맞을 장수가 없는가. 모두가 대통령의 치마폭 밑이나 뒤로 숨어 있다. 크고 작은 모든 일에 박 대통령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형국이 돼 있다. 지금처럼 최고 결정권자가 사사건건 시시때때 전면에 나서면 장수들은 죽은 목숨이나 똑 같다. 그렇다고 장수들이 대통령이 알아서 하겠지 하고 뒷짐 지고 있어서도 안 된다.
직언을 할 일이 있으면 해야 하고, 대신 죽어야 할 일이 있다면 시키기 전에 자청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우유부단하게 결과만 기다린다면 지금처럼 다 까발려진 다음에 두 손 드는 웃지 못 할 결과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총리, 장관, 수석들 인사에서도 그랬고, 우병우 사건도, 최순실 사건도 모두 만신창이가 된 이후 두 손 드는 꼴이다. 지금은 SNS 시대다. 침소봉대는 물론 없는 말도 만들어 낼 정도다. 정보는 초를 다툰다. 시간을 놓치면 뭐주고 뺨 맞는 꼴이 된다. 야당과 좌파에서 매일같이 불어대는 각종 의문과 의혹 제기가 국민들에게는 진실로 들린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순실은 당장 제 발로 귀국해 모든 의혹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 종적을 감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숨으면 숨을수록 박 대통령만 곤란해진다. 그래도 어떤 이유건 박 대통령의 은덕을 입었다면 피해서는 안 된다. 잘못이 있다면 떳떳하게 밝히고 감옥으로 가면된다. 이런 행동은 대통령이 부르기 전에 해야 한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설령 대통령이 이 정권 내내 지켜준다 해도 차기 정권까지는 피해갈 수 없다. 그것도 안 된다면 검찰총장이 나서 최순실을 강제연행 해 와야 한다. 대통령의 지시만 기다리면 이 역시 버스 지난 뒤 손 흔드는 격이 된다.
게이트는 멀쩡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의혹이 부풀려지면 게이트가 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결단이 있기 전 청와대 참모 누구라도 나서서 최순실을 법 앞에 세우는 과단성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보고 싶은 참다운 참모다.
조선시대 명장 곽재우는 선조와 그의 아들 광해군까지 무려 29차례에 걸친 사직과 직언으로 임금의 눈 밖에 나면서 귀양살이 까지 한 인물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건 전쟁에서 승리한 장수가 어떤 댓가를 바라보고 전쟁터에 나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이 한번 쯤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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