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된 약속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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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된 약속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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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일련의 사건은 해외 토픽으로 각국에 타전되어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됐다. 일간 신문과 잡지들은 연쇄적인 살인 사건을 심층 보도 한답시고 지면을 그 기사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따라서 가판대의 신문과 잡지 판매 부수가 폭발적인 증가를 보였다. 특히 잡지사들은 물고기가 오랜 가뭄 끝에 물을 만난 격이 되었다. 잡지사 데스크들은 은근히 이 사건이 보다 극적으로 오래 끌어주기를 바랄 정도였다.

주간 신문들과 잡지들의 선정적인 보도는 도가 지나칠 정도였다. 나리라가 발가벗겨진 채 당한 모습을 가슴은 여과없이 내보내고 여자의 중요한 부분도 약간 흐리게 처리하여 게재했다. 또한 그녀와 관계한 저명 인사들의 이름도 가운데 자만 지우고 내보냈다. 하지만 누가 보아도 그가 누군란 것은 금세 알 수 있었다. 죽은 나리라가 말이 없으니 일단 잡아 떼고 보자는 것일까. 명단에 오른 사내들은 대부분 나리라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어떤 자는 나리라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까지 했다.

“개새끼들!”

태진은 신문과 잡지들을 샅샅이 훑어보다가 씹어뱉듯이 말했다. 분명히 뻔뻔스럽게 오리발을 내미는 놈들이 있을 거란 예상이 적중했다. 그래서 일부러 처음 방송국과 잡지사들에 보낸 비디오 테이프는 상당부분 편집된 것을 보냈다. 이제 오리발을 내미는 놈들 중에서도 유난스럽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놈들을 더 철저하게 응징하기 위해, 나리라가 낱낱이 고백한 테이프를 복사했다. 그 테이프는, 나리라가 놈을 언제 어디서 만나서 몇 번 섹스를 했는지, 놈의 신체적인 특징과 버릇까지 세세히 기록된 것이었다.

태진과 진희는 가스 라이터에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가며 나리라가 진술한 테이프를 다시 보았다.

“…… 지난달 북한강변 나인틴호텔 509호실에서 의사 최승국을 만났습니다. 그와의 세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세 번 모두 이곳을 이용했습니다. 네, 절대로 거짓말이 아닙니다. 제 목숨을 걸고 맹세합니다. 정 믿지 못하겠으면, 그곳 종업원에게 확인해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남자 종업원의 이름은 모르지만, 오른손 등에 커다란 사마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확실한 것은, 최승국 그 사람의 페니스 끝 부분에 작은 까만 점이 두 개 있었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어떻게 그렇게까지 자세히 알 수 있겠습니까.”

태진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결정적인 나리라의 증언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테이프가 언론에 공개돼도 끝까지 나리라를 한 번도 만나 적이 없다고 우길지 궁금했다. 이제 최승국이 끝까지 부인하려면, 텔레비전 앞에서 안방의 모든 시청자들에게 두 개의 까만 점이 있는지없는지를 확인시키기 위해 자신의 페니스라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아니, 그 전에 그의 페니스에 대해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 잘 아는 마누라에게 머리가 뜯겨 대머리가 되리라.

나리라의 증언은 계속됐다.

“…… 그는 좀 특이한 사람이었습니다. 섹스를 할 때는 반드시 저를 엎드리게 하고 뒤에서…… 그는 힘이 엄청났습니다. 세 번 만났는데, 단 한 번도 한 번의 섹스로 끝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를 만나러 가는 날엔 은근히 걱정 반 기대 반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제 최승국은 끝장이 날 것이다. 이렇게까지 자세히 까발리는 데도 그가 뻔뻔스럽게 또 텔레비전 프로에 나와 점잔을 빼며 저명한 성형외과 의사인 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의 병원은 머지않아 문을 닫게 될 게 뻔했다.

다음은 한창 인기 절정에 있는, 계집애처럼 곱상하게 생긴 신인 가수 노민영이었다. 그 녀석도 기자 회견을 자청하기까지 해서 그녀와의 관계를 극구 부인했다. 그녀와 몇 번 만난 적은 있지만, 모두 무대 의상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억울함을 호소했었다. 기자 회견만 하지 않았어도 그냥 지나가려고 했었다. 그러나 녀석의 하는 짓이 너무 가증스러워 그냥 둘 수 없었다.

나리라는 고통을 못 이겨 일그러진 얼굴로 자백했었다.

“…… 노민영 걔는 데뷔할 때부터 만났습니다. 걔는 나를 처음 만난 날부터 누님이라고 부르며 유난히 곰살궂게 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막내 동생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그런 일이 있고부터는 걔 뒤를 봐주는 스폰서들을 모두 제가 연결해주었습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먼저 나에게 접근한 것은 걔였습니다. 강촌에 있는 내 별장에서 주로 만났는데, 인기가 별로이던 초창기에는 며칠씩 함께있기도 했습니다. 걘 나중엔 나에게 청혼까지 했습니다. 지금도 강촌 별장 책꽂이 국어 사전 뒤쪽엔, 걔와 섹스를 하면서 홈 비디오로 찍은 테이프가 있을 겁니다. 우린 섹스를 할 때는 꼭 비디오를 찍었고, 섹스가 끝나면 그 테이프를 감상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수사관들이, 노민영과 나리라의 섹스 장면이 찍힌 비디오 테이프를 찾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녀석은 그 섹스 테이프 때문에 수사관들로부터 한동안 시달림을 당할 것이 틀림없었다. 인기가 치솟는 중이던 가수 생명도 끝장날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었다.

최승국과 노민영에 관련된 비디오 테이프가 또 금세 언론에 공개됐다. 그와 동시에 최 형사와 불독은 상부로부터 매서운 질타를 받았다. 수사요원도 대폭적으로 증원되었다. 정부는 경찰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범인을 잡아내라고 성화였다. 국무총리가 대국민 사과 담화를 발표할 정도였다.

“내가 미쳐요, 미쳐. 이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나참 더러워서!”

불독은 쓰레기통을 향해 앞이빨 사이로 침을 찍 갈겼다. 답답하기는 최 형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강력계 형사 생활로 잔뼈가 굵었지만, 이번 사건처럼 단서조차 잡지 못하여 호되게 질책을 당하기는 처음이었다.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범인들은 분명 보통 지능범이 아니었다. 얼마나 약아졌는지, 간첩들처럼 무인 포스트를 정하고 그곳에서 언론사 기자들이 비디오 테이프를 찾아가도록 연락해 왔다.

불독은 담배를 원숭이처럼 뻑뻑 피워대며 말했다.

“그 새끼들 혹시 간첩이 아닐까요?”
“설마요.”
“하도 답답해서 하는 소리 아닙니까.”
“…….”

최 형사는 그의 심정을 알 만했다.

범인들이 언론사에 거는 전화를 추적하기 위해 추적장치를 가동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공중전화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화도 추적 장치가 가동되지 않는 수위실이나 엉뚱한 경제부 등으로 하기 때문이었다. 완전히 놀림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최 형사는 수사본부 사무실 창가에 팔짱을 끼고 서서 아까부터 뭔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진 담배는 긴 재를 만들며 홀로 타들어가고 있었다. 보라색 연기만이 햇살을 받아 실내에 물에 떨어진 잉크 방울처럼 느리게 번져갔다.

“…… 아무리 생각해도 민소영의 종이 장미가 마음에 걸려요. 뭐라고 꼭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예감이 그래요. 다시 한 번 그녀 주변의 인물들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을 거 같아요.”

최 형사가 불독을 돌아보며 말했다. 최 형사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던 긴 담뱃재가 기어이 동백꽃이 모가지째 지듯 바닥에 툭 떨어졌다.

“이 시간에도 또 어디선가 범행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불안해 견딜 수 가 없습니다.”

불독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차라리 그래 줬으면 싶습니다.”

최 형사의 말에 그는 멀뚱한 시선으로 최 형사를 바라보았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 우리 두 사람만 있으니까 하는 얘기인데, 만약에 내가 범인들을 잡았다면 과연 그들의 손목에 쇠고랑을 채울 수 있을지…… 그냥 놔주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

불독은 최 형사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굳어져 있던 불독의 표정이 풀리며 입을 연 것은 한참 후였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누군가 들을까 겁납니다.”
“두 사람뿐이잖아요.”
최 형사의 말에 불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 형사님은 노후 설계가 단단히 되신 모양이죠?”
“밥 굶지 않을 정도는 됩니다.”
“…… 저도 실은 며칠 전 안식구 부업거리를 하나 만들어줬습니다. 이 짓을 그만둬도 손가락만 빨고 살 수는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대학교 앞에 카페를 차렸지요. 속도 모르고 와이프는 신이 났어요. 뭔가 자기 일을 찾았다 이거죠. 그런 와이프를 보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솔직히 말하면, 범인들을 잡으면 과연 제 손으로 수갑을 채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만약에 수갑을 채운다 하더라도 엄청 심적인 갈등을 느낄 거 같고요. 어쩜 그들은 우리가 못 하는 이 사회의 빛과 소금 역할을 대신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두 사람은 서로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최 형사는 그의 말에 깊은 공감대를 느꼈다. 그것은 두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공감대였다. 범인을 잡아야 할 팀장들이 오히려 범인들의 행동을 두둔하는 듯한 이 엉뚱함. 그러나 두 사람의 지금 대화는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솔직한 표현이었다.

최 형사가 말했다.

“어떻게 생긴 놈들인지 얼굴이나 한번 보고 싶어요.”

“저 여자는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태진을 미행하던 교체된 수사요원이,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나진희를 몇 컷 찍었다. 두 사람은 미행하는 형사들을 따돌렸다고 믿고 돈암동 카페에서 만나고 있었다. 수사요원은 두 사람이 카페에서 나올 때까지 길 건너편에서 기다렸다. 한 시간 정도 지난 뒤 두 사람은 카페 입구에서 헤어졌다. 수사요원들은 나진희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미행했다. 수사팀이 나진희의 집을 알아내고 신원을 파악하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최 형사는 수사요원들이 보고한 나진희의 사진과 신상 명세서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름 나진희. 25세. 성북구 길음동 태양 아파트 A동 315호. 현재 혼자 살고 있고, 한때 호주가 대한그룹 나석만 회장이라…… 뭐 때문에 이태진을 만나지? 하여튼 민소영의 애인인 이태진을 만나는 여자니까 보다 구체적으로 뒷조사를 해보라고.”
“나 회장의 딸이라면 무엇 때문에 혼자 나와서 살고 있을까요? 그리고 나 회장의 호적에 잠깐 올라 있다가 빠진 것은 왜죠?”

불독도 신상 명세서를 꼼꼼이 살피며 말했다.

“글쎄요, 뭔가 내막이 있겠지요.”

다음 날 아침.

최 형사는 나진희를 미행한 팀으로부터 귀가 번쩍 뜨이는 보고를 받았다. 어젯밤 나진희가 이태진의 집에서 이태진과 함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진희는 어렸을 때 대한그룹 나석만 회장의 호적에 올랐다가 행방불명 처리가 되어, 전라도 화심사 스님들 손에서 자란 걸로 조사되었다.

그 이유는, 그녀의 어머니가 한때 명성을 날린 요정 '‘정원’의 얼굴 마담이었다는 것과 그곳에 드나든 나 회장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가 나진희였다. 따라서 나 회장의 가족들은 누구도 나진희를 핏줄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진희의 어머니는 나진희가 일곱살 때 사망 신고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나회장의 호적에 오른 직후였다.

보고를 받고 불독이 혀를 찼다.

“하여튼 돈깨나 있다는 새끼들은, 조금만 뒷구멍을 조사해 보면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사생활이 걸레인지 모르겠어. 깨끗한 사람은 가뭄에 콩 나는 정도라니까. 하여튼 시궁창 같은 놈들야.”

지금까지 이태진을 미행한 수사요원이 그의 말을 받았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태진의 부모들도 문란한 성 관계가 원인이 되어 죽었고, 나진희도 어찌 보면 부모들의 문란한 사생활 때문에 빚어진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알아본 바에 의하면, 나진희란 여자는 한 번도 나 회장과 함께 산 적이 없고, 절에서 나와 지금까지 혼자서 산 걸로 되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그녀가 절에서 스님들로부터 무술을 배워 무공의 달인이라는 점입니다. 여자가 뭐 하려고 그런 무술을 익혔는지 모르지만…….”

최 형사가 보고서를 뒤적이며 말했다.

“그거야 절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무술에 전념했는지도 모르지. 뭔가 자신을 추스를 것이 필요했겠지.”
“그런데 이태진과 나진희의 만남이 뭔가 석연찮아요. 민소영 정도의 여자를 애인으로 둔 남자가 뭐가 아쉬워서 나진희 같은 애하고 함께 밤을 새웠을까요? 젊은 남녀가 함께 밤을 새울 정도라면 보통 사이가 아닌 거 같은데.”
“그러게 말입니다. 실은 저도 그게 마음에 걸리는데요.”

불독도 최 형사의 말에 공감을 표했다.

최 형사는 나진희와 나석만 회장에 대한 뒷조사를 다시 철저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최 형사는 나 회장이 깐깐하다는, 바늘로 이마를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냉혹한 인간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었다. 그런 인간이 무슨 이유로 잠깐이긴 하지만 나진희를 자신의 호적에까지 올렸는지 불가사의했기 때문이었다.

최 형사의 명령을 받은 수사요원들은, 나진희의 어머니와 함께 요정에 있었던 여자들을 추적해 조사했다. 여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나 회장은 나진희를 처음에는 자신의 아이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진희 어머니는 DNA 검사까지 거쳐, 나진희가 나 회장의 친자임을 법적으로 증명했다. 그래도 나 회장이 냉담하게 나오자, 그녀는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겠다고 했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 회장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나진희를 자신의 호적에 올려주되, 그녀에게 자신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사라져주길 원했다. 단 한 번이라도 눈에 띄면 나진희를 호적에서 제외시키겠다고 했다.

번민 끝에 그녀는 나 회장의 제안을 수락했고, 진희가 나 회장의 호적에 오른 것을 확인하고 죽음의 길을 택했다. 자살하기 바로 전 날, 그녀는 정원에서 함께 일했던 여자들과 술을 마셨다.

보고를 들은 불독이 입을 열었다.

“그럼 나진희 어머니는 딸을 위해서 자살했단 말이군.”
“그런 셈이죠.”

수사요원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 후 나진희를 호적에 행방불명 처리하고 화심사에 맡긴 게 나 회장이란 말이지?”
“아직 거기까지는…….”
“알았어. 수고했어. 계속해서 더 알아봐.”

수사요원들이 나가고 두 사람만 남았다.

“하여튼 지독한 새끼구만. 그래, 지 자식이 멀쩡히 살아있는데도 제 체면 때문에 행방불명 처리를 해? 그러고도 인두겁을 쓴 인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

불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최 형사도 입맛이 씁쓸했다.

늘 별의별 사건 현장 속에서 하루 해가 저무는 자신이지만, 이런 보고를 받을 때마다 형사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끼곤 했다. 인간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은 이기심의 끝이 어디인지, 절망감이 앞서곤 했다. 도대체 이 사회가 어디까지 가려고 이 모양 이 꼴인지 몰랐다.

“이태진과 나진희, 둘 다 비슷한 과거가 있군요.”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원…….”
“그나저나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을까요? 민소영은 설마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모르겠지요? 하여튼 요지경속이라니까요.”
“이태진은 겉보기엔 별볼일 없는 사낸데, 무슨 매력이 있어 여자들에게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글쎄요, 우리가 모르는 남자로서의 남다른 특별한 구석이 있나보죠.”

불독은 최 형사를 보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최 형사는 불독이 짓는 미소의 의미를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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