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것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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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인 것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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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진탕 소동

“걸어가는데 갑자기 아스팔트가 벌떡 일어나더라.” 술 마신 다음날 얼굴을 갈아붙인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런 말들을 한다. 그런데 술 마시고 하는 실수야 무조건 “어제 일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고 닭발만 내밀면 또 이해한다. 얼마전 비가 부슬부슬 올 때다. 동문회 자리가 있어 퇴근 시간을 서둘러 출발했지만 차가 밀려 예정된 시간보다 한참 늦게 도착했다.

미안한 마음에 악수도 대충 끝내고 자리에 앉는 순간 바로 밑의 후배놈이 그 시간에 벌써 선도가 떨어져 있었다. 늦은 죄로 후래 3배를 하는 찰나, 주는 술 마다않던 후배놈이 혀 꼬부라진 몇마디를 하더니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나간지 30여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모두들 집으로 간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이 얘기 저 얘기 끝에 시계바늘을 자정로 끌어 올려놓고 대충 자리를 파한 후 밖으로 나왔다. 그 순간 어디서 많이 들어보던 목소리가 흐느끼듯 들려왔다.

소리나는 쪽을 보니 아까 밖에 나간 후배놈이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KFC 앞에서 혼자 무릎을 꿇은채 “죄송합니다, 한번만 용서하십시요”를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몇명이서 급히 달려가 일으켜 세우니 하는 말인즉 “저 할아버지 내가 죽인 것 아니야”하면서 울고 있는 것이었다.

한심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웃음부터 나왔다. 그래도 그 상태서 미안한 것은 아는지 머리 조아려 사죄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단 할아버지를 병원으로 옮기겠다고 하고는 비에 파김치가 된 후배놈을 끌어 일으켜 세워 주변 호프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현장에는 KFC이미지를 대표하는 대형 할아버지 인형만 넘어져 있었다. 후배놈이 꼭지가 뒤틀려 엄청난 착각을 한 것이었다. 호프집에서 대충 비를 닦고 달래듯 사정을 물어보니 이해는 됐다.

술이 너무 취해 앉아 있으면 실수 할 것 같아 밖을 나와 어느 정도 걸어가는데 왠 할아버지가 길을 막고 서서 비켜 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피해가려고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에 왼쪽으로 가면 왼쪽에 계속 길을 막기에 신경질이 나서 비키라며 밀었는데 정확히 뒤로 넘어지더니 일어나지 않더라나. 순간 아차싶어 흔들어 보니 이미 몸은 뻣뻣이 굳어져 있었다고 한다. 술이 너무 취한 상태라 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망가자니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가 없어 그대로 용서만 구하고 있던 중이었다고 한다.

좀더 상세히 예기하면 동문회 자리서 나와 갈지자로 걸어간 것이 KFC 가계 앞이었다. 맛이 간 상태다 보니 KFC앞에 서 있는 대형 할아버지 인형을 진짜할아버지로 착각 피하려고 하는데 자꾸 길을 가로막기에 신경질이나 밀어버렸더니 뒤로 꽝하고 넘어진 후 일나지 않더라는 것.

아차 싶어 일으켜 세우려는데 몸이 뻣뻣하게 굳어져 있어 뇌진탕으로 생각하고 일어날 때까지 용서를 구하고 있던 중에 우리를 만났다는 것이다. “할아버지 어떻게 됐냐”고 묻는 후배놈에게 우리는 병원에서 치료받고 집에 돌려보냈으니 내일 아침 찾아가서 용서를 구하라며 택시에 태워 집으로 보냈다. 다음날 아침 필름이 약간씩 복원 됐는지 후배놈이 전화를 걸어 왔다.

그 할아버지 어디에 계시는 분이냐고 묻기에 “야 이놈아 전국에 있는 KFC앞에 가면 매일 손님 받는 수염 달린 할아버지가 있으니 아무 곳이나 찾아가 큰절 두번 올리고 용서를 빌어라”고 했다. 맨 정신에 큰절 두번 올릴 녀석이 아니다. 왜! 술 깨면 창피한 것은 아니까. 이글 읽고 느끼는게 있으면 이놈아 술좀 줄여라. 어째 사람도 몰라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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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뱅이 2006-01-13 12:08:20
꼭 우리동네 거시기하고 똑 같네 손 뭐라카더라

익명 2006-01-13 12:53:26
ㅋㅋㅋㅋ,손상님 요즘 바쁘시죠^^나두 예전에 아스팔뜨 때렸는디..박치기로^^

재밋다 2006-01-14 00:38:56
그래도 술 먹으면 당신처럼 돼야지 안그래요 선상님들

고통해 2006-01-14 00:39:36
그건 덜하다 전봇대를 수십번 두들겨 패 손가락이 부러진 놈도 있다.

정말 2006-01-14 00:40:32
아파트 앞에 내리니 아파트 한동이 통째로 없어져 밤새도록 헤멘 선생도 있다. 한번 대적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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