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루에 바둑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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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하루에 바둑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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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아다리부터 배운다

사실 나는 천재가 아니야. 단지 다른 사람보다 공을 들였을 뿐이지.
- 우칭위엔(吳淸源 九段) 어록에서 -

아다리, 왜색이 짙은 말이다. 단수(單手), 우리 것이라고 대체한 말이지만 오히려 쓰기가 생뚱맞다. 때려 친다, 이렇게 풀어쓰면 좀더 느낌이 와 닿기는 하나 어딘가 속되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아다리로 통용되는 것 같다. 영어로는 hit랄까.

아다리는 상대의 돌 또는 말(馬)을 다음의 한 수로 때려잡는 수이다. 바둑에서 말은 돌의 뭉치 또는 모임을 가리킨다. 대개 아다리를 당한 상대는 말을 살리기 위하여 자기 돌을 뻗어서 받아준다. 아다리를 친 쪽과 받는 쪽의 흑백연결이 필연적 수순이 되기 때문에 어떤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바둑을 처음 대할 때 가까운 주변으로부터 설명을 듣게 마련이다. 그때 처음 배우는 바둑용어가 아다리일 것이다. 입문에서 우선 돌의 생사감각부터 잡혀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보자는 승부를 떠나서 기회만 있으면 아다리를 치고 싶어진다. 아다리(받아라)! 신나게 소리 내어 외쳐보기도 한다.

어느 교회 장로가 늘그막에 평생의 유일한 취미로 바둑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다가 사이버기원에 출입을 하게 됐는데, 그만 오버했다는 에피소드가 전해진다. 토요일 밤에 시작하여 일요일 새벽까지 바둑을 두면서 아다리에 희희낙락했었다. 그런데 그가 주일예배 대표기도 끝에 “아멘” 대신 그만 “아다리”를 불렀다는 웃지 못 할(?) 사고를 일으켰다. 그 후부터 그는 교회에서 “아다리 장로”라는 이름이 따라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바둑 자체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은 바둑의 본질보다 단편적인 지식에 집착한다. 바둑에서 역사상 누가 최고수였나? 이런 질문은 터무니없이 빈틈이 많아 대꾸하지 않는 게 오히려 정답에 가깝다. 그러나 음악에서 악성(樂聖) 베토벤 하듯이 바둑에서 기성(棋聖) 吳淸源을 높이는 사람들이 많다.

우칭위엔은 1914년 중국에서 출생하여 어린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활동했다. 90 평생 그에게 유일한 습관이 있다면 19줄로 얽힌 바둑판을 보면서 밤낮 연구하는 일 말고는 소박한 옷을 입고 검소한 세 끼를 먹는 보통 사람이었다. 그는 바둑을 하늘의 이치와 우주의 질서를 따라가는 일련의 과정이라고 역설했다. "나는 바둑을 둘 때 승패를 생각하지 않는다. 승부를 초월하여 한 수 둘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바둑판은 가로세로 19줄로 이루어져 있는데, 19x19=361 개의 격자점은 일 년의 날 수를 나타낸다. 격자무늬 우물 정(井)자의 네트워크 바둑판은 공간이다. 가로세로 7줄 씩 묶어 각각 3칸으로 나누면 바둑판은 모두 9칸의 네모로 조직된다. 마치 7줄바둑 같은 각각의 네모에는 그 중앙에 한 점 화점(花點)이 구별되어 찍혀있다. 바둑판 모두 합쳐 9개의 화점이 있다.

모서리에 있는 4개의 화점은 4대륙의 중심이다. 가장자리에 있는 4개의 화점은 4대양의 중심이다. 가운데 하나의 화점은 하늘의 중심으로 태극이며 특별히 천원(天元)이라 부른다. 흑백의 바둑돌은 하루의 밤과 낮으로 교차되는 시간이다. 바둑은 이와 같이 하늘과 땅 사이에 음양으로 시공(時空)이 창조되는 게임이다.

2001년 우칭위엔의 제자 루이나이웨이 9단이 한국의 국수 자리에 올랐던 사건이 있었다. 당시 대통령이 우승자인 그녀에게 직접 축전을 보냈다는 뉴스에 그는 크게 감명 받는다. 그는 21세기 바둑의 최강국으로 마음이 세계로 열려 있는 한국을 들고 있다. 실제로 각종 세계 바둑 대회에서 조훈현 9단, 이창호 9단 등이 나타나 계속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바둑은 우리나라가 세계의 선두를 가장 확실하게 지키는 분야이다. 세계의 선두는 물론 가슴도 뛰고 돈도 따르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이번의 줄기세포 사태처럼 아다리를 남발하면 안 된다. 상수(上手)는 아다리를 아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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