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가족해체 부른 ‘로또 1등 당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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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으로 가족해체 부른 ‘로또 1등 당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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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 ‘사랑과 전쟁’ 부부클리닉위원장 이재만 변호사

▲ ⓒ뉴스타운

지난 7월 4년간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원에 부탄가스를 들고 찾아와 폭파해버리겠다며 난동을 부린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한 달 후인 8월엔 경남 양산에서 ‘40억 로또’의 당첨금 분배를 두고 가족 간 소송을 불러일으킨 사건이 발생했다.

6일 양산경찰서는 40억 로또 당첨자 김 모씨 어머니와 여동생 2명, 김씨 매제 등 4명을 재물손괴·주거침입 혐의 등으로 불구속 입건했다. 로또 당첨금이 결국 가족 간의 정을 갈라놓은 꼴이 됐다.

살기가 팍팍하다보니 누구나 한 번 쯤은 새해 소망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며 복권을 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과연 로또 1등 당첨은 행복만을 안겨주었을까. 아니다. 행복한 고민은 실제 당첨자들 주변에서 크고 작은 싸움으로 나타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막상 당첨된 사람들 상당수는 돈 때문에 크고 작은 분쟁에 시달려야 했다. 당첨 전보다 오히려 불행해진 사람들도 있었다. 로또 당첨은 일확천금의 기회와 함께 가족 간 다양한 분쟁들을 촉발시켰다.

추석이 다가온다. 만약 당신에게 로또 복권 1등 당첨의 기회가 온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복권 당첨금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이 치열하게 싸우는 법정 속을 들여다보자.

본지는 KBS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부부클리닉위원장을 맡아 사회문제, 가정문제, 가족문제 등과 관련 명쾌한 법률해석과 국민 눈높이의 법률상식을 전파해 온 법무법인 ‘청파’ 이재만 대표변호사와의 Q&A를 통해 이와 관련한 법률적 문제를 심도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Q. 행복해야 할 로또복권 1등 당첨이 가족 간의 분쟁은 물론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경남 양산에서 벌어진 ‘40억 로또’의 당첨금 분배 사건 역시 결국 고소로 이어졌습니다. 먼저 어머니가 양산시청 현관 앞에서 ‘패륜 아들 000를 사회에 고발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는데 모욕죄에 해당되는지요.

A. 형법 제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첫 번째 상대방이 특정되어야 하고, 두 번째 공연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세 번째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여 개인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야 합니다. 사안의 경우 어머니가 들고 있는 피켓에는 아들의 이름이 쓰여 있어 상대방이 특정되고,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양산시청 현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여 불특정 다수인이 알게 되었으므로 공연성도 무리 없이 인정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모욕에 해당하는지가 문제일텐데 ‘빨갱이 계집년’, ‘첩년’, ‘사기꾼’과 같은 표현에 대해 모욕죄 유죄를 인정한 기존 법원의 판단에 비추어 ‘엄마를 버리고 간 패륜아들’이라는 표현 역시 모욕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모욕죄는 친고죄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데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의 규정이 있어 실제로 어머니가 모욕죄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들 김씨는 어머니 등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주거침입등 불법행위를 이유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하는데 이는 법 규정상 어머니를 형사 고소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Q. 아들 김씨는 또 어머니와 여동생 2명, 김씨 매제 등 4명을 재물손괴·주거침입 혐의 등으로 고소했습니다. 재물손괴·주거침입 등의 처벌은 어떻게 돼 있습니까.

A. 김씨의 어머니, 여동생, 매제 등 4명은 김씨가 로또에 당첨된 후 당첨금 분배 문제로 가족들과 다투다 양산으로 몰래 거주지를 옮기자 이에 반발해 방문했다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아파트 현관의 전자식 도어락을 휴대용 드릴로 파손하고 집에 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 등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형법 제366조). 법원은 자동차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버리는 것 역시 재물손괴죄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아들 소유의 아파트 현관의 전자식 도어락을 파손한 것은 재물손괴죄로 무리 없이 인정될 것입니다. 한편 주거침입죄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등에 침입한 경우 성립하는 범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형법 제319조). 법원은 강간 목적으로 창문을 열고 안으로 얼굴을 들이민 경우에도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해하였다면 주거침입죄를 인정하고 있으므로 문을 열어달라는 어머니 등의 요청을 아들이 거부했음에도 도어락을 파손하고 집에 침입한 행위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할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형사소송법 규정으로 인해 아들 김씨는 원칙적으로 어머니를 고소할 수 없으나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재물손괴에 대해서는 설사 어머니라 하더라도 고소가 가능하고, 주거침입의 경우 어머니를 고소할 수 없으므로 김씨가 여동생과 매제만을 고소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Q. 아들 김씨 어머니의 경우는 김씨가 이혼하고 나서 손자들의 양육을 도맡았는데 자신에게 당첨금을 나눠주지 않자 이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주거를 침입하고, 1인 시위까지 벌였습니다. 혹시 아들에게는 적용되는 죄가 없는지요.

A. 로또 1등 당첨금은 아들 김씨의 단독소유에 속하게 되므로 이를 분배할지 여부는 모두 김씨 개인에게 달려있어 설사 가족들과 전혀 나누지 않는다 하더라도 법률적으로는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다만 어머니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것이지요. 이런 유형의 패륜형 범죄들 때문에 일명 ‘불효죄’ ‘불효자식 방지법’등의 제정이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두 의원이 대표발의 한 ‘불효자식방지법’이 그것입니다. 이 법안은 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뒤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증여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하는 민법 개정안과 부모를 폭행했을 경우 적용되는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묶은 법이었습니다. 독일과 프랑스 민법은 이처럼 증여를 받은 자가 중대한 배은행위를 한 경우 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불효자방지법’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Q. 로또 당첨과 관련하여 벌어진 사건입니다. 직장에서 일을 하던 선배가 출장을 나가는 후배에게 돌아오는 길에 로또 복권 2장을 사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몇 시간 후 출장에서 돌아 온 후배는 복권을 구매하여 선배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복권 중 1장이 1등에 당첨됐습니다. 이 사실을 안 후배가 선배에게 돈을 달라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이유는 후배가 복권을 건네 줄 때 선배가 “당첨금 20%와 고급 승용차를 사준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선배는 후배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저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법정으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배가 돈을 주어야 합니까.

A. 구두계약도 엄연한 계약에 해당하나 후배의 경우 이를 입증할 뚜렷한 증거가 없었습니다. 증거라고는 유일하게 증인밖에 없었는데 당시 복권을 건네주는 장면을 본 직원들은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습니다. 결국 법원은 “당첨금을 나눠준다는 약정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후배 패소 판결을 내렸고 이에 박씨는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판결 대신 두 사람이 직장동료 사이인 점을 감안하여 “1,500만 원 정도를 주고받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의했고 양쪽이 모두 수긍하여 재판은 '화해권고' 수용으로 끝이 났습니다.

이 사건은 구두계약이 있었지만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어 패소한 예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약속은 반드시 서류로 남겨야 하고, 아니면 유리한 진술을 해줄 사람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보통 친구나 친한 사이의 경우 돈을 빌려줄 때 아무런 약정서 없이 빌려주는 경우가 있는데 문자나 카카오톡 대화내용, 계좌이체 내역이라도 남겨서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Q. 또 다른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박 모씨는 도박을 즐겼는데 도박장에선 판돈으로 매번 로또를 샀습니다. 여기엔 ‘1등에 당첨되면 당첨자가 절반을 갖고 나머지 절반은 똑같이 분배한다’는 도박꾼들의 규칙이 있었습니다. 그날 도박을 하던 7명이 복권을 2장씩 나눠가졌습니다. 그런데 도박을 마치고 집에 돌아간 박씨의 복권이 1등에 당첨되었습니다. 그러나 도박꾼들에게 당첨금의 절반을 나눠줘야 할 걸 생각하니 아까웠습니다. 고민 끝에 당첨사실을 숨기기로 하고 당첨금은 친형 통장으로 받았습니다. 결국 나중에 도박꾼들에게 당첨 사실이 들통 났고 도박꾼들은 박씨를 상대로 약정금 소송을 냈습니다.

A. 이 사건은 민사는 물론 형사재판까지 이어졌는데 법원의 판결은 민사의 경우 ‘당첨금 분배 약정에 따라 당첨금의 절반을 나누어줄 의무가 있다"며 도박꾼들에게 승소판결을 선고했습니다. 판결은 문서로 남기지 않았더라도 분명한 약속이 있었다면 구두약속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형사재판은 검찰이 횡령과 강제집행면탈로 기소했는데 법원은 횡령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로또 복권은 교부받은 자의 단독소유에 속하게 되고 당첨금 역시 해당복권을 가진 사람의 단독소유이다. 다만 복권 소지자는 약정에 따라 복권이 당첨될 경우 당첨금을 분배할 의무를 부담하게 될 뿐“이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Q. 오늘도 누군가에게는 로또 1등 당첨의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행복 보다는 가족해체 또는 또 다른 불행을 불러 오는 이런 세태 법률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A. 인간은 대부분 돈 앞에 무릎을 꿇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땀 흘린 대가가 없는 로또는 아무나 당첨시키지도 않지만, 당첨되었다고 해서 아무에게나 행운을 주지는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로또를 둘러싼 다양한 사건들과, 1등 당첨자들의 현실적 삶을 보면서 행운보다는 불행이 평생 당첨자를 괴롭히는 것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주변을 돌아본다면 분쟁 없이 모두가 행운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돈벼락을 맞는 로또 1등 꿈은 소박한 마음속에 담아두고 성실하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 아닐까 생각하며, 추석을 앞두고 그리운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 혹시 로또 1등 당첨의 기회가 찾아온다면 가족, 이웃, 주변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고 아낌없이 베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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