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준영 경찰청장, 노무현 대통령 ⓒ 전농 홈페이지 ^^^ | ||
허준영 경찰청장이 29일 오전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뒤 숨진 전용철(43)·홍덕표 씨(68)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결국 사퇴했다.
그의 사퇴는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집권 여당 내에서조차 퇴진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어쩌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허 청장이 전격적인 사퇴를 결정하자 '농업의 근본적 회생과 故 전용철·홍덕표 농민살해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그 동안 미뤄왔던 두 농민의 장례를 오는 31일 연다고 밝혔다.
자신들이 줄곧 요구해 왔던 대통령의 사과와 경찰청장의 퇴진이 받아들여졌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경찰청장이 물러났다고 해서 이번 사건이 흐지부지 마무리돼서는 곤란하다. 물론 과도하게 법 집행을 함으로써 무고한 시민 2명의 목숨을 앗아간 공권력의 횡포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하지만 공권력을 탓하기 전에 폭력시위를 방치하고, 조장한 농민단체 지도부들은 이번 사태에 전혀 잘못이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농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이 평화적인 시위를 경찰이 폭력으로 진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나무 죽봉과 돌 등을 경찰에 던지고, 경찰차량에 불을 질러 경찰버스 3대를 전소시킨 행동이 과연 그들이 말하는 평화적인 시위인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자신들의 요구와 권리를 위해서는 개인의 평화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도 용납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결론적으로 집회·시위가 주로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에만 이용되는 투쟁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 11월 15일 열린 전국농민대회는 정부의 잘못된 농업정책과 쌀 개방 등으로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희망마저 잃어버린 농민들의 절규와 한숨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날 벌어진 불법·폭력시위는 이러한 농민들의 절규와 한숨을 알리는데 실패했고, 결국 일반 국민들에게는 한낱 '교통이 막히고, 소음에 시달려야 하는' 짜증으로 비쳐질 뿐이었다.
경찰청장이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마당에 농민들을 앞세워 폭력시위를 주도한 농민단체 지도부들도 그에 따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농민들이 평화적인 시위를 벌였다면 그 누구도 다치거나 죽는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다.
범대위는 사망한 두 농민의 장례식 이후에도 농업의 회생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투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것이 아무리 정당하다 하더라도 불법과 폭력이 난무한다면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농민단체 지도부들은 두 농민의 안타까운 죽음을 경찰의 탓으로만 돌리는 비열한 행태에서 벗어나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스스로를 반성하고 두 농민의 죽음에 직·간접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해야 한다.
때마침 경찰이 집회와 시위문화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는 소식이다.
이를 계기로 냉정하고 평화적인,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시위 문화가 재정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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