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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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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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소리를 무당이 대신했다. ‘살이 끼였어, 너는 아버지도 죽일 거야. 업보지, 조상이 노했어,’ 무당은 계속 광호를 괴롭혔다.

선생님은 눈을 못 감고 있었다. 선생님보다 작부가 더 중요했다. 시체를 들쳐업었다. 묘지를 벗어나 산 위쪽으로 올라갔다. 무서워 머리털이 곤두섰다.

선생님의 몸무게는 백묵가루 때문인지 아주 가벼웠다. 천수를 하게 했어야 했다. 갈대가 많이 우거진 곳을 택했다. 달밤에 선생님과 같이 누웠다. 사고를 칠 때마다 광호를 감싸주시려고 노력하시던 선생님의 인자한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들은 누구나 일을 저지르며 크게 마련입니다”.
“그래도 너무 심합니다. 빨리 버릇을 고치지 않으면 더 큰 사고를 낼 겁니다. 선생님께서 그 것을 간과하고 계십니다.”

“한번만 기회를 더 주어 보시지요.”
교장 선생님은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성자가 된 선생님은 광호를 용서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도움을 준 선생님을 죽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몹시 슬퍼졌다. 광호는 목놓아 울었다. 귀신소리처럼 산골짜기를 타고 울음소리가 퍼져 나갔다.

광산의 방아 돌아가는 소리와 조화를 이루며 한밤중에 공기를 타고 멀리까지 소리가 퍼져 나갔다.

갈대와 풀잎의 흔들림이 어우러져 소리를 냈다. 사람들은 귀신이 우는소리로 들을 것이다. 가파른 산 위의 울창한 소나무 위에서는 부엉이가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도끼를 훔쳐온 집의 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광호를 아는 사람은 선생님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생각이 자꾸 머리에 떠올랐다.

광호는 자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처음부터 계획에 없던 일이다. 갈등과 혼란이 왔다. 선생님의 시체를 안았다.

몇 시간이 지난 후의 시신은 싸늘했다. 늦은 가을밤의 싸늘한 바람이 가늘게 뺨을 타고 지나갔다. 작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어둠 속의 먹구름이 달을 가리면 더 어두운 칠흑이 되었다. 선생님의 시신 옆에 오래도록 누워 있었다. 다시 달이 얼굴을 내밀면 선생님과 한 몸처럼 보였다. 광호는 죽은 자와 함께 누워 세상을 원망하고 있었다.

부엉이도 방아소리와 개의 울음소리도 멀리서 들렸다. 밝은 달빛은 죽은 자와 산 자의 육신을 밝게 비추고 있었고 마른 갈대 숲에서는 귀신 나오는 소리를 냈다.

검은 색을 내는 바윗덩어리는 악마처럼 보였다. 광호는 오랜 시간을 누워 무당의 소리와 엄마가 살이 낀 아들을 불러대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울지 말거라, 자수를 해라,”
“잘못했다고 빌어야 한다.”
조상의 잘못을 네가 대신 한 거라고 했다. 망설여졌다. 자수하라는 말이 싫었다. 작부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죽은 선생님과 엄마는 한편이 되었다. 더 큰 재앙은 늘 있게 마련이다. 죄 없는 자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작부를 만나는 것도 납치를 하는 것도 무의미한 일이 되었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계획에 없든 선생님이 왜 나타났는지 원망스러웠다. 소를 판 것도, 학비가 되어야 하는 것도, 모르는 우연 속에서 왜 하필이면 나를 아껴주시던 선생님이 선택되었는지 야속했다.

무수한 사람 속에서 나와 선생님은 남일 수가 없는데 말이다. 광호는 영화 속의 악당처럼 되어버린 것을 한탄했다.

그것은 <죄와 벌>을 잘 못 읽은 탓이고 ‘라스꼴리니꼬프’을 그대로 모방하려는 것이 문제였다. 우연의 허구를 원망했다. 그 시간과 달과 부엉이가 원망스러웠다.

무당은 할머니를 옥조이며 살풀이를 강요했다. 하나님은 나를 버렸다. 선생님이 멱살을 잡은 것은 광호를 믿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믿을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선생님은 그것을 몰랐다.

제자라는 사실에 안도했을 것이지만 조금 더 관대했어야 했다. 술만 드시지 않았다면, 달빛이 구름에 가리지 않았어도 다른 사람이 선택되었을 것이다. 소판 돈을 노리지도 않았다.

선생님을 죽이는 사람은 드물다. 읍내에서 통금을 해제하는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과 정을 끊어야 할 시간이 되었다. ‘라스꼴리니꼬프’처럼 살인 한 것이 후회가 되었지만 시신을 가장 안전해 보이는 곳으로 옮겼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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