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륜 범죄의 끝 ‘존속살해’ 법률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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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 범죄의 끝 ‘존속살해’ 법률적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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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TV ‘사랑과 전쟁’ 부부클리닉위원장 이재만 변호사

▲ ⓒ뉴스타운

세상이 너무도 살벌해지고 있다. ‘묻지 마 살인’이 우리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는 것도 모자라 최근 잇따라 벌어지고 있는 가족 간의 살인, 즉 ‘패륜 범죄’가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존속살해의 대상도 가족 내에서 부모, 부자, 모녀, 이모, 동서에 이르기까지 범위를 가리지 않고 있다. 이러한 존속살해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딱히 대책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 특히 팽배해진 자본주의 문화와, 물질만능주의 사회화는 이런 범죄를 더 확산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인륜적인 사건이 가정윤리 붕괴에 이은 알콜, 약물, 게임 등의 중독 증상에서 이어진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법에 의존해 두고 볼 문제만은 아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가족 내의 사정을 알기도 어렵거니와 설령 안다고 해서 쉽게 간섭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 이와 관련한 법적 처벌 등을 집중 홍보하는 한편으로 대국민 계몽운동이라도 해야 할 형편이다. 본지는 KBS ‘사랑과 전쟁’ 프로그램의 부부클리닉위원장을 맡아 사회문제, 가정문제, 가족문제 등과 관련 명쾌한 법률해석과 국민 눈높이의 법률상식을 전파해 온 법무법인 ‘청파’ 이재만 대표변호사와의 Q&A를 통해 이와 관련한 법률적 문제를 심도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Q. 경찰청에 따르면 존속범죄는 2012년 1,036건, 2013년 1,141건, 2014년 1,206건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중 존속살해는 2012년 50건, 2013년 49건, 2014년 60건, 2015년 55건이 발생했으며 올 들어서도 이미 29건의 존속살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일단 원인부터 좀 분석해 주십시오.

A. 존속범죄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행이고, 다른 하나는 우발적 충동에 의한 범행입니다. 이중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행은 주변의 관심과 약물 치료 등으로 얼마든지 막을 수 있으나 물질만능주의 또는 극단적 이기주의에서 비롯된 우발적 충동에 의한 존속범죄는 대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돈 때문에, 재산 때문에, 부모 양육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존속범죄는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붕괴되고 가족 윤리가 희박해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사건이 터질 때마다 ‘존속범죄’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듣지만 실제 법은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잘 모릅니다. 법률적으로 존속은 어디까지를 말하며, 어떤 형벌이 따르는지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A. ‘직계존속’이란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등을 의미하는데, 존속범죄에서 말하는 ‘직계존속’은 법률상의 개념이기 때문에 양자가 양친을 살해해도 존속살해가 되나 계자가 계모를 살해한 경우, 호적상 친권자라고 등재되어 있다 하더라도 사실에 있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일반 살해에 해당하게 됩니다. 또한 배우자가 사망한 뒤 전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경우에도 배우자와의 법률적 혼인이 유지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일반 살해에 해당됩니다.

형법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상대로 살인, 상해, 폭행, 유기, 학대, 체포, 감금, 협박 등의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존속범죄’로 보고 일반 범죄에 비하여 중하게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존속살해인데요, 일반 살인의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임에 반해 존속살해의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Q. 최근 PC방에 가려고 2천원을 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하자 아버지(53)를 밥상 다리와 효자손 등으로 때려 숨지게 한 아들 A군(14)이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구속되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경우 존속살해죄가 적용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A. 존속살해의 경우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다는 사실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합니다. 경찰은 흉기라고는 보기 힘든 밥상 다리와 효자손 등으로 아버지를 때린 A군의 행동에 비추어 살인의 고의까지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한 것인데요, 추후 부검 등을 통해 A군이 ‘죽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는 등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면 존속살해죄 적용이 가능할 것입니다.

법원은 제 분을 이기지 못하고 식칼을 휘두르며 닥치는 대로 주변 사람들을 찌르는 무차별 횡포를 부리던 피고인이 자신을 말리던 아버지를 찔러 결국 사망케 한 경우 피고인에게 아버지를 살해할 의사가 있었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었습니다.

Q. 범죄분석 전문가들은 존속범죄의 피의자 대부분이 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라지 못한 이들이어서 존속범죄와 가족 문제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 참극이니 만큼 가정불화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최근 물질만능주의와 극단적 이기주의가 사회에 팽배해지면서 가족관계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족 간의 유대감이 희미해진 자리에 경기불황에 따른 경제적인 문제 등이 더해지면서 서로에 대해 앙금이 쌓이다가 어떠한 계기로 인해 폭발하는 경우 우발적인 존속범죄로까지 나아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정성국 박사가 2014년 발표한 ‘존속살해와 자식살해 분석’ 논문에 따르면 2006~2013년 사이에 발생한 존속살해(부모살해) 381건의 범행동기는 가정불화 188건(49.3%), 정신질환 130건(34.1%), 경제문제 58건(15.2%)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통계를 통해 존속범죄의 절반 가량이 가정불화 때문이라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존속범죄의 원인이 부모에 의한 지속적인 학대에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 1997~2006년 사이에 발생한 존속살해 사건 가해자 중 44.4%는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고, 피해자의 40% 이상은 음주상태에서 가해자나 배우자 등 가족구성원들에게 상습적인 신체적, 정서적, 성적인 학대를 가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습니다.

패륜적인 존속범죄로 인해 단란했던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개인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할 가정이 무너진 경우 존속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Q. 존속살해라는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사전적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A. 1번의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29번의 작은 사고와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있다고 합니다. 이를 가리켜 ‘하인리히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존속살해의 경우에도 반드시 징후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가족 간의 갈등이 단순한 말다툼을 넘어 상대방을 위협하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 상담이나 경찰 의뢰 등을 통해 사전적, 예방적 조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가정폭력 예방교육 실시, 긴급전화센터 ․ 상담소 ․ 보호시설 등이 운영되고 있으므로 충분한 법적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Q. 법률 전문가로서 또 가족 간 문제와 관련한 법률적 지식을 많이 전파해 온 법조인으로써 우리사회 존속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원론적인 답변이지만 가족공동체를 회복하고 유대감을 강화하는 것이 궁극적인 방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설사 가족 간에 불화, 경제적 어려움, 치정 의심 등 존속범죄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여러 악조건들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부모가 자녀들을 사랑으로 대하고 자녀들이 부모를 공경한다면 존속범죄와 같은 극단적 결과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범죄는 가정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삶 또한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불행한 행동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이기적인 사회 풍토를 배려와 화합의 풍토로 바꾸고 단절된 가족 간 소통을 활성화시키는 정부정책들이 다양하게 개발된다면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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