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일본 도쿄 시부야 주택가에서 라디오 등 금품을 훔치다 체포돼 3년 6개월간의 수감 생활을 끝내고 지난해 3월 귀국한 '대도' 조세형씨가 또 다시 가정집을 털다 검거되었다.
지난 3월25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치과의사 집에 잠입해 1백65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치려다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일본에서 형을 마치고 귀국한 뒤 조씨는 자숙하는 의미로 언론과의 접촉을 삼가고 집도 혜화동 빌라에서 면목동의 작은 단독주택으로 옮기면서 노인 봉사활동에 매달려왔다.
그러나 그는 '숙명'처럼 예전의 도둑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그의 독실한 아내는 아예 집에 '기도방'까지 만들어 그를 참회의 길로 인도하려 했으나 조씨는 결과적으로 아내의 기대마저 저버렸다.
위에 제시된 사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여 왔던 절도사건의 전형적 범주를 넘어선다.
일반적으로 절도행위를, 빈곤을 탈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선택한 이성적 판단의 결과로서 간주하는 범죄학적 관점을 기준으로 볼 때, 위 사건이 상당히 괴리되어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위와 같은 유형의 절도행위가 뚜렷하게 지니는 '행위의 불가피성'이다.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라고는 가정하기 어려운 강력한 그 무엇인가가 절도행위에 대한 불가피성의 배후에 잠재되어 있다.
이런 '행위의 불가피성'은 바로 Marks라는 학자가 지적한 행위중독성으로서 이해될 것이며 좀더 좁게는 병적 도벽(kleptomania)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외국문헌에서, 가게에서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치는 들치기들을 약물치료를 포함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하였다는 기록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병적 도벽이라는 진단명은 임상적으로만 적용이 될 뿐, 절도범죄와 연관 지워서는 그 어떤 공식자료에서도 유병률이나 치료법이 알려진 바 없다.
따라서 앞으로 절도 누범자들 중에서 절도행위의 상습성을 가정해 볼 수 있는 대상이 있는지를 지면이 허락하는 대로 확인해보고자 한다.
물론 많은 수의 절도범들은 행위중독이라는 병리적 충동에 기인하여 범법행위를 저지른다기보다는 경제적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합리적인 의사판단의 결과 절도행위를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만일 위에서 제시되었던 사례처럼 합리적인 의사결정과는 관계가 먼 어떤 다른 이유 때문, 그 중에서도 병적인 절도중독 증세로 인해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라면 꼭 당장의 양형판단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그들의 특정 행위에 대한 범죄욕구에 대응할 목적을 위해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을 보다 안정적으로 선별해 낼 수 있는 표준화된 도구나 절차가 있다면 형사정책의 여러 단계에서 나름대로 유용하게 활용될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런 선별도구를 통해 포착된 절도 행위 중독자들이 어떤 심리특성을 지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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