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봄 멸치회 정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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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봄 멸치회 정말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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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마음따라> 경남 사천 “죽방렴”

 
   
  ^^^▲ 죽방렴/사천한폭의 그림 같은 남해바다
ⓒ 경상남도^^^
 
 

해마다 첫 봄비 오는 날, 삼천포 노산공원에서 만나기로 한 그 친구. 그 친구는 지금도 날 기다리고 있을까. 봄비가 그친 날, 오랫만에 재래시장에 나갔다가 어물전에서 팔고 있는 생선을 바라보니 갑자기 봄멸치회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래. 기왕 생각난 김에 그곳에 한번 가볼까.

가서 턱수염을 수북하게 기른 그 친구를 만나 오랜만에 싱싱한 봄 멸치회를 안주 삼아 소주나 몇 병 비워볼까. 그런데 지금 가면 그때 그 늦은 저녁, 노산공원을 휘어감던 그 젖빛 안개에 머리칼을 촉촉히 적실 수는 있을까. 그리고 안개비 속에서 끝없이 뭍으로 뭍으로 달려오던 그 파도, 내 마음 속으로 마치 첫사랑처럼 달겨들던 그 파도를 바라볼 수는 있을까.


"야아~ 지금 가면 싱싱한 봄멸치회 좀 맛 볼 수 있을까?"
"봄며루치? 봄며루치는 안주까지(아직까지) 바닷물이 차갑아서 잘 안 잡힐끼거마는. 날씨가 쪼매이 더 풀리야 될 끼라. 아마 3월달이 지나야 나올끼거마는"
"그러면 지금 가면 무엇을 먹을 수 있어?"
"회로 묵을라꼬? 싱싱한 회는 쎄벌맀지(많이 있지). 아, 삼천포에 니가 묵을 회가 없다카모 말이 되것나. 그라고 죽방렴에서 매일 새벽마다 고기로 건져올린다 아이가. 그라고 봄 며루치 묵을라모 쪼매 있다가 오이라."

지금의 사천시는 옛 삼천포시와 사천군을 합친 이름이다. 하지만 지금도 곳곳에 삼천포란 지명이 흔히 눈에 띈다. 또 옛 삼천포시에 속했던 사람들도 사천시라는 이름보다도 삼천포라는 이름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삼천포항이란 이름을 고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진주를 지나 사천 인터체인지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외길이 하나 나온다. 그 길이 옛 삼천포시로 가는 국도 3호선이다. 여기에서 삼천포항이라는 팻말을 따라 대략 30여분 더 달려가면 큰 산이 떡 버티고 앉아 길을 가로막는다. 그 산이 바로 삼천포항의 명물 와룡산(臥龍山, 798.6m)이다.

마치 큰 용 한 마리가 누워있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그 이름이 붙혀진 와룡산은 북쪽으로는 사천시 사남면을, 동쪽으로는 고성군을 경계로 하고 있다. 또 한가지. 와룡이란 이름은 고려 제8대 현종이 등극하기 전, 현종이 어릴 때 아버지 욱(郁)과 같이 생활하던 곳, 즉 잠용지처(潛龍之處)란 이름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근데 왜 저걸 죽방렴이라고 부르지?"
"그라이 촌놈이 따로 없다 아이가. 죽방렴(竹防簾) 이란 거는 말 그대로 대나무로 막아놓은 발이라는 그 말 아이가. 저렇게 고기를 잡는 방법은 우째 보모 아주 원시적인 방법인기라. 그라이 저기서 잡히는 고기 맛이 좋을 수밖에.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 아이가."
"고기가 많은 모양이지?"
"그걸 말이라꼬 하나. 여기는 밀물과 썰물이 하루에 두번씩 바뀌거든. 그라이 하루에 두 번씩이나 물고기들을 물동이에 물 붓듯이 퍼올린다 아이가."

 

 
   
  ^^^▲ 죽방렴경상남도
ⓒ 바다의 함정^^^
 
 

사천시 실안동 해안도로변 앞에 펼쳐진 죽방렴은 이곳의 민속문화재이기도 하다. 죽방렴은 남해안 지역의 대표적인 정치망 어업이라고 한다. 죽방렴을 설치할 때는 약 10m 정도 되는 참나무 말뚝을 썰물 때 갯벌에 부채꼴 모양으로 촘촘히 박는다. 그리고 부채꼴 끝부분에 원통형 대나무 통발을 조류가 흘러오는 방향을 향해 U자형으로 벌려놓는다.

특히 요즈음에는 참나무 대신 철근을 박기도 한단다. 또 부채꼴 모양으로 박아놓은 말뚝을 "살", 또는 "삼각살"이라 부르고, 둥그런 대나무 통발을 "불통"이라고 부른단다. 썰물 때가 되면 이 불통이 저절로 열렸다가 밀물 때가 되면 또 저절로 닫히기 때문에 물때가 아무리 바뀌어도 불통에 든 물고기는 도망을 가지 못한단다.

이러한 방법은 바닷가에 돌을 쌓아 고기를 잡는 '돌살'과 더불어 남해안 지역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고 한다. 특히 이 지역 어민들은 개방구라고 부르는 갈매기를 보고도 날씨를 점칠 수도 있다고 한다. 만약 날씨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으면 이 개방구가 육지로 마구 날아오른다고 한다.

"불통에 물고기가 갇히모 어부들이 배를 타고 나가 통발에 든 물고기를 가져오기만 하모 안되나. 그라이 그물로 잡는 물고기보다 싱싱할 수밖에."
"그 참! 원시적인 방법이라 해서 예사로 생각했더니..."
"니, 저 죽방렴 값이 얼마나 하는 줄 아나?"
"그럼 저것도 사고 팔고 한다 말이야?"
"권리금만 해도 자그만치 큰 거 한 장이다, 한 장. 1억 말이야."
"???"

이곳 죽방렴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주로 도다리와 숭어, 도미가 대부분이란다. 하지만 이곳 죽방렴의 가장 큰손님은 역시 멸치다. 이곳의 멸치는 3월 중.하순부터 가을까지 주로 잡히는데, 일반 멸치처럼 그물에서 털지 않고 바다에서 떠오르는 멸치를 그대로 건져올린단다. 그렇기 때문에 멸치가 비늘 한 점 떨어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다.

"그라이 이곳 멸치는 그물로 잡은 멸치보다 훨씬 비싸다 아이가."
"아~ 봄멸치회, 정말 먹고 싶다."
"가자! 봄며루치 대신 죽방렴에서 금방 건진 싱싱한 회 한접시 사주께."

 

 
   
  ^^^▲ 죽방렴봄노을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는 삼천포 앞바다
ⓒ 경상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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