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 한옥은 현대의 생활공간에 비춰보면 결코 쾌적한 곳은 아니다. 우리는 이런 전통적인 비좁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온 탓인지 요즘은 넓은 집을 갖고 있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심지어 강남에서는 아파트 평수에 따라 사람의 인격이 정해진다는 농담까지 유행하고 있을 정도다.
좁은 공간에 살다가 넓은 집으로 이사하면 분명 넉넉한 느낌이 들어 좋긴 하다. 그럼 얼마만큼 넓어야 할까? 과학적으로 한 사람이 생활할 수 있는 가장 쾌적한 공간은 5평이라고 한다. 따라서 5인 가족일 때 이상적인 전용면적은 25평 정도면 충분하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요즘 호화 아파트는 단출한 식구에 비해 너무 넓다. 잘산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넓은 평수를 선호할는지는 몰라도 실제 생활해 보면 관리하기도 힘들지만 식구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식구에 비해 규모가 큰 집을 풍수지리에서는 ‘빈 방에 귀신이 있다’면서 경계했다. 호화 아파트에서는 아들딸은 물론 부부도 따로 방을 쓰는 경우가 있다. 그러고도 빈방이 있는가 하면 아들이 여행으로 방을 오래 비워두면 아들 방을 열고 들어서는 어머니가 가슴 섬뜩함을 느낀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또 현재 심리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사람들은 사생활이 완전히 유지되는 공간에 혼자있게 되면 긴장이 풀리고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얼마동안은 정신건강에 좋지만 이런 생활이 계속되면 정신이 해이해져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무기력해진다고 한다. 가족끼리지만 남녀, 즉 어머니, 딸, 아버지 아들들이 서로 혼재해 생활하면 적당한 긴장이 생겨 가족들을 생기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넓은 집에서 사는 가족들은 생활시간대가 다르면 식구들끼리 만나기도 힘든게 요즘의 우리 생활풍수도다.
긴장이 풀리면 어떻게 되는가는 다음의 예에서 살펴보자. 바닷물고기 활어집에서는 물고기를 운반용 통에 바닷물울 넣어 다섯 시간 이상 출렁이며 싣고 온다. 서울에 도착하면 물고기들은 거의 빈사상태가 된다. 그런데 어느 날 통 속의 물고기들이 싱싱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본 주인은 의외의 상황에 깜짝 놀랐다. 조건이 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날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낙지가 한 마리 섞여 있었을 뿐이었다. 낙지는 물고기의 천적, 물고기들이 긴장했기 때문에 싱싱했다는 것이다.
[김호년 선생의 우리강산 풍수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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