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저 망나니에게 재능을 주셨습니까?
-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의 절규 -
펀더멘털(fundamental), 또 꼬부랑이 글자인가?
자네는 영어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뭐 좀 안다고 재나?
있잖아, 우리말 명사로서 근본, 기본, 기초, 바탕, 원칙, 원리 등등.
그렇다. 그런데도 위에 열거한 여러 개의 추상명사들이 함께 뒤섞이면 펀더멘털의 뜻은 오히려 더욱 가물가물해지기만 한다. 어허, 이 답답한 사람아. 이럴 땐 적당히 눈치로 때려잡는 거라고,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 그러지 뭐. 펀더멘털을 “타고난, 뿌리박힌, 근원적인,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등등의 형용사로 생각해 보면 그 개념파악에 조금은 진전이 있는 것 같다.
그럭저럭 펀더멘털은 대충 알 것 같은데, 이것과 하나로 대응할만한 한글 낱말찾기는 아직도 헷갈린다. 가령 경제에서의 펀더멘털은 성장율, 인플레이션율, 실업률, 경상수지 따위의 한 나라의 경제상태를 나타내는 경제지표를 가리킨다. 음악에서의 펀더멘털은 화음의 기음(基音 note) 또는 주음(主音 tone)을 의미한다. 또 물리에서는 기본파(基本波)가 펀더멘털이다. 결국 안 되겠다, 펀더멘털은 그냥 펀더멘털이 제일 쌈박하다.
그리고 하모닉스(harmonics), 이것은 또 뭔가?
“하모닉”이라 하면 안 되고, 구태여 복수형 “하모닉스” 이렇게까지 한글이 머리숙여가며 영어식으로 표현해야 하는가? 그토록 복수형이 꼭 요구된다면, “하모닉들” 이렇게 표기하면 안 되나? 좀 참고 다음을 살펴보자.
우선 하모닉, 이것은 물리에서 고조파(高調波)라고 번역한다. 기본파의 주파수 f 에 자연수(1, 2, 3, ∙∙∙) 배(倍)의 주파수 2f, 3f, 4f, ∙∙∙를 가진 파동을 고조파라고 부른다. 주어진 파동은 일반적으로 한 개의 기본파와 무한 개의 고조파와의 합으로 주어진다. 발산하지 않는 파동은 기본파에 비하여 고조파의 진폭이 갈수록 현저하게 작아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제한된 크기로 수렴한다. 고조파는 이와 같이 무한 개가 뭉쳐있기 때문에 하모닉스라고 통칭한다.
음악에서 하모닉스는 배음(倍音)을 지칭한다. 그러면 배음이란 무엇인가? 가령 손가락 하나로 피아노의 A키(key)를 쳤다면, 우리는 진동수 440Hz를 기준으로 조율한 A의 절대 음을 듣게 될 것이다. 여기서 12 단계의 반음으로 구성된 한 옥타브 높은 A음의 진동수는 그 두 배인 880Hz가 된다. 즉 한 옥타브의 높이는 바로 배음의 관계를 가진다. 이때 대수(對數 log) 눈금으로 12등급 평균율로 산출했을 때의 C음, 즉 C장조의 도(do)는 523Hz이다.
펀더멘털로서 523Hz의 도를 잡았다면, 하모닉스는 두 배 1046Hz, 세 배 1569Hz, 네 배 2092Hz, ∙∙∙ 이런 식으로 나열될 것이다. 한 옥타브씩 위로 뛸 때마다 진동수가 두 배씩 증가하므로 1:2:3 옥타브는 1:2:4 배수의 진동수로 공명한다. 여기서 1:3 배수의 진동수는 한 옥타브 위의 솔(sol)에 해당된다. 계속하여 1:5 배수의 진동수는 두 옥타브 위의 미(me), 1:6 배수의 진동수는 두 옥타브 위의 솔(sol), 1:7 배수의 진동수는 두 옥타브 위의 시b(si flat)에 각각 해당한다.
피아노에서 도 하나만을 타건해도 도의 펀더멘털을 주축으로 수많은 하모닉스가 자연스럽게 어울려 단음이 아닌 하나의 복합음을 이루어낸다. 그러나 하모닉스 전체를 합한 진폭이 펀더멘털의 진폭에 비교하여 매우 작기 때문에 우리의 귀에는 도의 음 하나가 주도적으로 들려오게 된다.
화음(harmony)은 1:2 (도:도), 2:3(도:솔), 3:4(솔:도) 따위의 작은 정수비를 가진 여러 음들을 기본으로 한 어울림이다. 가령 도:미:솔 으뜸화음은 정수비로 가장 간단한 4:5:6을 이루며, 여기서 한 음을 더 추가하면 도:미:솔:시♭(4:5:6:7) 딸림7화음으로 별도의 긴장감(tension)을 만들어준다.
펀더멘털은 먼저 중요하다. 그러나 하모닉스가 함께 어울려야 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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