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향건물인 경우 집의 중심점에서 보았을 때 북동이나 북서쪽 대문은 좋지 않다고 보고 남쪽 대문은 대길(大吉)로 본다. 이것은 동사택이냐 서사택이냐와 음양오행 등으로 풀이한 데서 나온 것이다. 이렇게 집에 있어서 대문의 상징은 매우 중요하다. 대문은 담이나 울타리를 전제로 했을 때 생기기 때문에 더욱 중요시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영암의 최부잣집으로 잘 알려진 영암군 군서면 도갑리 구림마을의 최씨집은 대문은커녕 담이나 울타리도 없어 풍수설의 이론을 무색케한다. 그리고 고창의 인촌 김성수 생가처럼 드물게 보는 북향집이라는 사실이다. ‘최부잣집’의 또 하나의 특징은 부자이면서도 곳간 등 벼나 쌀을 저장해 둘 수장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주인 최일석씨의 12대 선조는 영암에서 이곳 월출산 밑 구림리로 이사왔으며 지금의 집은 최씨의 고조가 지었다. 그런데 대대로 가풍이 ‘안빈낙도(安貧樂道)’여서 쌓아 둘 재물이 없었기 때문에 창고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최씨집은 담이나 울타리도 필요없었고 굳이 대문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담이나 울타리가 경계를 짓고 도둑을 방지한다는 뜻이라면 일대가 자기 소유의 땅이고 도둑 맞을 물건이 없는 상황에서는 정말 불필요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주거민속지’의 저자 김광언(인하대 교수)씨는 “담과 문이 없는 최씨 집은 예외 중의 예외로서 결국 누대에 걸친 검소한 생활이 담이나 대문보다 더욱 안전하게 집을 보호해 주었다.”고 평가한다.
또 풍수적 의미로 집의 환경을 살펴보면 최씨집은 북향으로 산기슭에 위치, 집의 뒤가 높으나 소나무숲이 우거지고 좌측에는 대나무숲이, 우측에는 대와 동백숲이 에워쌌고, 앞에도 고목이 다 된 은행나무와 감나무들이 늘어서서 울타리나 담 이상으로 집을 감싸고 있다.
대문의 의미도 집으로 많이 들락거리는 길이 있으면 그곳이 바로 대문의 상징적 위치를 의미하게 되는데 동쪽부위가 개방부위이기 때문에 동향 대문의 성격을 갖는다.
북향집에 동향 대문은 ‘생기택’으로 다섯 아들이 출세하고 부부가 화목하며 재산이 늘고 백세의 수를 누릴 수 있는 대길의 상이 된다.
[김호년 선생의 우리강산 풍수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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