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선 흔히들 이상적인 집의 방향이라고 말하는 동남쪽이나 남쪽의 집에서만 살 수는 없다. 특히 서울처럼 주택난이 심한 곳에서는 북향집이라도 자기집만 있으면 그 이상 복된 일은 없다. 대문 위주로 볼 때 남향이나 동남향집도 북동쪽이나 동쪽에 대문이 있으면 나쁘다고 보지만, 북향집은 대문이 동향에 있으면 최고로 친다.
집의 향이 나쁘다 해도 대문의 위치가 좋으면 좋은 집이 된다는 얘기다. 북향집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명가로서는 전북 고창군 부안면 봉암리에 있는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1891~1955)생가를 들고 있다.
인반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북향집에서 ‘인물’이 나왔다는 것 때문에 더 유명한지도 모른다. 북향의 명당은 높은 곳에 있다는 것이 풍수설의 이론이다. 북향은 거의가 햇볕이 잘 안 들기 때문에 꺼리는데 높다는 것은 햇볕을 잘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켜 준다.
인천의 생가도 좌우가 매우 좁은데다가 비탈이 지고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13년 전 중수한 이 집을 보면 북향집에 3칸 솟을 대문이 서향으로 되어 있다. 대문의 방위로서는 북향집에서 가장 나쁜 방위에 속한다. 오귀택으로 건강을 잃고 재산이 흩어진다 해석된다.
풍수지리설에 따라 지었다는 이 집이 풍수적 이론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13년 전 중수할 때 이 대문이 새로 건축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러면 그렇지’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이 집의 원래 대문은 사랑채 앞에 있는 문간체에 있었다.
대문은 역시 정확하게 북향을 하고 있다. 특히 이 문간체의 대문은 상류가옥으로는 드문 것으로 알려진 쪽문이 하나 더 있다. 이 쪽문은 북향인 대문과는 달리 동향이라는 점이다. 두 칸의 대문 중 한 칸은 북향으로 두 짝의 문을 단 문자 그대로 대문(大門)이고, 이 대문에서 오른쪽에 쪽문을 밀고 들어서는 곳이 또 한 칸의 대문이다.
평상시는 북향 대문을 닫아 두고 동향인 쪽문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같은 위치에서 향만 동향으로 바꾼 문이다. 북향집에 동향 대문은 생기택(生氣宅)으로 재산이 늘고 출세를 하게 된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인촌은 1907년 그가 16세때 이 집에서 줄포로 이사했다.
[김호년 선생의 우리강산 풍수지리]
뉴스타운
뉴스타운TV 구독 및 시청료 후원하기
뉴스타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