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 종교적 행위 그리고 제례용어(祭禮用語)가 일상어가 된 예가 많다. 그중에 ‘개뿔’은 제례용어가 발음이 변질(變音)된 용어로써 제의어(祭儀語)다.
계불의식(禊祓儀式)에서 ‘계불’이 ‘개불’이 되고 다시 ‘개뿔’로 변음된 것이다. 속죄의식에서 유래된 말이 계불이고, ‘반성의 기미가 없다, 죄책감이 없다, 속죄하는 마음이 없다’라는 본디 말이 된소리인 개뿔이 되고 ‘개뿔도 모른다’ 라고 쓰이고 있다. 또한 계불의식의 장(場)이 ‘개판’으로 변형되었다.
이와 같이 개뿔(계불)은 원래 신성한 제의어다. ‘개뿔도 모른다’는 말은 ‘계불 의식을 모르는 배은망덕한 자’라는 준엄한 질책의 말이다. 지금 세태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제 조상도 모르고 제 뿌리도 모르면서 식자연(識者然)하는 차칭 지식인에게 ‘개뿔(계불)도 모르는 놈’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노천의 우리역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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