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 빈 하늘, 파란 물 호수, 푸른 풀 들판, 여기가 우리 집일세.
- 실크로드 스케치 기행, 천당의 노랫말에서 -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모든 강이 바다에 이르는 것처럼. 어폐가 없잖아 있지만, 한때 로마가 세계의 중심이요 기준이 되었다. 당시의 로마가 봤을 때 로마를 제외한 나머지 세계는 동쪽 소아시아 건너의 변방에 불과했다.
음,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중국도 그 존재를 알리고 있었으나 로마는 이들을 싸잡아 오리엔트(Orient, 동양)라 불렀다. 상대적으로 로마는 오시덴트(Occident, 서양)라 자칭했고, 오리엔트로의 출발지점은 콘스탄티노플, 지금의 이스탄불이 되었다.
지금은 로마 시내에 자리 잡고 있는 바티칸 궁이 그 영화의 기둥 위에 높이 세워져 있다. 예수의 수제자 베드로의 권위를 이어받은 교황은 베드로성당의 주교로서 지구촌에 흩어져있는 모든 가톨릭교회에 복음의 메시지를 뿌린다. 종교의 차이를 떠나 여러분이 기도하시는 대로 따르겠습니다,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005년 4월 24일의 취임미사에서 천명한 말씀이다.
만년설 봉우리로 이어진 파미르 고원은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이다. 사방팔방으로 고산준령이 여기서부터 줄기를 받아 뻗어 내린다. 지도를 펴보면 예전의 페르시아가 오히려 친숙한 나라 이란으로 연결되는 힌두쿠시산맥, 티베트 및 인도로 향하는 히말라야산맥, 가끔 실종사고로 유명한 K-2봉(8611m)이 자리한 카라코람산맥, 손오공이 재주부렸다던 곤륜산맥, 알타이 산맥으로 연결되는 천산산맥, 아랄해 건너 우랄 산맥, 카스피해 건너 코카서스산맥 등이 마치 물레방아 바퀴살처럼 펼쳐져 있다. 또 각각의 산줄기들은 뒤이어 산들이 줄을 서다가 마침내 대륙의 끝자락에서 바다로 사라진다.
“곤륜산의 한 봉우리는 어둠 속에 휩싸여 있었지만 그 청량한 기운만은 아늑했다. 맑은 날씨로 인해 하늘의 별들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가까워보인다. 그리고 그 모든 별들을 압도하듯, 한편으로는 그 별들을 더 돋보이게 만드는 듯 보름달이 곤륜산에 아스라이 빛을 흩뿌렸다.”
어느 무협소설의 한 장면이다. 태풍전야의 적막이 감돈다.
파미르 고원은 바람마저 잠재운다. 대양에서 밀려온 습기 머금은 바람이 산맥들의 병풍효과에 의하여 차단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미르를 하늘높이 떠받치고 있는 산맥 사이의 분지에는 어김없이 사막이 번지고 있다. 특별히 파미르 동쪽에서 끝없이 확장되고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은 바다로부터 제일 멀리 떨어져 있다. 원래 빙하호가 산재했으나 점차 모래알로 덮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한번 들어서면 죽음뿐인 광활한 사막, 황사의 진원지가 되었다.
현재 중앙아시아 지역은 파미르 고원의 동과 서로 크게 나뉜다. 동쪽 지역은 중국이 점령하여 신장위구르 자치구로 남아 있다. 반면 서쪽 지역은 옛 소련의 붕괴 이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의 5개국으로 분리되어 각각 독립했다.
동서 합쳐 중앙아시아의 공통점은 이슬람 신앙이다. 그러나 이슬람은 서로 정통을 놓고 다수의 수니파와 소수의 시아파로 양분되어 있다. 타지키스탄은 이웃 아프가니스탄으로 연결된 이란과 함께 삼국이 세 잇단음표처럼 묶여서 행동하며, 이곳은 시아파가 주도한다. 한편 위구르와 서쪽의 나머지 4개국은 코카서스의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터키와 범투르크 계열이란 연결고리를 형성하며, 여기는 수니파가 주축을 이룬다.
지나간 러시아제국의 식민정책과 소련공산당의 차별정책으로 한 세기 이상 타타르족이란 모멸과 함께 온갖 불이익을 당했던 중앙아시아, 오늘날 이 지역에서 가시적 힘을 받는 신념은 이슬람 근본주의이다. 이것은 공산주의의 몰락으로 발생한 이념적 공백의 대체개념이다. 공산주의-민족주의-이슬람 원리로 묶여진 공통인수는 배타적 독존이다.
바닷가에서 산은 사라지고, 강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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