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야구계까지 진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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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 야구계까지 진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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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오 KBO 총재의 돌연 사퇴, 그리고 불어닥친 야구계의 한파

 
   
  ^^^▲ 한국야구위원회 로고
ⓒ KBO 홈^^^
 
 

한국의 스포츠 산업을 가장 선두에서 이끌고 있는 프로 스포츠들의 모습이 참으로 갑갑하다.

지난가을, 대한축구협회가 사상 첫 국정감사를 받으며 각종 회계 및 세무 의혹과 갖가지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되어 곤혹을 치루더니 이번엔 한국 프로 스포츠 1호인 프로야구의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흔들리고 있다.

박용오 총재의 사퇴, '입김' 작용 했나?

지난 25일, KBO 총재직의 사퇴 의사를 밝힌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의 중도 하차로 야구판이 크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순순히 자의에 의한 사퇴가 아니라 외부 압력설 있었다는 소문과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는 신상우(68) 전 국회부의장의 내정설, 거기에 노무현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 상고의 야구판 득세론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혼탁 그 자체이다.

이미 현정부의 코드 인사가 체육계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이번 KBO 총재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야구계를 떠나 한국 체육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정부가 김정길씨를 대한체육회장에 선임하고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박재호씨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하는 등, 이미 정부의 체육계를 겨냥한 코드 인사는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많았었다.

박용오 총재가 두산 그룹과 관련한 '형제의 난'으로 곤란한 입장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퇴임 4개월을 앞두고 갑작스레 사퇴했다는 점에 적잖은 의구심을 품게 한다. 대기업 총수라는 자리보다 KBO 총재란 직함에 더 많은 애착을 가져왔던 박용오 총재임을 가만하면 더욱 그렇다. 결국, 지난 두산 그룹의 분식 회계로 인한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죄로 퇴진 압력을 받았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박용오 총재의 퇴진 그 자체가 아니다. 박총재의 갑작스런 사퇴보다 더 큰 문제는 그 후임을 현 정부에서 직접 고른 인사로 내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이번 문제의 핵심이다.

박용오 총재가 사퇴 의사를 발표하기도 전에 야구계에서는 '신상우 내정설'이 고개를 들었었다. 사실 박용오 총재도 내년에 있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까지 맡은 뒤 퇴진할 계획이었지만, '신상우 내정설'을 전해듣고 이내 사퇴를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그 중심에는 삼성라이온즈의 김응룡 사장이 있었다는 소문도 함께 돌았다.

정부의 체육계 관여, 더이상 안된다.

21일 벌어졌던 야구인 골프대회에서 김응룡 사장이 한국 프로야구의 위기를 거론하며 이대로 가서는 곤란하다는 이야기를 공석에서 던졌고, 이 이야기가 결국 박용오 총재를 밀어내고 신상우씨를 후임으로 앉히기 위한 전철이 아니었겠는가 하는 것이다.

김응룡 사장은 익히 알려진 대로 부산 상고 출신의 야구계 거물이고, 신상우 내정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이다. 결국, 신상우 내정자를 총재 자리에 앉히면서 한국 프로 스포츠의 본거지인 야구계에도 정부의 코드 인사가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런 사건을 보는 시각은 야구계 내부와 밖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야구계 내부에서는 조심스런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꺼리면서도 야구판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크게 반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4년째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프로야구의 구조적인 문제와 지난 월드컵을 계기로 뒤집어져 버린 라이벌 종목 축구에의 패배 의식 등이 작용해 낙하산 인사라도 좋으니 현 야구계의 위기를 탈출시켜 준다면 찬성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야구팬들과 각종 시민단체들은 첫 민선 총재인 박용오 총재의 후임이 또다시 정부가 개입된 구시대적인 인사란 점에 크게 분노하며 반발하고 있다. 사상 첫 민선 총재라는 것만으로도 우리 야구계가 얼마나 많이 기뻐하고 뿌듯해 했었는 데, 당장의 어려움을 참지 못해 또다시 정부에 손을 벌리는 꼴이라며 비난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물론 현재 침체되어 있는 야구계의 활로를 개척할 인물이라면 그가 어떤 출신이건 상관없다. 하지만, 그 인물이 공정하고 납득 할 만한 경선과 검증을 마친 인물이 아니라, 권력의 힘을 등에 업은 인물이라면 차라리 돔구장 몇 개를 짓고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프로야구의 구원을 포기해도 좋지 않을까?

이 땅의 프로야구가 정.재계의 큰 손들에 휘둘리느니, 당장은 만만치 않더라도 고난을 우리 야구인들과 팬들이 직접 헤쳐나갈 방안을 찾는 게 옳지 않을까 싶다. 당장 눈에 보이는 피를 막으려는 이런 응급처치는 훗날 더 커다란 수술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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